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 그리고 진보언론의 뽀샵질

in #journalism6 years ago

혜화역2차시위해럴드경제사진.jpg
(위 사진은 혜화역 2차시위 당시 사진으로 해럴드경제에서 가져왔습니다.)
 
 
최근 3차에 걸쳐 벌어진 혜화역 몰카규탄 시위에서 워마드 계열 사람들이 무리하고 납득할 수 없는 구호를 남발해서 문제가 됐습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재기해’(남성연대를 이끌었던 고 성재기의 죽음에 관련된 단어로, 주로 남성에 대해서 ‘죽어버리라’, ‘자살하라’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말)란 말을 사용해서 물의를 빚었습니다. 이 일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선 다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봐야 합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사건 이후 한국 여성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서울 한복판 번화가에서 벌어진 여성 살해사건이 공포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현상 자체는 존중할만했고, 거기서부터 흘러나오는 여러 말 역시 경청할만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 남성 전체를 박멸해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사이트’(‘남성혐오’라고 적으면 개념적으로 ‘남성혐오란 건 없다’고 접근하는 분들이 있으므로 굳이 이렇게 풀어서 씁니다)인 워마드(‘메갈리아’에서 각종 비하어가 논란이 되자 따로 분리되어 나온 사이트입니다. 이후 메갈리아는 주로 언론에서 상징처럼 쓰였을 뿐 실체는 없는 사이트가 됐습니다. 지금은 특정 사이트 유저만을 가리킨다기 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움직임까지 포괄하는, 온라인 페미니즘 중 가장 극단적인 하나의 흐름을 가리킵니다)가 그 사건 이전에 이미 존재했으며, 한국 사회와 남성들에 대한 여성들의 패닉을 부추기고 그 혼란스러운 감정을 특정한 방향 및 결론으로 몰고 가려고 했던 것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는 당시 생계를 위해 어느 회사 트위터 계정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후 워마드계 트위터 계정들의 준동으 덕분에 트위터를 가득 덮은 “한국 남자가 또 한국 여자를 죽였다” 해시태그에 아연실색했습니다. 물론 언제나 살인사건들은 있기 마련인데, 그들은 그 사건들을 부각시켜 ‘한국 남자’가 ‘한국 여자’를 죽이는 것이 일상이요 기본인 것처럼 채색한 것입니다.
 
 
(그들의 사상(?)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제가 '미소지니-페미사이드 가설'이라고 부르는 것에 해당합니다. 그들은 여성혐오라 번역되는 미소지니를 가장 극단적인 양상에 결부시킵니다. 그들은 남성성의 본질이 여성살해와 강간, 그리고 폭행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남성은 가해자의 다른 이름이고, 여성은 피해자의 다른 이름이라고 봅니. 저는 페미니즘을 존중합니다만 이는 결코 성립할 수 없는 얘기라고 봅니다. 소위 남성지배를 이런 차원에서 얘기하는 것은 인류 사회의 모든 사례를 두고 볼 때 설득적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비유하자면 자본가에게 수탈당한 일부 노동자가 자살하거나 다쳐서 사망한다는 이유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는 노동자를 살해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소위 자본의 지배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해도 그것은 노동자를 살려서 착취하려는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닐 것입니다. 여성살해는 남성지배의 기본적인 형식일 수 없지요. 오히려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남성들이 여성을 살해하느냐고 묻는다면 좀 말이 될 텐데요. 그게 다른 나라보다 살인사건 자체가 성립하기 훨씬 어려운 한국 정도 되는 사회에서 의미 있는 질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강남역 사건 이후 벌어진 시위 역시 워마드가 주도를 했고 시위 구호에도 그게 보였습니다. 저는 강남역 사건 직후 용기를 내어 잠깐 그곳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엔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나와 참담하게 울고 있는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이 워마드 성향인지 아닌지를 당시에 판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곧 인터넷에 올라온 체험담 등에서 그들이 주도하는 흐름을 느꼈습니다. 직접 찾아가본 이의 경험담도 들었습니다. 한 보수성향 청년이 그곳을 다녀온 후 저와 둘이서 술을 마셨는데 “가보니 완전 미친 사람들이더라구요. 느낌이 확 왔어요. 이제 (그들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는) 끝나지 않았을까요? 진짜 잠깐만 가 있어도 느낌이 확 오는데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당시 그에게 안타깝게도 그리 되지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당시 문자 그대로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진보언론이 보정해 줄 거에요”라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청년은 당시 대놓고 반박은 하지 않았지만 차마 자신의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제 예측이 실현되리라고는 믿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났고, 그 시기에 제가 내놓았던 예측들 중에선 틀린 것도 많았을 테지만 하여간 그 예측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건 사실 페미니즘(...이라고 주장되는) 이슈에 대해 특히 더 그렇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진보언론의 ‘종특’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진보언론은, 각양각색의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개인들을 모두 다 그러모아도 다수파가 아님을 잘 알고 있기에 그들 간의 차이를 부각시키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주장을 적당히 깎아내고 뭉개어 착하디 착하게 해석하여 갈등의 여지를 없애 버립니다. 파스탤톤 보정이지요. 말하자면 진보언론은 그들의 정치적 노선을 검증하고 옹호하는 게 아니라 종종 '우리 선량한 아이들이 착해서 벌이는 일들을 예뻐해주세요 뿌우-'와 같은 태도를 취합니다.
 
 
그렇기에 진보언론의 묘사는 종종 매우 탈정치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노선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선의와 악의의 대립으로 치부합니다. 가령 진보언론이 지금 와서 다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원인이 된 이석기 그룹에 관한 얘기를 다룬다면 그들의 정치적 노선이 현 시점에서도 유효한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은 없으리라고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공안당국 및 사법당국의 문제에 대한 열거와 그들의 억울함에 대한 묘사가 들어가 있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게 대중에게 심히 유리된 노선이라 느낄 경우, 진보언론은 아예 그들을 다루지 않는 길을 택할 것입니다.
 
 
다시 이 건으로 돌아오면, 혜화역 시위에 대해 일전에 방송계 종사자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의 말인즉슨 일차 시위, 그리고 이차 시위에 관련해 방송국에서 전달받은 영상은 상당히 쌔했는데 최대한 좋게 편집해주려고 노력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2016년에 그 보수적 청년이 받은 느낌과 비슷한 궤일 것입니다. 오프라인에서 대면한 느낌, 영상 전체로 전달받는 느낌은 문자로 된 옹호논리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대로 보여주면 보통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압니다’. 그러니 최대한 보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겠지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혜화역 시위에 대해 그나마 다소 우호적인 지금의 분위기가 문재인 시대가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거란 겁니다. 이를테면 조중동이 민주노총 주최 시위에 대해 매스를 들이대듯 공영방송과 종편방송이 트집을 잡으려고 했다면 시청자들은 처음부터 진성 미친 집단, 패륜집단의 시위를 보게 됐을 거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을 최대한 우호적으로 봐주려고 했던 그 대통령이 아주 기초적인 몇 가지 사실관계를 반박하자(홍대 누드크로키 몰래카메라 사건에 대한 편파수사는 없었다, 같은 범죄 저지를 경우 남성 가해자 형량이 오히려 높다, 그게 팩트다 등) 그 시위 주창자들은 곧바로 그에게도 '재기해'라고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보정을 아무리 한다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거두절미 들어내고, 이렇게 저렇게 우겨보고, 담론적 야바위질로 한남이 더 나쁘고 문제라고 물을 타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직접 찾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쌔한 느낌은 더 커집니다.
 
 
일각의 강단페미니스트들과 진보언론은 이제 콩깍지를 벗어야 합니다. 원인이 무엇이고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 여부를 떠나 워마드 류 집단행동이 새 시대의 발랄한 전복을 보여준다는 집단적 자기최면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집단적 자기최면을 가능하게 한 진보담론의 허약한 논리구조까지 성찰해야 할 시간입니다. 진보담론으로부터 워마드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궤변론자들을 멀리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언론/담론의 워마드 류에 대한 태도는 포기하지 않고 메이크업을 더 빡세게 하는 부류와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는 척 도망쳐서 침묵하는 부류로 양분될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진보언론들이 전자의 길을, 상업언론이나 중도언론들이 후자의 길을 갈 것입니다. 후자들의 경우 손절매하는 자들은 물론이요, 편을 바꿔 돌팔매질을 장전하는 이들도 금세 생길 것입니다.
 
 
거기서 아무런 반성 없이 함께 돌을 맞는 것이 진보적 태도라고 보는 것일까요. 워마드의 신념이 곧 진보언론의 신념일까요. 진보언론에도 문제는 많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자기반성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들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그게 훨씬 나을 것입니다.
 
 
#journalism #feminism #kr #kr-feminism #kr-new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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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페미니즘은 절대 성공할수 없어요.
보통은 소수가 다수를 망친다고 하지만 한국 페미니즘은 다수가 소수를 망치는 것 같습니다.

아주 자신들이 자폭할 소재로 터무니 없는 양자택일을 하라네요, 종교인들을 버리냐 극단적인 저들을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하잖아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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