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미스터리를 쓰는 방법 | 미국추리작가협회/로렌스 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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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를 쓰는 방법

미국추리작가협회 (지은이) | 로렌스 트리트 (엮은이) | 정찬형 | 오연희 (옮긴이) | 모비딕 | 2013-02-20


최근 들어 연신내역 근처에 있는 알라딘 중고책방을 알게 됐다.

신촌점은 가끔 가봤는데, 연신내에도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고, 얼마 전 그 근처를 지나는 김에 들렀다.

겨울이라는 계절에는 미스터리물이 제격이라는 생각에 몇 권 골랐다. 중고책방이다 보니 책 값은 싸다. 운이 좋으면 정말 말도 안 되게 싼 금액에 살 수도 있고...

그렇게 미스터리물을 몇 권 고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뭔가 색다른 제목의 미스터리물인가 했는데 정말로 미스터리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한동안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었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비롯해서 몇 권 읽었는데, 오랜만에 글쓰기에 관한 책을 다시 한 번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스터리 작가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해서 받은 자료를 기초로 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1987년 ‘추리소설 쓰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한 번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하니 꽤 오래된 책이라는 이야기일 것이고, 그런 책을 2013년에 다시 원전을 번역해서 출간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제법 그럴듯한 미스터리 작가가 될 수도 있겠다는 흐뭇한 상상을 하게 된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 난 뒤로 두 권의 미스터리를 읽었는데 읽는 동안 이야기 자체에 빠져서 읽은 게 아니라 내용을 분석하고, 어떤 방법으로 전개하는지, 주인공의 직업은 왜 하필 그 직업을 선택했는지...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걸 보면 꽤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 책에서는 미스터리물이든 다른 분야든 상관없이 일단 재미있게 읽을 수준의 원고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독자가 원하는 원고와 출판사에서 원하는 게 다르다는 사실, 이야기의 전개에서 초보작가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무엇이고, 작가 생활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에 이르기까지 제법 심각하게 협박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라는 직업은, 게다가 미스터리 작가는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언급을 한다.

  

이 책에서 꽤 관심을 갖게 된 곳은 원고의 시작점을 어디에서 잡을 건가에 대해, 그리고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강조한 부분이었다.

첫 문장이 독자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다음 문장에 눈길이 가도록 만들어야 하고,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문득 이런 상상을 했다.

만일 내가 미스터리 작가가 된다면 나는 어떤 문장으로 책을 시작하면 좋을까?

  

“그녀가 죽었다.”

어쩐지 꽤 잘 팔리는 미스터리 책 한 권 출간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240페이지의 이 문장은 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천사를 보지 못했다고 섣불리 말하지는 않겠네. 하지만 그토록 드문 기회가 왔다면, 그는 좀 더 주의 깊게 천사를 지켜봤어야지.”

르느와르라는 화가에게 누군가가 직접 목격한 천사를 그린 그림이라고 내밀었을 때, 르느와르가 한 말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잘, 꼼꼼하고 주의 깊게 사물들을 관찰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