간단한 새 TV 개봉 후기 (약간 전문적인 내용도 있어요)

in #kr-review5 years ago (edited)

디자인

이제 TV를 놓고 디자인을 논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베젤은 손톱만하고 앞에 보이는 것은 화면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TV는 둥그스러운 곡면이 가미된 뒷 면에 물결 무늬를 파 놓았는데... 아이고, 의미 없다.

화질

일단 새 TV를 켜고 몇 가지 틀어본 결과 첫 느낌은 색깔이 무언가 물빠진 느낌이 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색감에 대해서는 사실 "다르다"는 말 할 수 있어도, "틀리다"를 말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정확한 색감을 알기 위해서는 Calibration을 할 수 있는 비싼 광학 기기가 필요한데, 난 그런데 돈을 투자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옵션들 몇 가지 만져보고, 인터넷에서 추천 세팅 찾아보고 해서 대충 맞춰놨다. 어차피 적응되면 모르는거

나의 경우 TV는 항상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고, 영상 매체는 컴퓨터 화일을 재생해서 본다. 따라서 이 경우 "외부 입력 기기 - PC"로 세팅해주어야 한다고 인터넷에서 봤다. 이렇게 설정을 바꾸니 확실히 약간 더 선명해진 느낌이다.

영화를 보든, 드라마를 보든, 화질이 가장 좋은 조건은,
첫째로 원본이 고화질로 잘 찍혀야 하고,
둘째로 TV의 픽셀과 원본의 픽셀이 1:1로 딱 맞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가진 대부분의 영화 파일들은 1080p 해상도라는 것이다. 애초에 하드 용량도 부족하고 해서 2160p는 아예 건드려 본 적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2160p를 지원하는 4K 티비를 들여봐야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다.
...
그리고 머리로 알고 있던 이 사실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
360p같이 저화질 스트리밍 영상의 경우, 화면 크기가 커져서 그런지 예전보다 저질 영상이 더 잘 느껴진다.

노파심에서 쓰는 말인데, 가끔 사람들 중에 해상도를 나타내는 1080p의 "p"가 pixel의 p 인줄 아는 사람이 있다. 이게 어찌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원래는 progressive의 p에서 왔다. 전체 화면을 한 번에 다 보여준다는 의미이며, 대비되는 단어로는 interlace, 즉 1080i 라는 개념이 있다. 이건 전체 화면 중 한 번은 홀수 줄만, 다음은 짝수 줄만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1/30초에 한 번씩 바뀌므로 눈에는 전체 화면으로 보인다) 지금 생각하면 귀찮고 복잡하게 뭐하러 홀짝 나눠서 보여주냐 할테지만, 과거 브라운관 티비의 경우 기술적인 문제로 interlace 방식에 최적화 되었었다. 물론 지금은 의미 없다.

더하여 HD방송 초기에는 사람들이 720p와 1080i 두 가지 방식 중 뭐가 더 좋은지 박터지게 싸웠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의미 없는 싸움이었다. 기술 발전은 생각보다 빠르더라.

4K TV로 바뀌어서 좋은 점은, 컴퓨터 바탕화면의 아이콘 크기가 적절할 크기로 줄었다...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소리

티비에서 나오는 사람들 말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신경에 거슬렸다. 뭐랄까.. 의미 잘 전달되고 소리 자체가 이상한 건 아닌데 들으면 들을수록 불편한 느낌이 커졌다. 그래서 이리저리 찾아본 결과 HDMI 케이블을 통해 전달되는 사운드 신호가 "BitStream"으로 되어있는 걸 발견했다.

HDMI 케이블의 사운드 세팅은 "BitStream"과 "PCM" 이렇게 2가지가 있다. 앞의 것은 디지털 신호가 전달되는 것이고, 뒤의 것은 아날로그 신호가 전달된다는 의미이다. 컴퓨터 화일은 말 할 것도 없고, 블루레이 영상들 역시 디스크에 저장된 형태는 디지털 신호 (0 또는 1)이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아날로그 방식의 음파이므로 중간 어디에선가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꿔줘야 한다 (Decoding 이라고 한다). "BitStream"을 선택하면 디지털 신호를 가져다가 티비에서 해석한다는 뜻이고, "PCM"을 선택하면 이미 해석된 아날로그 신호를 가져다가 스피커로 바로 쏴준다는 뜻이다. 결론은 티비보다 컴퓨터가 Decoding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거고, 그래서 "PCM"으로 바꾸고 나니 불편한 느낌이 사라졌다. (혹시 좋은 AV 리시버를 사용중인 분이라면, 당연히 AV 리시버가 Decoding 하도록 하는게 좋다)

이렇게 무언가 소리 좀 듣는 사람인 양 썼지만, 사실 난 그리 좋은 귀를 가지고 있진 않다. 내가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엉망인 것과 괜찮은 것 정도지, 괜찮은 것과 좋은 것을 구별하진 못한다. 이런 내가 들었을 때 이 티비의 스피커는 아주 엉망은 아니다. ^^

리모컨

대실망, 왕실망, 크나큰 실망.
포장 뜯고 이 리모컨의 실루엣을 보자마자 '호텔방에서 몇 번 본 거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실망 시작. 그립감도 별로고, 버튼 많은 것도 밉상이다. 특히 초반에 세팅할 일이 많았는데, 그 때마다 좌 우 화살표 움직이는 단추가 아래 쪽에 있어서, 한 손으로 들고 엄지 손가락을 한 껏 휘어 아래 쪽으로 눌러야 해서 정말 불편하다.

LG야, 너네 리모컨이 짱이다.

지금은 떠나버린...

캐스팅

아이들에게 정해진 시간 동안 이것 저것 유튜브의 내용을 골라 볼 자유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스맛폰의 화면을 티비로 보내는, 이른바 Cast 기능이 나에겐 중요하다. 한 때는 크롬캐스트를 썼는데, 스맛폰의 유튜브 앱에서 캐스팅 단추 누르면 티비로 바로 볼 수 있으니 이제 크롬캐스트가 필요 없을 것 같다. 뭐 요즘 스마트 티비 중에 안되는 게 있으랴만은, 그래도 부드럽게 넘어가므로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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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rba님이 dj-on-steem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zorba님의 [2019/1/7] 가장 빠른 해외 소식! 해외 스티미언 소모임 회원들의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enerva 뉴욕 dj-on-steem/td> DC 근교 hello-sunshine DC

이렇게 까다로운 소비자는 정말.... 짱입니다. 기계치라 누가 어떻다고 말해줘야......ㅋㅋ

LG가 가전에선 짱이죠

제가 13년 전까지 TV 화질 개선 엔지니어였답니다. 오랜만에 전문용어(?) 접하니 좋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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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제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

리모컨에서의 실망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