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지진 당시 가장 슬펐던 것.

in #kr8 years ago (edited)

2015년 4월 25일은 네팔에서 규모 7.9의 대지진이 있었던 날입니다. 그날 저녁에 좀 참담했던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네요.

네팔 내무부에서 가스를 쓰지 말라고 해서 밥을 할 수 없어 과자와 음료수 등으로 저녁을 먹고 있는데 비행기 소릴 들었어요. 네팔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트리듀번 공항 근처에서 살고 있어서 비행기 소리를 항상 듣는데, 공항이 폐쇄되었는데 왠 비행기지? 싶었죠. 비행기 착륙한 지 30분 지나서 라디오 뉴스에 나오더군요. 인도 구급대가 방금 인도 군용기를 타고 도착했다고. 그게 여섯 시 반 정도였어요.

인도 모디 수상도 반둥회의 60주년 기념식 때문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외국에서 옆나라에 큰 재난이 닥쳤다는 보고를 수상이 받고 재난 대응팀 출동을 했는데 여섯 시간 걸린거에요. 델리 도심에서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까지 한 시간 넘게 걸려요. 그리고 델리에서 카트만두까진 일반 여객기로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군용 수송기는 훨씬 느리죠. 그렇게 느린 나라라는 걸 감안하면 거의 번개 같은 대응이었어요. 그리고 그 조금 뒤에 중형 헬기 여섯 대가 날아오더군요.

국가 시스템에선 한국보다 한 수 아래일꺼라고 생각했던 인도의 구난 체계가 작동하는 걸 보는게 가장 힘든 순간이었어요. 재난에 대한 공포 같은건 느끼지 못했는데, 인도가 그렇게 신속하게 행동하는 걸 보고 조용히 찌그러져서 울었어요. 딱 일년전에, 한국 사람들에게 잊혀질 수 없는 일이 있었잖아요.

2014년 4월 16일 어느 나라의 대통령은 300명이 탄 배가 침몰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7시간 동안 행적이 묘연했었잖아요. 그런데 인도는 옆 나라에 재난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재난 발생 즉시 받고 그 즉시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투입했던거에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다고 하는 나라의 내무부는 기본적인 수준의 재난대응은 하고 있었고, 역시 가난한 걸로는 수위권인 인도가 옆 나라에서 재난이 벌어졌는데 즉각 대응팀을 출동시킨거죠. 전 그게 서럽고 분하고 억울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날 토요일이라고 한국 대사관은 휴무였는데... 주 네팔 대사관에도 비상이 걸렸죠. 그래서 다들 출근했었는데... 나중에 이야기 듣고 확 깼던게... 이 분들, 안전지대에 지진대책본부를 마련하는 것부터 하지 않고 본국에 보낼 보고서부터 쓰고 있었답니다. 계속된 여진으로 벽돌 떨어지는 대사관 건물에서 말입니다. 보고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이나 보나마나한 이야기였죠. 여튼 그 덕에 네팔에 거주하고 있음을 신고한 한국인들의 상태 확인은 그날 자정 정도가 되어서 끝났죠...

7시간동안 멍 때리고 계셨다는 분의 이야길 들으니 그때 생각이 나더군요... 상상초월하는 분이 윗대가리가 되는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셈이라고 할까요...

Sort:  

제가 그때 출장을 갔었는데 한국 영사관은 씹어도 씹어도 계속 씹혔죠. 카트만두 처음 떨어졌을 때 공항 나와서 인도 버스가 강가에 줄지어 서서 자국민들 실어 나르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네팔 한국 대사관에 정직원이 다섯인데... 보통 그런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PTSD 유병율이 23~35% 정도 됩니다;;; 인도와 중국은 그때 네팔을 두고 경쟁을 벌였었구요...

지금 밝혀지는 당시 이야기들을 들으면 청와대가 도대체 어떤 상태였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일썰에 의하면 비선실세 교체기였다고;;; ㅠㅠ

슬픈현실이군요... 매번 일어나는데 왜 안바뀌는지,,,쩝

그래도 주 네팔 한국 대사관은 네팔어가 능숙한 분들이 좀 있어서 잘 챙긴 편이라는 게 함정이죠;;;

정말 지금 생각하면 아득한 순간이셨겠습니다. 글만 읽고 있어도 그 상황이 떠오르는 것 같네요.

워낙 험한 꼴을 많이 봐서 지진 자체로 인한 공포 같은 건 거의 느낄 일이 없었는데... 인도만도 못한 나라라는 생각이 드니까 슬프더라구요...

이미 개판이라서 더 기대할 것도 없는데 아주 기적인게 한두가지 아니예요. 정말로

안전과 관련된 이야길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할텐데 말이예요.. ㅠ

지금까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합니다만... 이게 터질 준비가 된 폭탄들이 너무 많아서;;;

저는 국가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말하던 그 발언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그냥... 난 왜 한국인이지? 이런걸 국가에서 보호해주지 않으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디서 어떻게 보호 받아야하는거지? 라는 생각에 참담하더라구요.

416그날은 온 국민에게 상처로 남겨진 날 같아요.

구명조끼를 실내에서 입게 한 것부터 황당했었어요... 그거 보고 청해진 해운은 한 번도 해상 대피훈련을 해본 적이 없구나라고 확신했는데... 애들에게 구명 조끼 입혔는데 왜 구조를 못했냐고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거보곤 정말...

보낼 보고서부터 쓰고 있었답니다. > 이 부분에서 갑자기 확 올라오네요. '이게 나라냐'라는 카피는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조의 기본 원칙은 본인들이 안전한 곳부터 확보한다는 건데... 대사관 건물 앞 뒤에 텐트라도 치고 장비들 빼내놓고 야전 사령부를 구축했어야 할텐데... 그 조치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거죠. 청와대 승인이 없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없도록 청와대에서 잠만 주무시던 분이 만들어놨으니;;;

제목을 보고 예상했던 것과 다른 내용이 펼쳐져 있네요. 윗대가리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WARNING - The message you received from @steemitag is a CONFIRMED SCAM!
DO NOT FOLLOW any instruction and DO NOT CLICK on any link in the comment!
For more information, read this post: https://steemit.com/steemit/@arcange/scammer-reported-steemitag
Please consider to upvote this warning if you find my work to protect you and the platform valuable. Your support is welcome!

The Vote For Your Awesome Post Has Just Arrived!


This post has been voted with the use of SteemiTag. Feel free to upvote this comment if you’d like to express your support for our cause. Conversely, if you don’t want to receive any more votes from SteemiTag, please respond to this comment by writing NOVOTES.

SteemiTag is an innovative program that helps users increase their gains in the curation rewards by voting on posts that are likely to get high payouts. It maximizes the chance of a user to be rewarded through an accurate selection algorithm that works 24/7 and eliminates "no rewards" problem for users with low Steem Power. You can participate in our program by clicking on this link and confirming your delegation. Your rewards will be sent to you in the form of weekly dividends. Thank you and keep up with your great work!

댓글에 포함된 링크를 열지 마시기 바랍니다.
스팀 파워를 임대하는 코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넵.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