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6)

in #coinkorea6 years ago

여섯번째 이야기 _ 해외여행 조작단

사무실의 시계는 1시로 다가가고 옆자리에서 무엇인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정답! 뉴질랜드!”, “정답! 정조!”
자세히 들어보니, 임대리가 라디오 퀴즈쇼에 빠져서 주변에 누가 있는 것도 모르는 듯 열중해 있다.
“저 선배님! 그건 무슨 방송이에요?”
“응. 세계로 가는 직장인 퀴즈쇼인데. 정말 재밌어. 같이 들어볼래. 이 퀴즈쇼에서 이기면 미국행 여행상품권도 주고. 또 다른 부상품도 많고 하하하.”
약간 여성적이고 업무 할 때는 항상 소심하던 임대리도 퀴즈쇼에 빠져있을 때면 꼭 멋지고 열정적이다. 그래서 훈남 같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선배님. 직접 퀴즈쇼에는 참가 않하세요? 우승해서 미국 여행도 가고 좋잖아요?”
“난 푸는 건 잘하는데 방송은... 너만 알고 있어. 사실 난 방송 울렁증이 있어서 누구 앞에 나서면 가슴이 뛰고 하얗게 세상이 변한다고 할까? 어디 나서는 건 잘 못해. 난 약한 남자잖아!”
임대리의 여성스러운 목소리는 내 정신을 확 깨어나게 했다.
‘아∼. 임대리는 성격적으로 좀 힘들거야.’

임대리와 커피 한 잔을 하려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데 생각이 났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 살다보면 갑자기 생각지도 않았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 길을 걷다가 바닥에 뭔가 있는 것 같아 유심히 살펴보니, 여러 번 접어놓은 오만 원짜리 지폐가 있는 걸 발견하는 그런 순간이랄까?
‘라디오 퀴즈쇼에 참가하는 것은 어떻까? 우승을 해서 미국행 티켓을 부장님께 드리는 거지.
그리고 그동안 우리 모두 휴가를 같이 가는 거야! 박부장님도 본인이 휴가 가는데 부하직원들 휴가 간다고 뭐라 하진 않겠지.
그래 빨리 선배님들을 설득해보자. 아! 기다리던 여름휴가! 나도 민정이와 함께. 유럽으로’

내가 아이디어를 내자, 임대리는 정말 좋은 생각이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직원들을 하나둘 끌어 모았다.
“여러분 그동안 휴가 못 가고 고생이 많으셨죠. 우리가 휴가를 갈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제가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있잖아요?”
“아! 임대리 맨날 듣는 그 라디오 퀴즈.” 옆에서 고 과장이 묻는다.
“네. 맞아요. 거기에 우리가 참가해서 미국행 비행기표와 냉장고를 받는 거예요. 그래서 미국행 비행기표는 부장님께 드리고, 냉장고는 우리 사무실에, 어떠세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부장님이 기러기 아빠시잖아요. 그래서 집에 가봐야 맨날 할거 없으니까 야근만 하시고, 이럴 때 우리가 부장님을 미국 에 있는 가족과 함께 만날 수 있게 퀴즈쇼에 참가해서 우승을 하는거에요. 부장님 미국에 가시면 우리도 편하게 여름휴가를 갈 수 있고 좋잖아요?”
“근데 부장님이 비행기표를 드린다고 순순히 미국에 가실까요? 비행기표 문제라면 우리가 돈 모아서 그냥 사드릴 수도 있잖아요!” 여직원 한 명이 의문이 생긴 듯 묻자 임대리가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회사 홍보를 위해 부장님이 대표로 퀴즈쇼에 참가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거죠. 그래야 부장님도 기분 좋게 우승상품으로 미국에 가실 수 있구요. 그 대신 우리가 우승할수 있게, 옆에서 답을 가르쳐 드리는 거죠. 어떻게 생각세요?”
모두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다가 웃기 시작한다.
“그래 우리 모두 파이팅!” 옆에서 가만히 듣고있던 고 과장이 선창 하자. 모두들 따라 한다. 사무실은 모처럼 들뜬 분위기로 바뀌고 우리들의 여름나기의 시작을 알리는 함성이 팍팍한 이곳을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