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꺼낸 말이다. 가상화폐의 투기적 열풍에 문제가 있지만, '중립적 기술'로서의 블록체인은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뜻을 담은 정치적 수사(Rhetoric)이길 바란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저 말을 믿는다면 사태가 심각하다. 과학기술 정보통신 정책의 수장이 블록체인이 어떤 동기(motive)들이 모여서 작동하는지를 모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론 블록체인을 매우 좁은 뜻으로 해석하여 사설 블록체인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금 블록체인을 두고 '극적인 혁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사설 블록체인'에나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작동하는 이유는 기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블록체인은(이 글에서는 공개 블록체인을 지칭하는 의미로 쓰겠다) 겉모습은 기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적 동기에 의해 작동하는 사회기술시스템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적합하다. 왜냐하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래를 하려는 당사자들의 동기도 사회경제적이고, 그 거래를 보증하는 공개 장부를 저장해 두려는 동기도 사회경제적이고, 그 공개 장부를 담은 '블럭'을 만드는 권한을 받기 위해 '문제풀이'에 참여하는 노드들의 동기 역시 사회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동기란 결국 보상이며 그 보상이 없다면 그들의 동기는 사라지고, 공개 블록체인은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그 보상은 어떻게 작동할까? 사토시 논문의 진짜 가치는 여기서 드러난다. 블록체인이 작동하기 위한 보상으로서의 '포인트' 같은, 어쩌면 다른 종류의 서비스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내공 점수 같은 그것을 '화폐'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 고안은 전경과 배경이 역전되었고, 논문의 제목 역시 '공개형 블록체인'의 작동 원리에 대한 것이 아니라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에 대한 논문으로 바뀌어 버렸다. 사토시 논문은 공개형 블록체인이 거래 장부를 보장하는 원리를 기술적 방법이 아니라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의 사회경제적 동기들의 균형점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시스템 위에서 찾아냄으로써 진짜 혁신을 이룬 것이다.
블록체인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원리도 기술적인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은 그 내용이 공개되어 있으므로 언제나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변조함으로써 이익을 얻으려는 노드들이 블록체인에 보관된 공개장부들을 변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의 기대값 보다 크다면, 공격자들은 블록체인을 공격하려 할까? 물론 블록체인의 방어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거래 규모가 큰 공격을 노려서 공격하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차피 도둑은 부자를 노리는 것이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공격자들이 그것이 발생할 것을 미리 알거나 그런 거래의 발생과 동시에 알게 된다 하더라도, 공격의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장부 방어 메카니즘은 공격자들을 이겨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가 도둑들의 소굴이 되어 장부 조작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렇게 도둑들의 소굴이 된 블록체인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의 가치는 시장 메카니즘에 의해 하락하며, 이는 블록체인을 장악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들인 도둑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이는 마치 도둑들이 돈을 모아서 은행을 설립하더라도, 돈을 빼돌릴 수 없는 이유와 같다. 블록체인이 안전하게 되는 원리는 '기술적으로' 암호를 풀기 어렵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이유에서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는 '암호 화폐'라고 불리기에 좀 애매한 측면을 갖고 있다.
블록체인은 기술이 만들어낸 화폐 서비스 위에서 사회경제적 동기들이 균형을 이룸으로써 작동한다
가장 단순한 블록체인 서비스로 볼 수 있는 비트코인의 경우, '온라인 화폐'라는 오직 하나의 서비스만을 제공하며, 그 네트워크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동기는 그 하나의 서비스 위에서 균형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매우 아름다운 균형이며, 모든 것을 화폐 가치로 환원시키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메카니즘을 닮아 있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동기는 모두 '화폐'를 얻는 것으로 환원된다.
하지만 이더리움의 경우 그것을 확장한다. 온라인 화폐라는 서비스 위에, '스마트 컨트랙'이라는 화폐교환 거래의 다양한 형태를 서비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확장성을 허용한다. '스마트 컨트랙'은 '연산', '조건', '루프', '데이터 혹은 데이터 구조체', '데이터베이스', '통신'이라는 현대 컴퓨팅의 모든 요소를 충족시킨다. 그런 이유에서 이더리움은 스스로 '컴퓨팅 플랫폼'이 되었다. 그리고 그 컴퓨팅 플랫폼 위에서 사회경제적 동기들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메카니즘을 블록체인으로 작동시킨다.
블록체인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를 인정해야 한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이코노미를 작동시키는 근원적 에너지다. 이는 화폐에 대한 욕망이 화폐교환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근원적 에너지인 것과 같다. 가상화폐를 빼고 블록체인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화폐경제 시스템을 빼고 화폐 제조 기술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위변조할 수 없는 지폐 제조기술의 가치가 화폐의 가치를 대신할 수 없다. 가상화폐를 욕하고 블록체인을 옹호하는 주장은 정치적 수사로서는 받아들일만 하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 주무 장관이 그것을 정말로 믿고 있는 거라면, 우리가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다.
이건 네이버 다음 메인에 올라가야할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훌륭한 글...
감사합니다. 제가 그 뉴스를 보고 너무 낯이 뜨거워 쓴 글입니다^^
음... pow방식의 경우에는 컬러드코인을 적용하지 못하는게 올라가는 자산들의 크기가 네트워크 총 컴퓨팅 파워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왜 51퍼센트 공격의 동기가 생길수 있다는 주장이 틀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