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남자친구, 나의 스무 살
사실 아직 내 스무 살이 다 지나가진 않았지만 문득 고백하고 싶어졌어. 오빠가 언젠가 내게 말했지, 성인으로는 처음인 스무 살이 오빠로 인해 반짝거리는 시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덕분에 매일이 반짝여. 오빠, 나의 스무 살을 빛나는 시간들로 채워줘서 고마워. 나는 오빠를 보며 매일같이 나의 스무 살을 느껴. 그만큼 오빠는 나의 일상이 되어있어. 별 것 아닌 일상도 함께하면 이렇게나 따뜻할 수 있구나 싶어. 내가 보내는 시간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 라서 너무 행복해.
있지, 나는 오빠랑 함께 있으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고, 그것들을 사랑하게 되었어.
오빠는 나에게 꽃을 받을 때의 기쁨을 알려주었어. 어떤 꽃이 가장 네 눈에 향기롭게 담겼기에 나에게 안겨주었을까 생각하면 입술이 비죽 올라가. 꽃집에 들어서서는 누구에게 선물할거냐는 질문에 여자 친구요, 라고 답했을 네 얼굴, 네 표정, 네 눈과 목소리, 모든 것이 흐드러지는 꽃향기로 스며들어와. 그래서일까 오빠가 준 꽃은 지는 모습마저 아끼게 되더라. 꽃이 얼마나 향기로운지, 어떤 모습으로 지는지 알려줘서 고마워.
포옹의 따뜻함을 알게 되었어. 살갗의 접촉은 체온 이상의 것을 전도하더라. 코끝에 내려앉은 추위, 조각조각 날아가는 뿌연 입김 아래로 차고 건조한 바람조차 파고들기를 포기하고 마는 좁은 틈새. 얼어붙은 내 손을 들어 포개어 잡고 입가로 가져가 호호 불어줄때의 네 손과 숨결의 온기까지. 오빠는 추위를 싫어하는 내가 그를 명분삼아 더 꽉 안고 싶은 욕심이 나는 사람이고, 몇 번이고 손을 잡고 싶은 사람이야.
오빠는 계절의 변화를 더 실감나게 해줘. 나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오빠의 옷차림을 사랑해. 짧아지고 길어지는 소매를 사랑해. 옷에 코를 묻고 숨을 들이쉴 때 옅게 나는 냄새까지도. 함께 걷는 길에서 나는 계절들의 냄새에 대해 이야기하며, 같은 계절의 냄새를 함께 맡고 있다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어쩐지 짧게 숨 들이마시고 내뱉으면 웃음 나는 재채기처럼 간지러워져. 괜히 그런 기분이야, 함께 계절을 난다는 건. 계절의 변화를 함께 온 몸으로 느낀다는 건.
사실 가끔 두려울 때도 있어. 비슷한 데이트들의 연속이, 혹여 같이 있는 시간을 질리게 만들지는 않을까 싶은 걱정이 주는 두려움. 익숙함에 물들어 처음과는 달라지는 태도가 좀먹는 서로 간의 대화에 대한 두려움. 조금 더 미래에도 오빠가 나와 함께 있을까, 와 같은 미래의 불확실함에서 찾아오는 두려움.
하지만 오빠, 이런 두려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전에 하지 못한 것들에 도전하고 나아가게 하는 나의 용기이고 하루가 끝날 무렵 찾아오는 내 모든 아쉬움이야. 그래서 우리는 같이 새로운 경험들을 더 쌓으려하고 서로의 마음에 귀 기울이잖아. 우린 아직 서툴고 어리지만 서로를 위해 채워지려 노력하잖아. 나는 그게 좋아.
서로 아쉬운 점을 말하고,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아가 조금씩 더 커가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내 응석과 투정의 대상이 오빠이고 그걸 받아줘서 고마워. 가끔 내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면 말없이 안아줘. 그 이유가 오빠 때문이었다고 하더라도,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벅차니깐. 아직도 나는 오빠가 웃으며 입맞추어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일 때의 표정과, 말투와, 전해지는 온기에 몸이 저려오고 마니깐. 서로 너무 많은 것들에 두려워하지 말자. 두려워할 시간에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시간의 원인이 당신임을 사랑하자.
그러니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건 또 한 번의 고백이자 이번에는 내가 하는 고백이야. 내게 찾아와줘서 고마워.
출처 : 고려대학교 대나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