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변산 |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in #bus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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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주', '박열'로 이어지는 이준익 감독의 청춘 시리즈 완성작(?) '변산'을 드디어 봤다. 이준익 감독과 애정하는 배우 김고은, 박정민이 상영 후 마지막 GV(Guest Visit : 관객과의 대화) 홍보를 진행한다는 소문을 듣고 간만에 신촌 나들이. 극장 건물은 유치권 분쟁 해결 나지 않았는지 일대가 여전히 폐허다. 팬클럽 행사장을 방불케한 영화 <변산>의 GV 행사장 분위기 이상으로 낯설었던 금요일 밤 10시 신촌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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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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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뽑기 가게, 중국어 간판 화장품 샵, 새 주인을 찾는 임대문의 글자들...


변산, 폐허의 시공간을 채우는 노을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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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수는 홍대에서 활동하는 '쫌' 알려진 래퍼다. 편의점과 주차장에서 일한다. 고시원 침대에 누워 랩을 쓴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래퍼의 한방 TV 오디션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그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것, 학수는 여직 청춘에 머물러있다.

가족과 고향을 버리고 시작된 상경 십년차. 어느덧 서울의 달이 되어버린 학수가 우연히 고향 친구들을 만난다. 그리고 병든 아버지의 소식을 듣는다. 그 전화 한통으로 학수는 절대 다시 찾지 않겠다 다짐했던 고향을 찾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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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 밖에 없네.

그랬던 고향 변산은 과거와 현재의 학수가 정면으로 마주하는 마법의 장소가된다.

소년 학수는 아버지를 증오했다.
이제, 늙고 병든 아버지를 만난다.

소년 학수는 예쁜 소녀를 사랑했다.
이제, 여전히 아름다운 첫사랑을 만난다.

소년 학수는 빼어난 시인이었다.
이제, 그의 습작 시를 훔쳐 등단한 교생 선생을 만난다.

소년 학수는 뜨거운 싸움꾼이었다.
이제, 지금은 지역 대표 건달이 된 어릴적 꼬붕 친구를 만난다.

소년 학수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이제, 그를 짝사랑했던 그녀를 만나 다시 기적같은 삶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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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수를 사랑했으나 그 시절 존재를 전하지 못했던 소녀 선미가 고향을 지키고있다. 꼬마 시인 학수를 동경하던 그녀는 등단 작가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탕아 학수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정면을 마주하지 못한채, 늘 피하고 도망다니는 학수에게 세차게 뺨을 날려준다. 스크린에 집중하던 많은 관객의 뺨이 얼얼해졌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많이 아팠다.

박정민, 김고은, 장항선, 고준, 신현빈, 김준한, 배제기, 최정헌, 임성재...

배우들의 기막힌 열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흥행에 참패했다. 30번 본 관객이 GV에 와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팬덤 영화임에도 아직 누적관객수 50만을 넘지 못했다. 훌륭한 배우들에게 미안하다는 이준익 감독이 웃으며 쿨하게 마무리 인사를 전한다. 손익분기점은 영 가망이 없는듯 하지만 즐겁게 만들었으니 이 순간을 즐기자고.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 젊음을 알고, 사랑을 알고, 그래서 그것을 알려주려 강요하면 비로소 진정한 꼰대의 시절이 시작되겠지. 이 영화는 지금 이 순간의 청춘들을 위로하는 영화가 아니다. 젊음과 사랑의 폐허를 추억하는 과거의 청춘들을 위한 영화였다. 20대에도 뒤지지 않을 패션으로 GV 행사장을 찾은 이준익 감독님께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흥행도 성공해서 박정민(학수)이 직접 썼다는 랩이 더 많은 청춘들에게 들려질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선미(김고은) 언니~ 뺨 때려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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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그렇지만
영화에서 흥행이란 참 어려운 거 같아요

김고은씨를 저렇게 보니 또 새롭네요.. ㅋ
반갑고 ㅋ

도깨비의 그녀와 전혀 다른 매력이... 이 영화 찍느라 8kg 찌웠다는데 다시 완벽 다이어트 성공해서 행사장 홍보를... 프로는 달라요 ㅋ

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고마워요~

생각보다는 너무 흥행에 참패했군요.. 이준익 감독이면 기본은 보장되는건데...

이제 이쪽판도 투자비가 기본 보장의 근거가 되는... 열연한 배우들에게는 많이 아쉬운 영화에요. ㅠㅠ

흥행에는 어느정도 운이 따라줘야하나봐여 ;; ㅠㅠ 아쉽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