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제논네트워크라는 이름의 아주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시작되었습니다.
EOS 텔레그램 공식 채팅방에서도 최근 핫이슈가 된 프로젝트인 제논네트워크(XenonNetwork) 입니다.
갑작스런 EOS 펌핑이 있기 직전인 9월 27일에 비즈니스 와이어에도 기사로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제논네트워크는 "세상에서 가장 진보된 블록체인, 가장 널리퍼진 토큰"을 표방합니다.
와, 이렇게 대단한 비전을 가진 프로젝트를 왜 여태까지 몰랐지?
제논 네트워크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를 달성하려고 합니다.
첫째로, EOS.IO 소프트웨어를 사용합니다.
말 그대로 입니다.
EOS.IO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누구나 가져가서 블록체인을 구동할 수 있고, 원한다면 수정도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 사실을 모르셨다면 제가 전에 썼던 EOS의 ERC20 토큰은 무엇인가? 이를 보유하면 나중에 EOS코인을 받을 수 있는가? 를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OS.IO의 DPoS, EOS.IO 저장소, 웹어셈블리 등의 기능과 특징들이 가장 진보된 블록체인 방식이라고 믿는다면 제논네트워크도 완벽하게 동일한 소스코드를 사용할 것이기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겠네요.
에이 근데 짝퉁 프로젝트가 어떻게 성공하겠어?
둘째로, 대부분의 토큰을 ICO가 아닌 에어드랍으로 분배합니다.
이건 또 무슨소리....
제논네트워크는 그 ERC20 토큰인 XNN의 70%를 에어드랍으로 분배합니다.
- 30%는 이더리움 보유자에게
- 20%는 비트코인 보유자에게
- 20%는 Proof-of-individuality 방식으로 이들이 고른 개인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합니다.
그 기준은 XNN를 프로모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아마도 블록체인계의 고래들이나 유명인들에게 나누어주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나머지 30%는? 흔히 말하듯 프로젝트 홍보, 거래소 등록, 웹사이트 운영, 블록체인 출시 등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거래소 등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이나 신기술 개발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즉 EOS.IO를 개선할 생각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EOS ERC20 토큰 보유자는?
아쉽게도 XNN을 한 개도 받을 수 없습니다. 아 물론 이더나 비트코인을 들고 계시거나, 바운티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방법으로는 XNN을 받으실 수는 있겠지만, 현재 보유하고 계신 EOS 토큰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이 없습니다.
제논네트워크가 표방하는 것은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제 개인적인 해석입니다만)
- EOS.IO 소프트웨어는 기술적으로 매우 좋다.
- 하지만 block.one이 1년간 ico를 진행하여 돈을 모으고, 토큰을 투자자들에게만 나누어주는게 싫다.
- 그니까 우린 토큰을 공짜로 뿌릴 거다. 토큰을 마구 뿌리고, 거래소 상장도 더 많이 할거야
- 결과적으로 값비싼 오리지널 EOS 토큰을 구매하지 않고도 고성능 DApp도 개발하고 저장소도 쓸 수 있으니 다 좋은거 아니야? EOS보다 우리가 더 잘될걸?
그리고 제논네트워크 출시하는 우리도 큰 노력안하고 꽤 큰 돈을 좀 챙기겠지 ^ㅗ^
마지막 대목에서 전혀 배려받지 못한 EOS 투자자들은 눈물 한방울 흘리셔도 될 것 같습니다.
뭐야 이게 말이 돼?
라고 물어보시는 분께서는 다시한번 제 이전 글을 천천히 읽어보시기를 권장드리지만 바쁘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드리겠습니다.
- EOS.IO 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서 누구나 이를 이용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몇개라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특히 이를 수정하여 출시하는데도 문제가 없으며, 제네시스 토큰의 분배에 관한 내용 또한 수정이 자유입니다.
- block.one은 공개 블록체인을 절대로 직접 출시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공개합니다. 다만 EOS.IO를 수정하지 않고 누군가 고대로 구동하면, EOS ERC20토큰을 구매한 사용자들에게 제네시스 토큰이 분배되게 되어있습니다.
즉, block.one이 상상한 범위 내에서 충분히 말이 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EOS 텔레그램 공식채널에서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긍정파: 원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다 오픈소스인데 뭘, 호들갑 떨지말자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메인넷 출시도 전에 이미 카피캣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대규모 에어드랍도 하는 경우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이 부분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은 댓글로 공유를 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더하여, 이더리움 클래식이나 비트코인 캐시의 사례처럼 기술적으로 딱히 더 나은 면을 보여주지 못하여도 기존 토큰 보유자들에게 복제토큰을 나누어준다는 점 때문에 결국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비트코인 캐시를 지지하는 우지한이 중국을 등에 업고 비트코인을 앞지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부정파: EOS 투자자 살려내라! EOS 저작권을 보호하자!
실제로 텔레그램 방에서는 EOS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오픈소스 정책을 폐지하거나 EOS저작권을 보호하는 조치를 하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댄과 브랜던을 향해 이를 촉구하는 투표도 진행중입니다만, 썩 참여율이 높아보이지는 않습니다.
block.one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항상 쿨하게 원칙만 말하던 댄(block.one의 CTO)도 이번에는 의견표출을 하는 양상입니다.
댄의 시니컬한 중얼거림 말고는, block.one으로 부터의 공식적인 대응은 아직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글쓴이의 생각
사실 제논네트워크라는 프로젝트의 대충만든 웹사이트나 3쪽짜리 성의없는 백서를 보면 이들이 목표로 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한 EOS기반 블록체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50%에 달하는 기존 블록체인 사용자에의 에어드랍은 적어도 그들에게는 아주 좋은 수였지만, 나머지 50%의 불투명성은 프로젝트의 신뢰도를 많이 깍아먹습니다. Proof-of-individuality라니
어떤 인력으로 운영할지 팀에 대한 소개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애초에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제대로 운영할만한 팀이 있다면, 기술적으로 조금이라도 개선하거나 더 좋은 아이디어를 보태 EOS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드려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XNN ERC20 토큰을 광범위하게 배포하고 거래소 상장을 한 뒤에, 메인네트워크 출시를 약속한 2018년 7월/8월 전에 자신들의 보유분을 모두 매각하고 홀연히 떠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냥 한번 웃고 넘길만한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말 괜찮은 배경을 가진 공개된 팀이 아래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 어떨까요?
- EOS.IO 소프트웨어를 사용, 하지만 스마트 컨트랙트 구현에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웹어셈블리 뿐 아니라 solidity, javascript, python 등으로 확장
- 토큰은 80% 에어드랍 방식으로 진행, 10%는 EOS 토큰보유자. 70%는 이더리움 보유자
- 초기 블록생성자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어드랍을 하고 남은 토큰 10%를 이용해 각 주요 대륙 (유럽, 미국, 아시아)의 데이터 센터를 확보해 블록생성자 3개를 구동. 다만 이는 다른 블록생성자들이 충분히 확보되는 시점에서 점차 설비를 줄이다가 없애고, 이때 얻는 인플레이션 수익으로 운영진의 수익을 보전
- 나머지 10%는 오픈소스 라이선스 사용, 에어드랍 등에 수반될 수 있는 법적리스크 해소비용으로 사용
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 자체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이고 낙관적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기반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 반반입니다.
투자자의 권리가 보호받을 장치가 분명하지 않고, 기술과 경제모델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는 프로젝트가 수십 수백억씩 펀딩을 받는 모습을 보면 매우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이번 사례도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투자/수익 구조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합니다.
Cheer Up!
아래와 같이 진행되었더라도 해당 블록체인은 지지받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일련의 체인스플릿 사례를 공부하면서 제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대해서 불신을 좀 갖게된 것 같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마케팅의 보강과 기술적 선점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슈가 있었군요.. 블록원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개방적으로 대했던 것들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겠네요.
네, 실제로 이 정도로는 EOS가 피해를 보거나 하지 않을 것 같고,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될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더 기묘한 방식으로 경제적 해킹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좋은 글이 우찌 보팅이 고작 14개... 잘읽고 보팅하고 가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개발의 연속성이라고 봅니다. 현재 블록원 개발팀에 필적할만한 실력파들이 투입된다면 치열한 경쟁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 도태되는 것 같습니다.
네, 기술적으로 나은점이 없다면 해당 플랫폼에서 DApp을 개발하려는 사람도 없겠지요. 특히나 에어드랍으로 인해 토큰가격이 매우 싸질텐데, 이는 블록생성자로 하여금 노드를 운영할 유인을 심각하게 떨어트린다고 생각합니다. 즉,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써도 [대역폭과 저장소 규모, 연산능력 = 시스템성능]이 EOS 오리지널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코드(기술)에 더해 출발점부터 앱생태계 전체가 가치로 인정받는 시스템으로 진화(방법론 전환)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