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담수첩] 나의 첫 일탈이다.

in #kr7 years ago (edited)

그 전부터 생각했다. 나는 그....맞아 니가 열어야 하는 길. 술김에 짐을 싸고 택시를 잡았다. 하루 자고 오는 벌초 때의 짐보다 왜 더 챙긴거야. 택시를 잡았다. 사장님 고터가면 광주 가는 차 지금도 있겠죠?

잘 모르시겠단다. 그래도 가주세요. 예비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사님의 말씀은 귓속에 박히지 않았다.

‘나, 첫 일탈이에요,’

고터에 15분마다 있던 광주행 버스는 이미 없다.
이어폰으로 코골이 소리를 지우다가 담배를 태우러 나갔는데, 멀리서 볼 때는 술에 취한 아자씨 들어 올리는 것 같았는데 대리석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 너, 나.

짐도 충동적으로 싼 거고, 택시도 그렇게 잡았고, 그랬는데 차가 없으니 기댈 대가 생각난다.

학교 다닐 때나 싸던 가방에 옷을 마구 때려 넣었다. 그래도 최근에 옷을 좀 샀네? 그래도 지금 입고 있는 외투는 학교때 입었던 야상이네.

있겠지하던 광주행 버스는 없었다.
택시 기사님은 나의 기대만큼 빌어 주셨다.
이럴 거면 기사님이랑 드라이브 좀 더 할 걸.

매표소 셔터가 다 닫혔다.
센티럴시티 호남선 다 막혔다.
경부선은 열렸으면 이터널라잇 낼 뉴스에 나올듯.

그래도 내가 고터에서 통학했는데 아무렴 그럴까.

나보다 추위에 약 한 내 아이폰 배터리가 4%밖에 남지 않았다. 글을 쓰다 보니 첫 차 시간에 반을 채울 수 있었네.

나 가출 잘 한 거겠지.

—-
매표소는 아직도 열리지 않았다.
담배를 태우러 나갔다가 길을 헤맸다.
그러다 학교 다닐 때, 구 건물로 들어섰다.
껍데기 많이 바꼈는데 화장실은 잘 찾네.

껍데기 잘 바르는 놈들은, 아냐 니가, 내가 문제지.
동선은 잘 찾은 나, 칭찬 듬뿍.

매 번 내가 벌초 때, 내려갈 적 마다 내려오라고 하시던 당숙이 답이 없으시다. 고터에서 광주행 버스가 없을 때, 아니 그 전 부터, 음, 일탈은 내 것이지만.

3교대 일을 하시니, 지금도 한창 일을 하고 계실 거 같다. 당숙, 호칭은 그렇고, 나를 제일 좋아 하는 육촌 아

니 삼촌 소고기 왕창 뜯어 먹어야지. 이제야 큰 조카 내려갑니다. 나 처럼 집구석에만 있는 우리 육촌 동생,
지금 이 새벽에도 게임하고 있을까.

당숙, 내 아부지, 사촌 큰형 얘기 하면 바로 서울 올라갑니다.

아직도 첫 차는 한시간이 남았다.


은근히 사람 많네.
요기라도 할려고 까페 들어왔다가 일곱시부터 댄다고 그런다. 일탈이냐, 에스프로소 한 잔이요. 무슨 자신감이야. 그건 그렇고, 뭐야 어찌 먹는 거야.

잔 하나, 초콜렛 하나, 뜨거운 물 하나. 구색은 전에 들어본 거 같긴하다. 물 한 잔은 꼭 있어야 한댔나. 나는 빅맥을 찾았는데, 머리가 점점 떡이지는구나.

봉하에 노대통령 보러 혼자 갔던 기분이랑, 다르면서도 같지도 않고 거시기하네.


광주가는 첫 차를 탔다
에스프레소가 쌘 건지 술이 쌘건지 잠이 안 온다.
오랜만에 학교 가는 기분으로 안성까지는 바깥 풍경 보고 가야지. 그래서 일부러 기사님 바로 뒷자리로 자리를 맡았다.

—-
근데 터미널 내리면 뭘 하지?
당숙네 주소도 모르는데.

죽일듯 싸웠던 군대 후임놈한테 연락해야겠다.
왜 자꾸 나를 찾는거야. 우리 그렇게 싸웠는데.
같이 동반 입대해서 왔던, 하늘 나라에 있는 네 친구놈 보러 가야겠다. 다녀온지가 몇 년 만일까. 거기도 오래되서 어딘지 모르는데. 연락해야하네...’아 형, 내가 연락할 땐 받지도 않더니 ㅇㅇ이 보러 갔어요?’할텐데. 제발 광주에 있지 말고 서울에 있어라...

—-
차를 타고 엄마한테 광주 내려 갔다 온다고 톡을 남겼다. 어데 간다 그 얘기는 안 했네. 시댁 식구들 정말 시러하는데, 당숙만은 봐주겠지.

큰외숙모도 보고 와야겠다. 우리 외할매 챙기느라 고생도 많으신데, 시골 읍내 병원에서 위경련이라고 진단 내렸다가 광주가서 맹장을 떼어 내셨다. ㅅㅂㅅㄲㄷ. 우리 할머니도, 지금 가능 당숙네 아버지 우리 작은 할이버지도 암을 늦게 알고, 광주 전대 병원가서 알았었지.

내 생전에 우리 할아버지는 못 봬고, 작은 할아버지가 그 역할을 대신 해주셨는데, 돌아가시고 첫 제사도 이렇게 혼자 갔었구나. 장손 노릇 하려고 간 것도 아니고, 음 당숙은 그 맘 알테지.

안성은 아직이다. 멀어. 정말 멀었네.
동탄이 통탄 할 정도로 풍경이 바꼈구나.
내리도 가보고 싶다.

보조배터리 하나가 명을 다했다.
지금 연결된 나머지 하나가 버텨줬으면.
이제 곧 안성을 지난다.
바깥 풍경보다 잠 들자.

—-
광주 도착.
엄마는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전화가 왔다.
당숙한테 전화했는데 아줌마가 받았다.
숙모였네. 목소리도 못 알아 듣다니.

오촌 조카 갑니다요.
머리 떡지고 얼굴 붓고, 몰골이 말이 아니네.
숙모 밥 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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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은 약간의 후유증을 남기지만 한동안 입가에 미소도 남길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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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다시 생각해보니, 미소가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와닿는 것 같아요.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