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7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저런 말까지 하고 저런 취급까지도 하는구나. 놀랍다. 역시 사회란. 세상이란. 상식같은 사실이지만 직접 마주하니 놀랍다. 존심 성질 같은 것은 다 버리고 들어가는 것이 사회 아닌가. 많은 경우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면서 돈을 위해 일하고 모든 관계는그것 중심으로 돌아간다. 당연하다. 더불어 위와 아래 왼쪽과 오른쪽 이편과 건너편, 모든 것이 정해져있는 한마디로 공적 세계다. 너무 단순비약인가? 아니. 그런 곳에서 필요한 건 뭐다? ......
참 이상한 것이 지적과 분노 분출은 다른 일이다. 자기기분을 그냥 표출하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물건에 그런 것이 있나? 사람이라고 다를 것 없다. 물건을 찍는 사람도 찍혀 나오는 물건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내 윗사람이 나를 찍어낸다, 옆사람 아랫사람도 나를 찍어낸다) 존심 승질이 왜 필요해. 그런 것이 시스템이다. 시스템에는 그런 프로그램은 입력돼 있지 않다.
하지만 사람이니까. 거기까지는 좋다. 승질 부리고 존심 세울 수 있지. 참기도 하고 넘기기도 한다. 그런데 참는 사람은 꼭 착한 사람이다. 착한이란 말도 쓰고 싶지 않지만. 처세술이란 것도 들여다보면 결국 똥 안밢는 법, 요령있게 발바닥에서 똥 긁어내는 법 같은 거다. 심지어 욕을 먹어도 웃기. 이런 책까지 있다는 게 이게 웃기다고 해야할 지... (제목이 그 비슷했던 것 같다 읽진 않았다. 내용도 그러면 절망스릅다) 똥 안 싸는 법, 내 똥 밟은 사람 발바닥에서 똥 긁어내는 법 이런 타이틀의 책은 없다. 하긴, 돈 버는 법 성공하는 법 관련 책은 있어도 그 반대는 없다. 나는 이렇게 돈 잘 쓰고 산다! 그런 것과 비슷한 맥락일지 모르겠다. 여튼 똥을 싸지 않으면 밟을 일이 없다. 똥 싸지 말라고 세계적으로 캠페인을 벌여도 똥 싸는 게 인간이지만 덜 밟으면 좋은 일이다. 감정의 세계에서 질러댈 줄 알고 쏟아내는 맛을 아는 사람이 강자요 그걸 못하는 사람이 약자다. 나쁜 놈은 태생이 나빠 죽을 때까지 그 모양이니 착한 사람이 잘 처신합시다=처세술. 아이고 참 차아아아아악~하다. 존심 승질은 늘 강자의 권리고 인내는 약자의 의무인가. 진짜 웃기고 자빠졌다.
막 회사생활을 한 조카가 며칠 전 그만 설움을 토로하다 못참고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란 사람은 '그 사람은 그럴만 한거야, 그런 위치면 그게 당연해, 그러려니 해, 다는데는 없는 줄 아니? 어딜가나 있어' 라고 하자 눈물이 터진 거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안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다. 물론 나는 이모일 뿐이라서 '다음에도 부장이 또 그러자노? 그르믄 속으로 '그래, 니 잘났다 개간나야 ㅋㅋㅋ' 그래버려!' 하라고 했다. 울다가 빵터졌으니 됐다. 거기까지가 내 역할. 거기서는... 히히. 그리고 다시 오늘은 어땠는가 물으며 내 생각을 덧붙였다.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ㅋㅋ. 난 속으로 중얼댔다. '난 매일 너보다 더 울고 싶구나...ㅠ_ㅠ'
저 재수없는 인간도 꼴에 자기도 부모라고 집에선 반듯하게 살라고 자식들 교육하겠지 ..아니, 모르지.. 사회생활은 자기처럼하는 법이라고 할지도. 착해서 뭣에써? 차리리 약아빠진 게 난 좋드라.. 그렇다. 굴러먹다로 표현하고 싶을만끔 사회에서 굴러먹은 인간에게 나올 수 있는 말이며 본인도 그렇게 살며 남에게도 그렇게 대놓고 얘기하지 않나. 당연히 그러겠지. 애초부터 나쁜 놈이라 뭔 말도 귓구멍을 통해 뇌로 전달되지 않겠지만 모태개늠보다 개종개늠 세뇌개늠 잠재개늠이 더 많을 것 같다. 누가 처세술을 다시 써 봐. 남들 못하고 안하는 것에 눈 빨간 사회잖아.
사장 정도까지는 이해를 한다. 시스템이 누구의 것이라고 한다면 사장이다. 그 정도는 이해한다. 신의 악행 같은 것에 빗댈 수 있으려나. (물론 갑질은 절-때 포함 안된다. 절대.) 하지만 그 아래 인간들은 신이 아니야. 그 이하 인간들은 울어도 웃어도 사장이 울고 웃을 일이지 당신들이 울고 웃을 필요가 없어. 할 일 칼 같이 하고 돈 받으면 웃는 거다. 못 받으면 우는 거고.
주절대다보니 뒤죽박죽 오락가락 와리가리했지만 결론을 내려본다. 항상 이득은 강자가 본다. 그리고 사회는 약자가 잘 처신하라고 한다. 동물의 세계 얘기 아니고... 결론을 내고 보니 거의 모든 인간이 머저리란 결론도. 이래도 본능 저래도 본능이면 문명생활 말고 야성적으로 사는 게 어때. 이럴 거먼 차라리 전쟁터에 나가 총을 쏘겠다..고 진심으로 썼던 글이 어디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고보니 나는 몇 달째 무월급이다. 집에 오면 '오 ~ 호구 왔냐!'로 인사를 받는다. 오늘은 토요일. 쉬고 있다. 이 나마도 두 세 번째. 그러니까 월급에 상응하는 토욜 휴일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거 참 맛있다. 호구는 미각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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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픕니다.
드라마 김사부에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계속 참으면 그게 네가 되는 거야...이런 비슷한 말.
아무리 뭐가 어찌 되었어도 월급은 줘야지 참 나쁜 회사군요.
노동부에 신고하세요.

남의 돈 먹기 힘들어요.
젤 편한 게 월급쟁이라더니 새빨간 거짓말이예요. ㅎㅎ.

아니.... 월급을 줘야 월급쟁이지요!

 4 years ago  Reveal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