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essay] 8월에 부는 바람 속에서

in #kr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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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초입에 봤던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내 20대의 최고 영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죽음을 앞둔 이의 로맨스라니. 그 타이밍도 절묘하지만 그 상대가 심은하라니. 그 타이밍이 아니었다면, 그 상대가 심은하가 아니었다면, 영화는 그 정도로 절절하게 마음을 울리지 못했을 것이다.

아주 가끔, 한석규와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듣던 내게(음음. 논쟁은 잠시 넣어 둬 넣어 둬.) 이 영화는,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었다.

주인공들의 극중 이름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름 한 때 초록의 풍요로움이 가득한 정원을 걷듯 다림은 그렇게 주인공 '정원' 속으로 들어왔다. 겨울이 되고 정원이 초록의 빛을 잃었을 때, 연정을 품었던 정원도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여름의 풍요로웠던 빛은 다림의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된 것이다.

주인공 정원이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 가는 버스에서 창문을 열고 여름의 바람을 맞는 장면이나, 자신의 죽음 후에 홀로 남겨질 아버지를 위해 TV리모컨 사용법을 스케치북에 적어 내려가는 장면이나, 청순하고 순진한 주차관리원 다림과 데이트를 하는 장면 등. 이 영화 곳곳의 많은 장면들이 마치 내 이야기였던 것처럼 내 장기 기억 저장소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다 8월이 되고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내 머리칼을 흔들기라도 하면 어제 내가 겪은 일처럼 장면들이 되살아 오는 것이다.

많은 장면 중에, 소나기가 내리던 날, 정원과 다림이 작은 우산을 함께 쓰고 가는 장면은 낭만의 절정이었다. 후에 교양과목으로 포토샵을 배웠을 때, 맨 먼저 한 것이, 이 장면의 스틸 컷 속 한석규의 얼굴을 내 얼굴로 합성한 것이다. 그런 만행을 통해서라도 애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사진을 공개하고 많은 비웃음을 샀다. 그걸로 삐뚤어진 애정 표현은 용서 받았던 걸로.

예전엔 정원에게 나를 투영하곤 했는데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 내 처지가 '다림'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흠모하던 상대가 갑자기 죽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은 다림이 겪었던 과정을 천천히 경험한다. 설레는 초록으로 가득 찬 정원을 걷다가 문득 내가 서 있던 곳의 색이 달라졌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설렘과 미숙함이 삶을 꽉 채우고 있던 날은 지나버렸고, 그런 날은 다시 오지 않으며, 이제 추억 속에만 존재한다는 걸 알아버린다. 내 젊은 날 사랑의 이야기들은 채 피지 못한 꽃봉오리로 겨울 한설에 얼어버렸다는 걸 깨닫고는 다림이 그러했던 것처럼 한숨 쉬며 애꿎은 추억에 돌을 던지는 것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어쩌면, 황량한 겨울 풍경 속에서 여름의 풍요로웠던 기억을 반추하며 쓸쓸히 서 있는 사람, 미숙하고 설레는 연애와 사랑은 이제 삶에서 죽어버린 걸 깨닫게 되는 나 같은 사람에 대한 준엄한 메타포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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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네 더워요.ㅎ 짱짱맨도 힘내요!

8월의 크리스마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설레었던 날들은 다시 오지는 않지만 그 추억들이 나에게 영원히 남는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네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지요. 그 추억이 우리에게 또 행복을 전해주지요. ^^

후에 교양과목으로 포토샵을 배웠을 때, 맨 먼저 한 것이, 이 장면의 스틸 컷 속 한석규의 얼굴을 내 얼굴로 합성한 것이다.

자..점수를 매겨드리겠습니다
어서 공개하시지요!!ㅎㅎ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설 정도로, 저 어리석지 않습니다ㅋㅋ

흠..포토샵 실력을 보겠단 거였는데요 솔메님?...ㅎㅎㅎ

한석규를 가분수로 만들진 않았습니다ㅋ;;

천천히 경험한다에 동감하고 갑니다.
아직 안본영화인데 기회가 된다면 꼭 봐야겠습니다!

명작입니다. 꼭 함 보세요^^

배우가 심은하와 한석규라는 이유로 안 본 영화인데... 에구구... 세월도 많이 지났으니 이젠 봐야겠어요. ^^

오호 그럴 수도 있군요ㅎ 배우를 떠나 좋은 영화입니다^^

최고의 영화였죠..... 한석규의.. 연기는 너무 멋짐~~~~ ㅎㅎ

네 그렇죠!! 그때 한석규는 갑이었어요ㅎㅎ

8월의 크리스마스 정말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였어요. 잔잔하고 절제된 연기들....

네 여백과 절제미가 돋보이는 영화였지요^^

어쩐지 한석규의 부드러움 매력이 느껴지더라니ㅎ
합성 ㅎㅎㅎ 쏠메님 귀여우심 ㅋㅋ
누구 닮았다고 하면 더 감정이입이 되죠.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로도 시원함이 느껴졌어요.
고마워요. ^^

웃을 때 입꼬리의 일부가 닮은 듯요ㅋㅋ
합성사진은 그럴싸했어요. ㅎ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더 시원해지시라구요^^

최근에 찾아본 영화랍니다. 젊은 시절 한석규는 제 이상형과 가까운데... 음음.... ㅋ

최근 보셨군요! 그 잔상이 더 생생하게 남아있겠군요ㅎ
음음. 이상형은 넣어둬~ 넣어둬ㅋ

작년 자전거 여행 때 '초원사진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왠지 데자뷰처럼 누군가 <8월에 크리스마스>에 대한 포스팅을 했는데, 제가 사진관 다녀왔다는 댓글을 단 기억이 나네요.
이 현상을 <8월의 데자뷰>라고 해야 할까요?ㅋㅋㅋ
더워서 이러나 봅니다.ㅜㅜ

데자뷰가 아니고 현실이었어요! 반전!!ㅎㅎ
댓글을 다신 글은 바로 제 일기였어요. 오늘 그 일기를 살펴보다가 8월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토막글을 발견하곤 떠오르는 생각들을 덧붙여서 개작했어요.
기억력 짱이십니다! ㅎㅎ
그때 무국집 얘기도 하셨어요ㅋ

ㅋㅋ 그쵸?
왠지 쏠메이트님의 글이었던 것 같은데, 스팀잇이 검색이 힘드니 찾아볼 수는 없고..
맞아요. 제가 사진관 앞에 있는 무국집도 이야기 했었지요.ㅋㅋ

기억력이 이 정도 되시니 산티아고 순례길 얘기를 그리 디테일하게 쓰실 수 있나봅니다ㅎㅎ

쏠메님에겐 8월의 심은하? 8월의 쏘울메이트같은 영화군요. ㅎㅎㅎ
이런 영화는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8월의 쏘울메이트 같은 영화~~ 적절한 표현이네요ㅎ 볼 때마다 짠한 이유가 달라집니다^^

헛 한석규 배우를 사진을 통해 굉장히 오랜만에 보네요. 정말 어릴적에 보고는 그 이후로 본 적이 없었는데 ㅎㅎ 쓰신 글을 읽으니까 꼭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어릴 적에는 성인가요나 트로트 같은 것을 듣지 않다가, 나이가 들면 듣는 이유가 노래에 그 삶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이 영화도 그와 똑같지 않을까요? ㅎㅎ

트로트, 적절한 비유네요.ㅎ 어릴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삶의 진실을 삶을 겪고나면 깨닫게 되는 거 말이죠.
예전엔 대작은 다 한석규가 나올 정도였는데,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네요. 그래도 지금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면 반갑습니다. ^^

배우도, 영상도, 배경도 다 마음에 드는 영화에요 ㅎㅎ
저의 최애영화 중 하나입니다. ㅎㅎㅎ

합성한 사진을 올리시지 그러셨어요 ㅋㅋㅋ

네 삼박자가 고루 조화를 이룬 보기 드문 수작이죠ㅎㅎ 한석규가 부른 영화음악도 한동안 애청곡 목록에 있었지요.
합성한 사진ㅋ 이제 그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싶지 않네요.ㅋ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에요.. 동화같은 분위기로 영화지만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그래서 더 아름다워보이는..ㅎㅎ
저두 이 영화에서 저 우산 장면을 제일 좋아한답니다.ㅎ

슬픈 어른들의 동화랄까요. 이 영화 좋아하는 분들 많지요. 한 감수성 하는 분들은 다 좋아하더라구요ㅎ
우산 장면은 로망 그 자체죠ㅋ

영화덕후인 제가 이상하게도 이 영화만은 애써 보지 않았습니다ㅎㅎㅎ
제 가슴아픈 첫사랑이 가장 좋아하던 영화였어서 이 영화에 나오는 (한석규님이 직접부른) ost는 간뇌에 각인될 정도로 많이 들었는데 정작 영화는 아끼다가 아끼다가 결국 보지 못할 무엇이 되어버렸네요 > <
이제 까마득한 첫사랑의 기억은 덮고 솔메님을 떠올리며 한번 봐야겠습니다....ㅋㅋㅋㅋ

영화에 첫사랑과의 추억이 숨어있었군요. 아직 첫사랑의 흔적이 마음에 남아있나봐요. 어쩌면 마니주님에게 딱인 영화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영화는 여주인공의 첫사랑이 실패하는 얘기라고 볼 수도 있거든요. ^^
첫사랑 대신 절 떠올리며 보시려한다니, 어떤 맥락으로 해석해야할지ㅋㅋㅋ 합성된 얼굴은 떠올리지 마세요. 몰입에 방해될수도. ㅎ

li-li님이 kyslmate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li-li님의 [Li & Li] 평론가들의 도서리뷰 # 48 / 180809

... himapan 2 kyslmate/td> 4 kyunga 6 ...

두 배우의 연기가 아직도 인상깊었던 영화였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포토샵은 ㅋㅋㅋㅌ 귀여우세요 ^^

ㅋㅋ 네 그 인상 깊음에 숟가락을 얹고 싶었나봐요ㅋ

미숙하고 설레는 연애와 사랑은 이제 삶에서
죽어버린 걸 깨닫게 되는 나 같은 사람

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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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이군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