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아이가 넷이였다면..

in #kr-mom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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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에 가끔은 내가 평생 결혼을 못 할 수도 있겠다 싶은 적이 있었다. 결혼 상대자를 만나게 되면 이 사람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거나, 첫 만남 때부터 상대방의 몸에서 빛이 나기도 한다던데 나는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을 꽤 늦은 나이까지 못 만났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신랑을 만나게 됐고,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되었다. 늦은 나이의 결혼이었기에 더 늦기 전에 아이를 낳아야겠다 싶었고 자연스럽게 첫째가 생겼다. 아이 하나는 외롭겠다 싶어 아이 둘은 있어야지 했기에 둘째는 계획하에 가졌다. 그런데 셋째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겼기에 낳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셋째 하는 짓이 너무 예뻐서 이렇게 이쁜 놈을 안 낳았으면 어쩔뻔 했을까 싶다. 요즘 우리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미운 네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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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녀석이 방학이라 주말에 집에 데리고 왔다. 동생네 아들이지만 우리 첫째 녀석보다 1년 일찍 태어나서 우리 친정 집에서는 첫 손주녀석이다. 우리 첫째와는 1년 터울이라 둘이 만나면 좋아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조카는, 올해 초등학생이 되는 우리 아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어 주기도 한다. 우리 첫째가 소리 내어 책읽는 연습을 하면 옆에서 잘못 읽은 글자를 다시 올바로 읽어주며 교정해 준다. 아이의 공부를 봐 줄 때면 버럭 나쁜엄마로 변신하는 엄마보다, 우리 아들은 친절한 형이랑 공부하는 것이 훨씬 좋은 모양이다.

네 아이가 서로 챙겨주며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시던 아버님께서 한 말씀 하신다. 하나 더 낳으면 이 모습이 우리 아이들 자라는 모습일거라 하신다. 하나 보다는 둘이 낳고, 둘보다는 셋이 더 예쁘고 좋지만 이제 생리학적으로나 경제학적으로 하나를 더 낳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나마 말귀 알아듣고 사람 구실하는 막내가 있는데, 배속에 열달을 넣고 키우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목 가누고 혼자 뛰어다닐 때까지 키워야 하는 수고를 다시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럼에도 네 아이의 예쁜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욕심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미친 척하고 하나 더 나을 걸 그랬나. 아버님도 아이들 엄청 좋아하시니 낳기만 했다면 못 이기는 척 키워 주셨을텐데..

시댁에서 올라오는 차에서 신랑한테 물어본다.

자기야? 우리가 만약 더 일찍 만나서 아이를 빨리 낳아더라면 네명도 낳았을까? 자기는 넷째도 낳았을 것 같아?

아이 세 명을 키우는 것은 느낌 그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입히고, 씻기고, 먹이는 단순한 육아와는 다른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수많은 시행 착오를 포함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요즘 아이들이 서로 챙기고, 싸우고, 또 노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 그 모습이 하도 예뻐서하나 더 낳았어도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들기도 하니 나이 먹어 주책이다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오늘도 아이 하나 키우는 지인에게 열혈 잔소리를 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빨리 하나 더 낳으라고..애 낳아키우는데는 때가 있는 법이라고.. 그 때가 지나면 만약에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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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십니다.

너무 귀엽네요 :) 힘들기도 하시겠지만 즐겁고도 행복한 일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

저희집은 둘인데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완성체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ㅎ 요즘 둘째가 정말 눈에 넣어도 안아플 정도로 예쁜짓만 골라서 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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