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객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위해 일한다

in #havehad6 years ago

1. 사업을 왜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러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뭐라고 그럴싸한 말을 해야 하나...’라며
머리를 굴리곤 했다. 분명 이유가 있어서 시작하긴 했을 텐데 말이다.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답변들을 하곤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00의 기회를 주고 싶어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환경을...’ 등등

질문을 받는 시기마다 다른 답변을 했다.

이제 막 2년이 지난 초보 창업자라 그런걸지는 모르겠다만
정말로 뚜렷한 단 한 가지의 이유는 없었다. 너무나도 많은 이유와 계기들과 생각이 있었다.

사업을 왜 하냐는 질문은 ‘너 왜 살고있니’ 라는 질문 과도 같게 느껴진다.
일단 태어났으니 살고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저마다 의미와 이유를 찾아가듯이 나에게는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시작할 당시 여러가지 이유들로 일정 부분은 떠밀려가듯이 사업을 시작했고, 하다 보니
가치관이 뚜렷해지며 그 가치관 속에서 이유를 찾았다.

또 앞으로도 그 가치관이 더욱 뚜렷해지거나 바뀔 수도 있는 것이고 말이다.

2. 내가 가고 있는 길의 방향이 틀렸다고 느꼈을 때

첫 사업의 아이템은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달랐다.

업계에 뛰어들었고, 생각보다 빨리 투자를 받았고 또 생각보다 빨리 거래처를 늘려갔다.
하지만 그 일을 하면 할 수록, 업계에 대한 지식과 깨달음이 늘어갈수록
그 일이 자랑스럽지 않았고 억지로 의미를 찾고자했고
당장 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선전구호를 외쳤고 영업을 하기가 창피했다.

‘일단 몸집을 키우고 그 다음에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되지...’ 라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고 스스로도 그렇게 자위를 하곤 했다.

하지만

1. 목적이 정당하다면 수단이 정당하지 못해도 용납 받을 수 있는가?
2.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두 가지의 이유로 힘들게 힘들게, 하던 일을 정리 했다.

당연히 그 과정에는 많은 희생이 따랐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
그리고 초기 회사에게 이렇게 피벗 하는 일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 책을 보거나 이제는 많이 커버린 회사의 성공담을 들어보면
많은 초기 회사들은 치열하게 방황의 시기를 보낸다. 짧게는 1년 길게는 몇년을 그렇게 방황하고 길을 찾는다.

창업 초기에 피벗은 예삿일이고 살아남기 위해 별 짓을 다한다.
유튜브가 영상만남 서비스로 시작하고 에어비앤비가 시리얼을 팔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로 수십번 당연하다고 생각을 해도,
그리고 그런 얘기들을 들었을 때, ‘와 멋있다...’, ‘우리도 저렇게 해야지...’ 라고 생각을 해도

막상 그 당사자가 되어 보면 너무나 막막하다. ‘막막하다’ 라는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부족하다.
창업자도 그렇지만, 함께 하는 동료들도 불안하고 막막하다.

초기의 작은 회사는 그렇게 불안한 항해와 같다. 거기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들 까지 모이면 그 불안함은 더욱 중첩되어 정신이 아득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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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먹고 살겠다고 결정 했을 때, 이제부터 내 인생은 깜깜한 터널을
혼자 걷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깜깜할 줄은 몰랐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 고 믿는다 )
그러니 그 과정과 가치관이 맞지 않다면 어쩔 수 없다. 아쉬운 소리만 하고 행동을 취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용기를 내서 재빨리 하고 있는 일과 혹은 회사와 이별을 고해야 한다. ( 고 생각한다 )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어떻게 무언가를 성취하는데 고통이 없겠냐, 그건 당연한거니 참아야 한다.’ 라고 얘기한다면
그건 고통을 즐기는 창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겐 그런 고통이 짜릿하고 즐겁다. 그래서 순간순간 힘들 수는 있어도 불행하지 않다. ( 그렇다. 나는 고통 중독자다 )

이건 누가 더 잘낫고 못낫고의 문제가 아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걸 좋아하는 사람과, 그걸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과 같은 문제일 뿐

나는, 고통을 즐기되,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떳떳하게 하며, 조금은 느리더라도 책임질 수 있는 만큼 차근차근 성장해가기로 했다.

3. 그럼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현대 사회에서는 ‘소비’가 나 자신을 정의한다고 했지만 그것보다 더 확실히 나 자신을 정의내릴 수 있는 건 내가 살면서 무엇을 ‘생산’ 하고 있는지가 아닐까

남들을 끝없이 줄세워서 경쟁을 부추기고 자극적인 것들을 쉼없이 내놓아 악순환에 빠지게 하는데 일조하는 것을 ‘생산’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절대적으로 틀렸다’고 얘기하는게 아니다.
누군가를 끝없이 줄세워 경쟁을 부추기면 다른 누군가는 거기에서 편익을 본다.

사업은 전쟁이고 경제는 그렇게 발전을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지.
스스로 ‘그런 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 납득이 안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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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몸으로 직접 체험해서
그 과정에서 느끼고 생각하며 배운 것
자신이 진짜 말할 수 있는 건 그런거잖아

그런 걸 많이 가진 사람을 존경하고 믿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주제에 뭐든 아는 체하고
남이 만든걸 옮기기만 하는 놈일수록 잘난 척해”

-리틀포레스트-

편안한 회사를 선택하지 않고 고생고생해서 사업을 하는데,
스스로 자유롭고 자립하는 삶을 살고자 사업을 했는데,
적어도 나 자신에게 떳떳해야 하지 않겠나.

고객을 위해 끝없이 더 싼 값에, 더 편리하게, 더 빨리, 더 자극적으로 뭔가를 제공하고 과도한 친절을 베풀수록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불행해진다. 심지어 그게 정말로 고객을 위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몰랐다’ 는 말은 변명이 안된다. 그 똑똑한 머리로 10초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본인이 그렇게 믿고싶어서 ‘선택’ 한 거다. 그리고 그 선택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건 마치,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시장을 갔을 때
엄마가 콩나물 파는 할머니들한테 어떻게든 천원 이라도 깎으려고 하는 모습을 본 뒤
엄마를 향해 눈을 흘기며 ‘엄마는 정말 인정머리 없다, 그렇게 살지마’ 라고 비난하면
빠듯한 생활비를 아끼기 위했던 엄마가 말 없이 내 등짝을 스매쉬 하던 것과 같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무언가를 책임진다.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비난 받아야 할 뿐
무언가를 책임지는 사람을 온갖가지 여러 기준을 들이대 평가하고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세상에 옳고 그름으로 한 번에 보기 좋게 쉽게 나눌 수 있는 일은 없다.
모든 것은 선택과 균형의 문제일 뿐

4. 누구를 위해 일 하나

스타트업들은 고객 고객 고객 끝없이 고객을 외쳐야만 한다.

페이스북을 보면 그런 글을 참 많이 본다.
창업가와 예술가를 나누고 사업가와 장사꾼을 나누고...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사람들은 그렇게 양분하여 나누는 걸 좋아한다. 쉽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꼭 단순하게 자극적으로 말해야 한다면

‘나는 고객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위해 일한다.’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진심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선택하여 그 일을 통해 돈을 벌어 자립하고,
차근차근 책임질 수 있는 일들의 영역을 넓혀가며 동료들과 즐거운 삶을 사는 것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그 즐거운 삶을 우리의 즐거움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많은 분들께 보여 드리고 동참하도록 권유하는 것.

그 정도 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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