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수학의 문제 풀이는 주어진 알고리즘에 맞추고 정해진 순서로 풀어내는 것이라 아이들에게 기계적인 풀이를 반복적으로 학습케 하는 연습을 시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한 일련의 연습이 어느 정도 문제풀이에 대한 성장을 가져옵니다. 근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풀이를 정해진 순서가 아닌 자신의 생각 흐름에 맞춰 변형해 나가는 모습을 많이 보죠. 생략도 하고 자신만의 기호를 창안해내기도 하고 말이죠. 엄격하게 정해진 순서와 표현으로 지도하다가 문득 컴퓨터가 있는데 굳이 아이들을 이렇게 몰아세울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죠. 정형화된 방식이 아닌 그 아이만의 순서와 생략과 표현으로 기어이 답을 찾아낸 풀이를 보면 매끄럽지 않음에도 감탄을 할 때가 있습니다. 기계적이고 매끄러운 풀이에서 느끼지 못하는 다른 무엇인가죠. AI가 우리 삶 전면에 등장하여도 우리 인류의 활동영역이 그에 침식되어 줄어들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만일 그런 것이라면 우리 인류의 최종 도달점이 AI여야 할테죠.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AI는 인간의 삶에서 인간적이지 못한 것(기계적인 계산 따위의)을 대체하여 인류의 활동 영역을 더 넓혀줄 거라 생각됩니다. 결국 우리의 미래에도 문제는 AI가 아니라 인간일 것입니다. 인문학이, 철학이 가진 입지가 줄어들지 않고 더 넓어짐은 그 이유일테죠. 발레을 얼마나 잘 배우고 있는가 보러 들어왔다가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하고 갑니다. @qrwerq 님을 보면 AI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거 같아요.
You are viewing a single comment's thread from:
저도 AI의 용법이, 인간의 세계를 침식하는 것보다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제한조건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고, 인간의 관점에서 세계를 해석하고 주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것은 "인간다움"의 한 형태일 것입니다.
"기계적인" 풀이에 대한 인간의 창조성이나 창발성이 발현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주셨듯이, 수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이 아무리 공리로 쌓아올려진 거대한 체계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체계의 결을 밝히는 데에는 정형화되지 않는 - 논리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직관과 도약을 통한 무언가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사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AI로 대체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만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의 '기능'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사람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개인의 정체성을 단순한 기능으로 치환해버림으로써 비극이 시작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같이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