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공유의 중요성과 젊은 꼰대

in #busy8 years ago (edited)

출근 하늘.JPG

4월 13일 금요일 아침 출근하다가 문득 바라본 하늘이 오묘하여 길 옆에 차를 세우고 그 하늘을 담았다. 13일의 금요일이기도 하고 무슨 일이 벌어질 거만 같단 생각도 들었다.


매주 금요일에 담임을 하고 있는 아이들과 한주간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한명씩 돌아가며 그 주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체크아웃 서클이다. 그동안은 진행을 교사인 내가 했는데 이번엔 학생 중에 한명이 해보면 어떠냐고 했더니 흔쾌히 반장이 나서서 자신이 해보겠다고 한다. 우선 이번 주를 지나오며 가장 즐거웠던 일을 말하자고 한다. 한명씩 돌아가며 즐거웠던 이야기를 나누며 한껏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나도 한명의 반 구성원으로 참여했기에 내 차례가 돌아왔을 때 아이들과 저녁 나들이했던 일을 이야기 했다. 두번째 주제는 이번 주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었다. 급식에서 나왔던 음식부터 집에서 먹은 것, 교회에서 먹은 것 등 자신의 작은 이야기들을 참 진지하게 이야기 한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작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고 그를 모두 귀기울여 경청해주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자신이 우리 반 공동체의 일원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언젠가 영화에서 였나 드라마에서 였나인지는 모르는데 부모, 자식 간의 말다툼 끝에 자식이 "내가 무슨 음식 좋아하는 것도 모르잖아!"라며 원망 어린 말을 뱉고는 현관문을 쾅 닫고는 나가버리는 장면이 을 본 기억이 있다. 부모는 그런 자식을 잡지도 말을 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장면이었다. 서로의 사소한 부분을 알지 못 했다는 것, 가끔은 그것이 큰 원인이 되어 사람 사이를 갈라 놓기도, 국가나 민족 간의 풀리지 않는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두 개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더니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연스레(?) 3학년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3학년이 무섭게 군다는 이야기와 함께 '꼰대'라는 말이 나온다. 꼰대라하면 나의 의식으로는 5-60대 정도의 꽉 막힌 아저씨, 아줌마를 떠올리는데 중2의 입에서 중3이 꼰대라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기가 찬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뭐라하지 않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3학년들이 말 끝마다 "우리가 너네 학년이었을 때는 ~~~", "우리 때는 더 했어. 정말 세상 좋아졌네." 이런 말을 붙이며 말 소리가 큰 것, 인사를 정중히(엥?) 하지 않는 것, 자리를 비켜 주지 않는 것 등을 나무란다는 것이다. 평소 마주칠 일이 없지만 등하교길에 통학버스 안에서 그런 행태들이 이루어진고 이야기 한다. 듣고 보니 내가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 들으며 꼰대라고 생각했던 말들이지 않은가? 하는 것을 보니 꼰대가 맞다. 젊은 꼰대인 것이다. 대학생들 사이에 이런 경우가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미 중학생들마저 그러는 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나도 이 아이들에게 꼰대이지 않을까? 나이가 많으니 으레 그러려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반발하지 않을 뿐 꼰대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지금에 와서야 드러내 놓고 이야기 되는 것일 뿐 나의 학창시절에도 '젊은 꼰대'들은 있었던 거 같다.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말이다.(초등학교 때는 거의 기억이 없어서 뭐라 말하진 못 하겠는데 있었을 수도 있다.) 대학 때도, 군대 때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단체에 소속되면 꼰대가 없었던 적은 없었던 거 같다. 그 누구도 꼰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자신이 꼰대짓을 하면서도 꼰대에 대해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시집살이를 혹독하게 받은 며느리가 결국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어머니가 되듯 싫으면서도 받은 꼰대짓을 그대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결국 중3 아이들도 그 경우에 해당한다. 마치 소중한 전통과 예의범절을 지켜나가는 것처럼 본인은 여길지 모르지만 말이다. 아이들의 하소연들을 들으며 충분히 공감해 주고 사람이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 뿐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해 주었다. 그랬더니 자신들은 3학년이 되면 안 그럴 것이라 한다. 이 아이들의 다짐이 지켜지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도 꼰대짓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 보았다.


차 하늘.JPG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 길에 머리 속에 내내 반 아이들과 나누었던 젊은 꼰대에 대한 이야기가 떠나지 않았다. 퇴근 길 튀통수에서 계속 뒤따라 오는 저 미세먼지와 황사에 오염된 태양처럼...(사실 태양이 오염된 게 아니라 내가 사는 이곳이 오염된 것이지만)


집에 와서 유투브를 검색하다가 유병재가 '젊은 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강연 영상을 찾았다. 요즘엔 유투브 동영상을 찾아보는게 취미가 되었나 보다. 여튼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붙여본다.


거북토끼2.jpg

<캘리그래피를 그려주신 @dorothy.kim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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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땐 꼰대라는 말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 말을 써볼 기회도 없이 제가 꼰대의 나이에 접어들고 있는 건 아닌지..
조카들에게 하는 말을 줄이고,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자기 반성을 철저히 하는 안꼰대가 되도록 노력해야 겠어요..^^;;
재돌님 즐거운 일요일되세요!!

꼰대라는 말이 하이팅 영화에나 나오는 반항기 한껏 머금은 부모님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말이죠. 어느 순간에 혐오의 단어로 자리매김한 거 같아요. '자기 반성을 철저히 하는 안꼰대' 저도 그렇게 되는 것에 동참할게요.^^ 뜰님도 좋은 일요일 보내시길 바라요. 근데 황사, 미세먼지가 너무 심각해서 밖에 나갈 엄두가 안나네요.

중딩인 ‘젊은 꼰대’ 라는 말이 귀엽기는 한데, 어디서 본 바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혀 귀엽지 않군요.

학기 초 가정방문을 하는데 그러면서 느끼는 건 결국 아버지나 어머니의 언행을 아이가 놀랍도록 비슷하게 학교에서 한다는 거죠. 꼰대도 결국은 배운 것이겠죠.(의식적으로 가르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죠.)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 앞에서 언행에 신경써야겠다 생각하게 되요. ^^;;;

전에 이야기하던 '세대차이'가 '꼰대'라는 말로 레벨업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세대'의 기간이란 게 말도 못하게 짧아진 경향도 있구요.

'꼰대'라는 단어 자체가 단어의 형태나 어감이 너무 좋지 않아서
그 말을 듣는 대상자들은 일단 기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일단 거부감이 들다보니 '난 꼰대 아닌데!!!'라며 대화를 단절시키는 거죠.
강하게 저항하거나....
이런 생각을 하니 그냥 난 꼰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더라구요.ㅋㅋㅋ
그 단어에 대한 비호감을 줄이니 인정하는 것도 편해졌습니다.
노력한다고 해서 꼰대 이미지를 완전히 지울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상대방이 그렇게 느끼면 그냥 '꼰대'가 되는 겁니다.ㅎ
사람마다 분명 나이 차, 생각 차이가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왕 꼰대인 거 '그래도 조금은 멋진 꼰대가 되자!'였습니다.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상대방의 문화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물론 잘 안 됩니다.ㅋ

'꼰대'라는 말에 너무 비호감을 갖는 것보다
그냥 받아들이고 그 이미지를 조금은 좋게 바꾸려고 하는 게
그나마 좋은 대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꼰대라는 게 부모님을 지칭하는 마치 할아버지, 할머니를 할배, 할매라고 부르는 식의 조금은 귀여운 반항의 표현이라고 느꼈었는데요. 요즘은 혐오를 담은 단어가 되어 버렸네요. 댓글을 읽으며 마냥 꼰대짓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꼰대짓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네요. 조언을 하는 입장이 꼰대라면 충분히 그 대상이 되는 아랫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말이죠. 말이나 단어에 무슨 악의가 있겠어요. 결국 그것을 그렇게 여기는 나 자신에게 그 모든 것이 있는데 말이죠. '멋진 꼰대' 좋네요. ^^

아저씨를 비하하는 아재라는 단어에 이어 사고가 막힌 사람들을 비하하는 꼰대라는 단어...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무슨무슨 충 이라고 붙이는 비하언어들까지, 여러가지로 마음이 아픈 표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스스로 사고를 열어놓기 위해,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너무 쉽게 비하하고 모욕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

어느 순간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자유스러워지고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때 싫어하는 것을 통해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요.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록앤롤은 시끄러워서 싫고 클래식은 따분하고 재즈는 어떠어떠해서 싫고 등으로 시작해서 차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드러내죠. 어쩔 때는 좋아하는 음악은 이야기하지도 않고 싫은 음악만 나열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밝히면 그것이 공격받으면 어쩌나 비난 받으면 어쩌나 싶은 생각일까요? 아니면 싫은 것을 비난하며 공감대라도 형성하려는 걸까요?(싫은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형성되는 공감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도 아니면 비하와 모욕, 비난을 통해 상대적으로 자신을 높이고 싶은 욕망을 발현시키는 것일까요? 어쨋든 싫은 것, 비난, 혐오, 비하의 표현으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많아지고 어쩌면 그게 문화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나봅니다. 그렇게 하지 않게 생각을 나누려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선은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좋아하는 것, 존경하는 것을 밝히면서 말을 하자고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꾸려하면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요구하겠지요. ^^;;

맞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말이죠^^ 남들을 욕하기 전에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저도 모르게 그런 모습을 보인것은 아닌지, 한 번 더 돌아보는 습관을 가져야겠어요.

좋은것만 생각하고, 좋은 방향으로만 삶을 끌어가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의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런 태도로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긴 댓글 꼼꼼히 읽으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평온한 밤 보내시고 기분좋은 일 가득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 힘찬 하루 보내요!

늘 감사합니다. 힘찬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