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짜이즈 예나 조나 50밀리 Carl Zeiss Jena Sonnar 50mm f/1.5

in #carl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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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adapted from Yeong Victor

원래 트리플렛 구조의 렌즈디자인은 천체관측용 망원경에 즐겨 사용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디자인을 1893년 영국의 Dennis Taylor가 광학 사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하여 쿠크 트리플렛 (Cooke Triplet)라고 알려진 디자인으로 특허를 내게 된다. 그는 단지 3장의 렌즈만을 이용해서 당대 가장 큰 문제였던 광학수차를 제어하는데 성공한다. 이 트리플렛 구조는 당시 사진기용 렌즈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짜이즈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Paul Rudolph는 1896년 기존의 트리플렛 구조를 응용하여 6장의 광학유리로 대칭형 구조를 이룬 더블 가우스(Double Gauss) 형태의 플라나 (Planar) 렌즈 디자인을 처음 발표한다. 하지만 당시는 아직 렌즈 코팅이 발달하기 전이었고 많은 광학유리의 사용으로 인한 난반사가 문제가 되어 원하는 화질을 끌어내지 못하게 된다. 이후 1902년 그는 이 트리플렛 구조를 다시 발전시켜 테사 (Tessar) 렌즈를 개발하게 된다. 그는 트리플렛 구조에서 굴절률을 개선하기 위하여 마지막 렌즈를 2개의 광학유리를 접합하여 대체하였고 결과적으로 3군의 렌즈로 공기접촉면을 6면으로 최소화하여 화질 향상을 얻었다. 당시 이 디자인은 성능이 좋았을 뿐 아니라 제조원가도 적게 들었기 때문에 오랜 기간 사랑받는 전설적 렌즈로 등극하게 된다. 오랜 개량을 거듭하여 1930년대에는 최대개방 조리개를 f/2.8까지 올리게된다. 하지만 이 테사는 광학구조상 더이상 밝은 렌즈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었다.

1929년 Ludwig Bertele는 더욱 밝은 렌즈를 개발하기 위하여 무려 3,200장의 달하는 방대한 수식계산과 메모의 연구노트를 통하여 Sonnar 를 개발하고 독일 특허청에 특허를 등록한다. 이 Sonnar라는 이름은 독일어 Sonne에서 유래하였고 이는 태양을 의미한다고 한다. 원래 이 이름은 테사와 유사한 구조의 Sontheim am Neckar의 Nettel Camerawerke에서 사용하던 용어였으나 이 회사가 Contessa-Nettel로 합병하고 다시 Zeiss-Ikon에 다시 합병됨에 따라서 해당이름을 짜이즈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렌즈는 조리개 f/2.0으로 3군 6매로 개발되어 당시 개발된 Contax I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Planar와 비교하여 광학수차는 조금 더 컸지만 공기접촉면을 최소화한 디자인으로 인하여 콘트라스트가 더욱 향상되었고 플래어 발생도 훨씬 적었다. 하지만 테사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광학수차가 더욱 작았고 더욱 밝은 조리개를 만들 수 있었기에 큰 각광을 받게 된다. 그리고 또 얼마 뒤 그는 조리개 f/2.0을 가지는 조나의 후면 렌즈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재설계하여 당대에 최고의 밝기를 자랑하는 조리개 f/1.5의 조나를 새롭게 개발한다. 당시 이 설계가 얼마나 놀라웠는지 선발주자였던 라이츠는 화들짝 놀라서 Taylor-Hobson을 통해 겨우 제논 50밀리 f/1.5 렌즈를 개발할 수 있었다. 당시 코팅이 발달하지 않아 원하는 밝기의 렌즈를 만들기 위해서 구경을 늘리고 렌즈의 매수를 늘리면 필연적으로 내부난반사를 조절하기 어려웠는데 그는 천재적인 솜씨로 굴절도가 높은 광학유리 3매를 동시에 접착하는 방법을 통하여 공기와 접촉하는 면을 6면으로 최소화하고 광학수차를 극복하였다. 초기 버전은 회절을 피하고자 조리개가 f/8로 제한되었지만, 곧 f/11까지 확장되었다. 조나는 당시 짜이즈에서 가장 밝은 렌즈였고 렌즈의 구조상 코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짜이즈의 T 코팅은 1935년 Jena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Alexander Smakula가 처음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광학유리는 종류에 따라 투과하는 빛의 손실분이 4-8% 정도 되었고 이 때문에 완성된 렌즈는 종류에 따라 거의 50% 이상의 광량을 소실하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그는 Transparent 라는 의미의 T 코팅을 발표하며 렌즈를 투과하지 못하고 반사되어 사라지는 빛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후 그는 기존의 코팅을 개량한 멀티코팅을 도입하며 T* 라는 마크를 부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멀티코팅은 난반사를 억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고 이것은 결국 렌즈 디자인의 변화와 함께 회절현상을 개선하여 다시 조리개 f/22의 조나를 개발하는데 이르게 된다.

1935년 발매된 짜이즈의 렌즈가이드북을 보면 조나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조나는 독일의 광학기술이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입니다. 조나는 모든 사진가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것입니다. 조나는 특징적인 3군의 설계로 전면과 후면은 볼록렌즈 구조로 되어있고 두번째 군은 전면을 향하고 있습니다. 공기 접촉면이 6면으로 빠른 셔터속도를 필요로 하는 것에 부합하여 4개에서 7개의 광학유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리개 f/2의 조나의 경우 필름면과 전면 유리의 거리가 단지 카메라가 무한대 위치에 있을 때에 비하여 단지 1.1.5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매우 큰 장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렌즈의 길이가 짧아 휴대에 매우 쉽습니다.”

Generations

1932년, CZJ 무코팅, 니켈, 필터나사선 없음, 최소조리개 f/8, 200g, 시리얼번호 1374171부터 시작
1934년, CZJ 무코팅, 니켈, 필터나사선 없음, 최소조리개 f/11, 160g, 경통길이 4cm
1935년, CZJ 무코팅, 크롬, 필터나사선(40.5mm), 170g, 조리개링이 앞으로 이동, 경통길이 4.5cm, 시리얼번호는 1660301로 시작, 전전형 중 가장 대표적인 모델
1941년, CZJ 코팅, 크롬, T마크 없음
1942년, CZJ 코팅, 크롬, T마크 있음
1943년 CZJ 코팅, 알루미늄, T마크 있음
전쟁기간 중 부품 수급이 어려워서 되는데로 4,5,6번 형태가 마구 뒤섞여서 생산, 개중에는 황동이 섞여있는 것도 있으며, 100% 알루미늄으로 130g 이하 렌즈도 있음. 전전형 코팅은 구하기 매우 어려움.
1946년 CZJ 코팅, 알루미늄, 알루미늄, 최소조리개 f/16-f/22, 시리얼번호는 3051301부터 시작
1950년 Zeiss-Opton, Oberkochen에서 생산. 크롬경통, 170g, 최소 조리개 f/16, T마크 있음
1951년 조리개링이 블랙, 최소조리개 f/22, 시리얼번호 47000부터 시작 (Oberkochen 생산렌즈는 전후 시리얼번호 10,000부터 다시 시작함)
1953년 Carl Zeiss, 최소조리개 f/16으로 고정, T마크 생략, 가장 성능이 좋은 버전으로 알려짐, 발삼이 자주 발생하므로 주의 요함
이후 이 디자인은 Contarex 용 조나로 개선되어 옮겨가고 조나 역사상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는 렌즈로 인식되고 있다.

Review

사진기를 호주머니에 찔러넣고 다니는 나에게는 렌즈를 선택할 때 길이가 짧다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물론 조리개가 너무 밝지 않은 광각렌즈라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즐겨하는 50밀리에서는 역시나 렌즈의 길이가 휴대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밝은 조리개를 가진 50밀리 렌즈가 몇몇 있기는 하지만 늘 함께하는 것은 조리개 f/2.8의 엘마 또는 f/3.5의 엘마다. 침동이 되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기 편하기 때문이다. 조리개 f/2의 주미크론만 하더라도 카메라 가방 없이는 호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게 쉽지 않다. 물론 겨울철에 주머니가 큰 외투를 입고 다니면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 큰 불편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역시나 신경이 쓰이는 문제이다. 그러던 차에 콘탁스용 조나가 꽤 짧은 길이를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조리개 f/1.5의 조나는 주미크론 50밀리보다 오히려 더 짧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별 생각 없이 지내다 문득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내가 원하는 기준에 안성맞춤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는 분을 통하여 칼 자이즈 예나에서 생산된 무코팅 조나를 구하게 되었다. 시리얼 번호가 2187656 그러니깐 1937년에 생산된 렌즈다. 벌써 80살이 넘은 무시무시한 할아버지 렌즈인 셈이다. 처음 조리개 f/1.5의 조나가 생산된 것이 1932년이니 슈나이더의 제논보다 4년 더 빨리 생산된 렌즈이고 이 렌즈가 나오고 나서 1년 뒤에 라이츠사는 조리개 f/2의 주마를 생산하니 당시 짜이즈의 광학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새삼 엿볼 수 있다. 렌즈를 꼼꼼히 살펴보니 내부에 먼지 몇 점이 있을 뿐 상당히 상태가 좋은 렌즈였고 뜯은 흔적도 없고 렌즈 앞뒤의 시리얼이 모두 일치하고 있는 구하기 힘든 상태의 좋은 렌즈였다. 라이츠의 렌즈들은 보통 화면 중심부는 해상력이 꽤 높고 주변부로 갈수록 급격히 화질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이 짜이즈의 조나는 중심부 해상력은 라이카보다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평균 해상력은 더 우위에 있으며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갈 때의 그 변화가 매우 완만하여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인상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차를 훨씬 더 잘 억제하고 있어서 배경흐림이 더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플라나 50밀리는 그 설계의 특성으로 중심부와 주변부의 성능 차이가 극도로 줄어 들어있는데 반하여 조나는 적당한 수준이어서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덕분에 요란한 배경흐림을 보여주는 라이카의 주미타, 주마릿, 주미룩스 등의 초기 렌즈와 비교하여 더욱 아름다운 사진을 보여주며 이 독특한 아름다움과 개방조리개의 높은 해상력 탓에 당대의 많은 유명 사진작가들이 라이카 바디에 어댑터를 이용하여 이 조나 50밀리 f/1.5 렌즈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라이카 렌즈의 회오리 보케를 단 한 번도 좋아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짜이즈의 묘사가 더 반갑게 여겨진다. 아직 사용경험이 더 쌓여야겠지만 동시대의 라이카 초기 렌즈들이 전반적으로 섬세하고 입체감이 좋은 톤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면 짜이즈는 더욱 해상력이 높고 왜곡이 적은 완성형의 렌즈를 위해서 노력했다는 인상이 든다. 실제로 라이카 렌즈들은 1950년대 이후에 생산된 렌즈들이 지금 기준에서 보아도 컬러밸런스가 어느 정도 잡혀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짜이즈 렌즈들은 초기형부터 상대적으로 더 좋은 컬러밸런스와 보이는 대로의 정확한 색을 재현하는 능력을 갖췄다. 아마도 중형 카메라의 생산을 더 열심히 했던 짜이즈로서는 이러한 카메라들의 퀄리티를 최대한 따라가기 위한 객관적 성능향상에 더욱 골몰했으리라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아무튼, 라이카는 카메라 회사고 콘탁스는 렌즈회사라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난다. 그러다보니 이 초기형의 무코팅 조나를 쓰면 쓸수록 드레스덴에 떨어진 연합군의 폭격으로 회사가 박살 나지만 않았더라도 그리고 독일 분단으로 인하여 회사가 절반으로 쪼개지지만 않았더라도 하는 아쉬움을 계속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렌즈에 전용 필터를 하나 장만해주고 오래도록 아껴 써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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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흥미로운 포스팅 감사 합니다. 자이즈 50mm 1.5 옵톤 조나를 가지고 있는데 47000 대 nr 이고 T코팅 f16 렌즈에 은색 조리개링 입니다. 본문대로라면 50년과 51년 모두 포함되는 것 같은데 50년에 제작된 것이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