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하나씩 간직하고 있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책 BEST 3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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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직은 스팀잇 뉴비 젤라입니다.
오늘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책을 딱 3개만 꼽으라면 뭘 꼽을지 생각해본 글입니다.

물론 이번에 선정한 책 이외에도 정말 훌륭한 책이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본질적인 제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내 준 책으로 선정하고자 했습니다.


1. 무영탑 (현진건)

어릴 적 우리동네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오는 이동 도서관이 있었다.
내부를 개조해 책으로 가득 채운 버스가 오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 시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어느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봄에 치르는 중간고사는 끝났고, 공부를 위해 등록해둔 독서실은 아직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독서실에서 빌린 책이나 읽자는 요량이었다.
무영탑은 신라 불국사에 있는 탑이다.
무영탑을 만든 석공의 아름답고 슬픈 러브 스토리가 소설의 내용이다.
사랑에 대한 소설을 읽으며 가슴이 아려오고, 눈물을 흘렸던 것은 그 때가 내가 기억하는 처음이다.
사춘기의 감성 탓이었던 때문이었겠지만 책을 읽고 내 가슴이 이토록 아플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이후로도 오랜 시간 소설을 읽어봤지만, 현진건의 <무영탑>처럼 나의 가슴을 강렬하게 때린 소설은 없었던 것 같다.
날카롭게 날이 서 있지만, 한없이 약하기만 했던 사춘기의 감성으로 읽은 책은 그 뒤로 없었다.
학업으로 인해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진학 후, 문학시간에 교과서의 지문으로 다시 한번 <무영탑>의 일부를 만났던 적이 있다.
너무나 반가워서 이 소설 다 읽어봤다고 주변에 얘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시 만난 <무영탑>은 주제파악이나 화자의 입장 등을 묻는 단 3개의 문제로 그와의 재회는 끝이 났다.

2. 태백산맥 (조정래)

고3 수능이 끝난 겨울 방학.
대입 원서를 쓰는 일 외엔 모든 것에 목적의식을 잃어버린 채 방황을 하는 시기였다.
그 때 우리 집 책장에 꽂혀있던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기 시작했다.
그 동안 티비에 나오는 드라마로, 역사책의 귀퉁이에서 시험대비가 아닌 참고사항으로 배웠던 일제 치하에서 벗어난 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는 시대를 깊게 알게 되었다.
좌익세력의 서슬어린 감시에 순박한 농민들이 일이 끝난 저녁에 한 집에 모여 두부김치에 탁주를 마시던 장면 때문에 그 겨울, 나는 어머니에게 그렇게도 두부김치를 해달라고 졸랐었다.
뜨끈한 두부에 시원한 신김치를 올려 한 입 먹으며 그 시절의 유일한 안주거리였음을 상기하며 지금의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고 생각했다.
장장 10권에 달하는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치만은 불행하게도 아직 그 시절의 대립적인 사고방식에서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
아직도 어떤 정치인들은 '종북좌빨'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상대 정치인을 비난한다.
이념의 프레임을 씌워 단순한 흑백논리로 우매한 대중들을 현혹하기 위한 치졸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반세기가 넘게 지난 오늘날에도 아직 그 시절과 같은 싸움을 해야 하는가?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정치체제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었던 것 같다.
정치는 현실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에게 그들이 행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가이드라인이 되어주는 것이다.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이상향은 <태백산맥>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정치판에서 우리가 행복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되어주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3. 제 3의 물결 (앨빈 토플러)

군대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축내던 말년 시절에 읽은 책이다.
군대에서 읽었던 책이 총 7백권 정도 되는데, 말년쯤 되자 내무실에 있는 책 중에서는 읽지 않은 책이 거의 없었다.
그 때까지 내내 미뤄두고 읽지 않았던 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그 유명한 책.
그리고 연이어 대학교 1학년 경영학개론 수업때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그 이름.
그의 책에서 인용된 유명한 이론을 정리한 책은 봤어도 원서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실망이 컸다.
미래를 예측한 미래학자의 책이라지만 그 책은 씌여진지 너무 오래되었다.
그가 예측한 모든 것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를 일깨워 준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처음 읽었을 때 실망을 너무 했던 나머지, 그의 책에는 내가 발견하지 못한 무엇인가가 더 있으리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비로소 작가의 시선에서 책을 써내려가는 마음으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가 이 한 문장의 결론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고, 자료 조사를 했을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래학자가 그려내는 미래에 대한 그 논리적 전개의 탄탄함에 감탄을 했다.
공부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고 깨닫게 된 순간이다.

군대에서 이 책을 이렇게 읽어내지 못했다면, 나는 복학 후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복사+붙여넣기를 하는 짜깁기 레포트를 써야 했을 것이다.
이 책은 하나의 문서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논리적 전개는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 그 논리를 받쳐주기 위한 근거자료는 얼마나 조사해야 하는지 일깨워 준 책이다.
세계 석학의 책은 그 이름의 값어치가 충분한 책이었다.
물론, 그 책 한권을 읽었다고 하여 내 실력이 석학 수준으로 바로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그에 다가가기 위한 방향은 잡을 수 있었다.


<요약>

  1. 현진건의 무영탑 : 사춘기 감성 뿜뿜하던 시절, 나에게 감성을 가르쳐준 책
  2. 조정래의 태백산맥 :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시작해 지금의 정치적 성향을 만들어준 책
  3. 앨빈 토플러의 제 3의 물결 : 진정한 학문은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알게 만들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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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세권의 책 전부 저에겐 어렵게 느껴지네요.ㅎㅎ...

셋 중에서는 무영탑이 가장 접근하기 쉽습니다. 고등학생 수준이면 되거든요^^

오호 참고하도록하겠습니다^^

무영탑은 읽어보지 않았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태백산맥... 엄청 내용이 긴 책아닌가요?
저희집 책장에도 꽂혀있던 기억이..
워낙 유명해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대단하시네요 ! :D

네 ㅎㅎ 어마어마합니다. 수능이 끝난 고3의 겨울방학이었기에 읽을 수 있었던거 같아요^^

나를 만들어준 책 음

쉽게 배우는 C언어
PHP & MYSQL

음~~
아 이게 아닌데 ㅠㅠ

개발자시군요^^
저도 요새 데이터분석에 관심있어서
R 관련 책 보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요즘 정말 많은 분들이 짱짱맨 태그를 사용해주시네요^^
행복한 스티밋 ! 즐거운 스티밋! 화이팅~~

화이팅^^

읽고싶은 읽어야하는 태백산맥...!
수능 후 대입 전 읽으셨다니 대단하시네요 ㅎㅎ
반갑습니다 :)

읽게 되신다면 겨울에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소설의 배경이 대부분 겨울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 시절의 시대상황에는 지금같은 추위가 감정이입에 도움이 되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