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평양냉면

in #koreanfood6 years ago (edited)

봉피양 냉면.jpg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인구에 많이 회자된 단어는 '비핵화'도 아니요 '통일'도 아닌 바로 평양냉면이었다. 남쪽에선 스위스식 감자전 등을 준비하고 북쪽에선 옥류관의 평양냉면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판문각(우리쪽에선 통일각이라고 부름)에 제면기를 들여놓고 요리한 냉면을 '평화의 집' 만찬장으로 배달한 것이다. 역시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먹을거리(먹거리는 잘못된 표현이다)를 얘기하고 배가 부르면 마음이 너그러워져서 어지간한 일은 술술 풀리는 법이다. 남북의 정상이 첨예한 문제를 놓고 논의하기 전에 먼저 불러온 평양냉면은 그런 면에서 이번 회담의 수훈갑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혀준 황교익 선생의 말에 의하면 평양냉면이라는 것은 특별한 레시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냉면은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레시피가 거의 동일하다. 밀이 잘 자라지 않는 환경에서 밀 대신 메밀로 면발을 만들고 육수를 고아 차게해서 먹는 것이 냉면이다. 평양 냉면에는 맛이 좋은 평양 한우 고기를 듬뿍 넣어 주어서 유명했는데 그러한 가게가 평양 시내에 즐비하게 많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양이 아닌 곳에서 평양냉면이라고 하고 파는 것은 맞지 않고 그냥 물냉면이라고 해야 맞다.

그리고 또 한가지, 냉면은 최초의 배달 음식이다. 차게 해서 먹는 음식의 특성상 예전부터 배달이 가능했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 때 평양에서 평양냉면의 배달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럼 과연 평양냉면의 맛은 어떨까? 이번 만찬에 초대받아 그 냉면의 맛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다. 그렇게 맛있을까?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그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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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전 북경에 있는 북한식당인 해당화에서 먹은 평양냉면의 첫인상은... 사실 별로였다. 고구마 전분이 많이 들어간 남한식 냉면에 익숙해져 있던 필자는 젓가락으로 들기만 해도 뚝뚝 끊어지는 평양냉면의 맛은 몹시 생소했다. 조미료를 넣지않고 순수하게 육수로 끓여내어 차갑게 식힌 국물은 자칫하면 느끼한 맛을 낼 수도 있다. 좋은 분위기 깨기 싫어서 난 평양냉면 별로던데...라고 말할 수 없을 뿐이지 입맛에 맞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ㅎㅎ

하지만 봉피양 냉면을 먹어보고 나서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봉피양의 평양냉면은 북한식 평양냉면과 남한식 냉면의 절충점을 찾은 듯한 것인데 면발도 어느 정도 근기가 있고 육수가 그윽하여 두번 세번 찾을만 하였다.

정상회담이 있던 날 내로라하는 평양냉면집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마침 종묘를 찾았던 날이라 근처에 있는 '우래옥'에 가 보았다. 예상대로 30분 대기... 이렇게 기다린 보람이 있을 것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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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의 평양냉면은 필자가 지금까지 먹어본 평양냉면 중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 사실 봉피양의 냉면 요리사가 우래옥에 있던 사람인데 벽제갈비로 유명했던 봉피양이 냉면을 만들기 위해 스카우트했다는 것이다.(필자도 들은 얘기고 사실 관계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다. ㅎㅎ) 봉피양의 냉면은 우래옥 냉면을 기본으로 하되 면발의 재료 구성을 달리하여 식감이 아주 좋다. 하지만 냉면의 육수는 단연 우래옥이 갑이다. 우래옥 냉면에선 결코 굴하지 않는 자존심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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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추천 TV 프로그램에서 추천하는 곳은 막상 가보면 실망스런 곳이 많은데 아마 우래옥의 냉면은 예외일 것이다. 망설이지말고 한번 가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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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을 즐겨먹지는 않지만 위의 사진은 정말 침샘을 자극하네요. ㅎㅎ

요즘
평양냉면집 줄서서 먹는 풍경들이 자주 보이는 것 같습니다.

냉면 참 좋아하는데 가보고 싶네요. ^^;; 날도 더워 더 맛있을거 같습니다. ㅎ

루비님 우리 우래옥에서 만나요
제가 랭~면 쏠께요~^^

평양냉면이 왜 유명한지 알겠습니다
뉴스에서 냉면을 비출때마다 먹고 싶더랬어요
오늘 저녁은 냉면을 먹을까 생각해보니 점심에 막국수를 먹었네요 ㅎㅎ

정상회담 만찬장 사진에서 본 평양냉면은 서울의 흔한 칡냉면이나 세숫대야 냉면하고 비슷한 모습이던데 맛을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서울에서 먹는 평양냉면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 ㅎㅎ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노렸던 것이 평양냉면의 광고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저도 평양냉면이 먹고 싶더라구요.

When I went to Korea, I had no chance to eat cold noodles.
I want to eat absolutely next time :D
By the way, Japanese soup of cold noodles has a red color!!

I am sure you would be very sorry if you missed it.

전 우래옥>을밀대>봉피양 순인데 루비메이커님은 어떠실지 궁금하네요.

역시 우래옥을 제일 좋아하시는군요! ㅎㅎ

냉면 정말 좋아하는데 특히나 갈비 먹고 난뒤에 냉면 한그릇은 정말 시원하고 입가심으로 너무 너무 좋지요.

연일 티비에서 평양냉면을 재조명을 하여 과연 얼마나 맛날까 그생각에 군침이 목 구멍에 낼 근로자날 냉면 먹으러....
우래옥에 가봐야 겠어요^^

프렌차이즈업에 종사하는 친구녀석은 통일되면 제일 먼저 옥류관 평양 냉면을 프렌차이즈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ㅎㅎ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워서 이번 회담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까요? ㅋㅋ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평양냉면... 사실 그렇게 맛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먹어보고 싶네요~

냉면이 최초의 배달음식이라니 놀랍습니다~~ ^^
저도 전에 맛본 평양냉면에 살망한뒤로 잘 찾지않게됐는데
우래옥은 조만간 꼭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

이게 그 면이 쫄깃쫄깃한게아니라 뚝뚝 끊어지는건가요??

전분이 없거든요.

평양냉면은 정말 심심한 맛에 먹는게 맞나요??
저는 고추냉이 풀고 식초넣고 양념장 풀어먹는게 맛있더라고요...ㅋㅋㅋ;

음식이야 각자의 취향대로 먹는거지요. ㅎㅎ
제 경우는 겨자만 약간 넣고 먹는게 제일 좋았습니다.

음 우래옥과 봉피양이군요. 메모메모..

저런 만찬에서의 음식평은 어느정도 걸러들어야하긴 하겠네요. 외교석상에서 마음에 안들어도 맛없다고 하긴 뭐할테니 ㅎㅎㅎㅎ

냉면이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져 왔고, 각 지방마다 그 특색을 달리하여 개발된 것도 있다보니, 어떤 지역 냉면은 입 맛에 안맞는 사람도 있을 듯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냉면은 정말로 최초의 배달음식이었겠네요 ㅎㅎ

밋밋했던 맛의 기억이 ㅎ
다시 먹어봐야 겠네요

안그래도 너무 핫해서 어떻길래 그런가 했네요ㅎㅎ전 평양냉면을 먹어본 기억이 없는것 같은데 소개해주신곳 한번 가고싶어지내요~^^ 즐거운 저녁 되세요~

안그래도 요며칠 tv에서 많이 나오더라구요
그정도로 줄서서 먹을정도로 맛있다니...
맛이 궁금해지네요ㅎㅎ

과분한 보팅 선물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상회담 만찬 장면에서 볼 수 있었던 냉면의 맛이 저도 궁금하더라고요.
멀지 않은 시점에 현지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아, 며칠째 냉면이 땡기는군요... 한인타운에 나가봐야하려나...

냉면이 최초의 배달음식인건 몰랐던 사실이네요.
평양냉면 저도 예전에 한국에서 맛없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ㅎㅎ
우래옥은 정말 한번 가보고 싶네요.^^

저도 우래옥의 평양냉면을 좋아합니다.
서울에 살 때 종종 갔었지요.
처음엔 밍밍한 맛이 낯설었지만 자꾸 생각나는 맛이었어요.
루비님의 사진을 보니 먹고 싶어지네요.
서울 가면 먹고 와야겠어요.^^

요즘 평양냉면집이 인기라고 하던데요 저도 가서 먹고 싶어요 냉면 엄청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저희동네 평양냉면집은 티비에 나왔는데, 정말 맛 없다고 소문 났습니다. ㅡㅡ;;;
티비에 나온이후로 더 맛이 떨어졌다는....

꾸욱
좋은하루 보내세요

저도 냉면은 비빔냉면만 먹는 사람이라 딱이 평양냉면은 끌리지 않더라구요.
언젠가 티비에서 김종민이 평양냉면을 먹고 "걸레를 입에 문 느낌"이라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ㅋ 김종민은 그 얘기를 하고 살아남았다는 게 놀라울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평양냉면 메니아들이 가만 안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무튼 남북 정상 회담에 여러 가지로 감명받은 저로서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평양냉면도 먹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서 평양냉면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가네요^^

배달문화가 평양냉면에서 부터 시작되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