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BOOK] 메트릭 스튜디오, 마법의 투자 공식은 우리나라에서도 통용되는가

in #kr-book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tsjoe입니다.

KR-BOOK에 첫 리뷰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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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는 시사점이 굉장히 많은 책입니다. 14년 초에 출시되었는데 왜 이제야 봤는지 안타까울 정도로요. 국내 저자의 투자 관련 서적이 만족스러웠던 경우가 거의 없어 잘 찾지 않은 탓인지도.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 같은 책으로 볼 수 있는데, 정량적 접근 즉, 퀀트 역사가 긴 미국 시장에서 출간된 책은 많습니다. 국내 시장을 정량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은 처음입니다. 그럼에도 해외서적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대개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한 책을 본 이들은 그대로 우리 시장에 대입하여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도 그 사례가 우리 시장에 그대로 적용될까.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오차 또한 적지 않습니다.

한국 시장의 구조적 특수성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저자는 여러 관점의 메트릭스로 미국 시장과 우리 시장을 비교하며, 차이를 설명합니다. 물론 그 원인을 추론하진 않습니다. 정량적으로 시장을 접근하여 학자로서 보이는 사실만을 이야기할 뿐이죠.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3년간 시장, 개별 종목 정보를 가지고 재무, 기술, 변동성 관점으로 평균과 확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재무 관점은 보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 PBR = 시가총액/장부가치
  2. PER = 시가총액/당기순익
  3. PCR = 시가총액/당기영업현금흐름
  4. POR = 시가총액/당기영업이익
  5. EER = 시가총액/EBITDA((영업익-(감가상각+영업외손익))
  6. PSR = 시가총액/당기매출
  7. 시가총액 10분위
  8. ROE = 당기순이익/자본총계
  9. 자본총계

저자는 각각의 항목을 10분위로 나눠 각 분위 당 평균 상승률을 메트릭스로 보여줍니다.

1~6까지는 예상대로 저PBR, 저PER, 저PCR 의 종목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갖습니다. 다만 1번 PBR은 미국 시장과 다른 흐름을 보이는데, 미국 시장의 경우 저PBR 종목의 수익률이 특이성을 드러내지 않는데 반해 한국 시장은 PBR에 예민합니다.

미국은 PBR에 경향성이 낮은데 비해, 우리는 저PBR 주일수록 상승률이 좋습니다. 이는 시장규모와 누적된 자본의 축적에 있지 않을까하는 추정입니다. 또한 제조업의 기반이 큰 한국 시장의 특징일 수도 있구요.

7번 시가총액은 낮을수록 높은 수익을 보여줍니다. 다만 4분위 이후로는 시가총액과 수익률의 상관관계 낮습니다. 도리어 최상위 시가총액은 3분위 수준의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죠. 이는 경기민감성을 가진 국내 산업 특성으로 삼성전자 등 수출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드러낸 기업을 원인으로 추정합니다.

8번의 ROE는 10분위 특이성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ROE가 다른 평가지수대비 낮은 수익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PBR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국 시장 특성과도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ROE가 높다는 것은 매출대비 수익성이 뛰어나다로 흔히 해석하지만, 다른 관점으론 자기 자본 비중이 낮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저PBR 종목이 시장 평균을 훌쩍 상회하는 한국 시장의 특성이라면 너무 낮은 자기자본 비중은 주가 상승에 영향력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통념과 비교해 낮은 차이를 보이는 재무 접근과 달리 기술 관점에 대한 확률 통계 분석은 우리의 예상을 크게 벗어납니다.

I. 이평선

  1. 20일선 상향 돌파 - 시장 평균 상승률에 미달한다.
  • 단, 이평선 상향 상태에서 상향 돌파는 유의미한 상승률을 보인다.
  1. 20일선 하향 돌파 - 경미한 하락 신호, 시장 평균 상승률에 소폭 미치지 않는다.

  2. 20일 이평선 추세 상향 전환 - 시장평균과 거의 차이 없다.

  3. 개별 종목의 상승 전환은 큰 의미가 없으나 종합지수의 상승전환은 의미가 있다.

  • KOSPI 60일 이평선 상향 전환 시 6주간 시장 평균을 12% 이상 상회

II. 골든크로스

  1. 20일 이평선 60일 이평 상향 돌파 - 시장 평균과 차이 없다.

  2. 개별종목과 달리 종합지수의 골든 크로스는 의미가 크다.

  • KOSPI 20일 이평선 60일 상향 돌파 시 6주간 시장평균 훌쩍 상회

III. 데드크로스

  1. 20-60 데드크로스 발생 첫주엔 반등 확률이 높으나 지속되면 하락 가능성 올라간다.

  2. KOSPI 데드크로스 상태에서도 상승 확률은 평균보다 높았다.

  • 데드크로스 발생 시, 6주간 상승확률이 높으며, 6개월 이후는 평균에 수렴한다.

IV. 정배열

  1. 형성된 정배열은 쉽게 깨지지 않으며, 짧게는 3주 길면 3개월 가량 강한 상승을 보인다
  2. 그러나 KOSPI 하향 상태에서 나온 정배열은 시장 평균보다 나쁘다(!)
  3. KOSPI 정배열 상태에서 나온 종목 정배열은 평균보다 강한 상승을 보여준다.

V. 볼린저밴드

  • 볼린저 밴드는 20일 주가의 95% 확률로 속하게 되는 이론적 구간을 연결한 것이다. 밴드를 벗어나는 것은 통계적으로 예외적인 현상을 의미한다.
  1. 350일 기준 밴드 돌파는 시장 평균을 소폭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주나 6개월 후엔 평균에 회귀한다.

  2. 밴드가 좁을수록(최근 주가 변동이 낮을수록) 상단 돌파는 유의미하게 크다. 즉, 낮은 변동성을 이어가던 종목이 밴드 상단을 돌파하고 상승을 시작할 경우 상승폭이 크게 나타난다. 역으로 변동성이 높던 종목의 밴드 상단 돌파는 상승폭이 낮으며 6주 이후로는 시장 평균 아래로 떨어진다.

  3. 52주 신고가 근처에서 발생한 상단 돌파는 더욱 크게 상승한다.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도 예후가 좋다. 즉, 주가가 높은 상태에서 보합을 유지하다 재상승하는 종목이 더 크게 오른다,

V. 상한가 & 하한가

  1. 상한가는 큰 주목을 받는다. 상한가 후 다음날도 상한가가 발생할 확률이 무려 31%나 된다. 통상적 상한가 확률의 12배다. 상한가 후 상한이 풀려 마감한 종목은 평균 6개월까지 마이너스 수익을 보인다.

상한가가 나온 종목은 상한가 이후 1개월까지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였으나, 그 이후 완전히 역전되어 시장 수익률을 현저히 밑돈다. 상한가는 종목에 있어 장기적으로 악재에 가깝다. (상한가가 30%가 된 현재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1. 그에 비해 하한가는 더욱 심각하다. 하한이 나온 종목은 평균적으로 6개월 이후에도 수익률이 +로 돌아서지 못한다.

상한가는 정당하지 못한 상승인데 비해, 하한가는 정당한 하락이라 볼 수 있다.

VI. 캔들

대표적인 88가지 캔들 패턴 출현 후 1~7일 간 평균 적중률은 51%다. 몇몇 패턴은 유의미한 단기 상승률을 보여주나, 대부분 거의 평균에 수렴하는 수준이다. 몇가지 패턴만을 기준하여 매매에 사용하는 것은 슬리피지 등을 고려할 때 부정적이다.

이처럼 기술분석은 보편적 통념 대비 신뢰성이 낮습니다. 물론 정배열, 낮은 변동 상태의 장기 볼린저밴드의 돌파 같은 것은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으나 보편적인 기술 관점의 접근은 대체로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술 분석은 오래간 많은 책을 읽으며 공부해왔습니다. 초보 시절엔 종목 선택에 있어 기술적 관점을 중시했죠. 물론 기술 분석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으면 내가 여러번 깡통을 차진 않았겠죠 ㅎ!

그 뒤 재무 중심의 책을 보며 재무 위주로 종목을 접근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분석 내용처럼 재무적으로 저평가된 종목 접근은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보였으나 수익을 얻기에 충분한 기간동안 보유하지 못했습니다.

과거 재무나 기술에 꽂혀 조건만 맞으면 쉽게 매수해왔는데, 최근엔 한두가지 관점의 타당성만으로 잘 매수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재무적으로 저평가 상태라도 최근 변동성이 컸던 종목은 잘 손대지 않습니다. 저평가이면서 장기간 변동성이 낮았던 종목에 한정하고 있죠. 또한 매력도가 손상되지 않은 산업에 속해 있어야 하구요.

흔히 저PER, 저PBR 로 리스팅 되는 종목들을 보면 제지주, 유업주가 많습니다. 단순히 저평가라고 이들이 좋은 성과를 보일까요? 하향 산업은 주목도가 떨어지며, 매력이 낮습니다. 성장이 제한적이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시장 평균보다 언더 밸류가 형성되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너무 극심한 저평가 상태에 놓인다면 안전마진 관점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2루타 이상의 장타가 나오긴 어렵다고 봅니다. 한계가 자명하죠.

또한, 저평가라고 해도 최근 1년 이내에 2배 이상 급등 후 30% 이상 조정받은 종목은 피합니다. 이미 충분한 시세를 분출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대개 이런 종목은 수익, 매출 등의 기대감에 시세가 선반영 됐다고 생각합니다.

수급 관점에서 고점에서 거래량이 터지며 크게 조정 받아 내려온 종목은 켜켜히 쌓인 매물대를 쉽게 돌파하기 어렵습니다.

똑같이 2배 올랐어도 크게 하락하지 않고 기간 조정 받은 종목을 더 선호합니다. 충분한 매수세가 차익 실현 물량을 받쳐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정 기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 실적은 지속 우상향 하는데 주가는 박스권에 장기간 갇혀 있던 종목이 높은 확률로 큰 시세를 보여줍니다. 실적과 주가는 단기적으론 괴리가 나타나지만, 결국 평균으로 회귀하기 때문입니다.

요는 증시는 좋거나 나쁜 날이 무한히 이어지지 않습니다. 좋았다가 나쁘고, 나빴다가도 좋아지죠.

제 전략을 요하면 이렇습니다. 외부 압력으로 시장이 좋아져 눌려있거나 갇혀있던 종합지수가 상승하기 시작할 때, 매력이 부각되는 산업에서 저평가되어 장기간 변동성이 낮았던 종목을 매수하는 것입니다. 이 때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유동 물량이 적고 기관이나 외인 보유 지분이 낮다면 금상첨화죠.

주식 투자가 그렇게 쉬운 것이냐고요? 글쎄요, 그게 마음 같으면 누군들 수익을 못내겠습니까.

평균적인 개인 투자자의 주식 보유 기간은 8개월 남짓으로 매우 짧습니다. 144개국 중 4번째로 짧죠. 보유 후 장기간 매매를 하지 않는 경우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주식 좀 한다는 사람들의 보유기간은 길어야 한두달 남짓입니다.

게다가 상승 시기보다 하락 시기에 더 장기 보유하며(흔히 말해 물려서), 상승 시기엔 빨리 수익을 실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즉 회전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이 책은 시장을 철저히 정량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분석하며, 그에 따른 결과값들을 도출하여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재무, 기술 관점의 통념, 그리고 미국의 사례를 통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확인 가능합니다.

그 중 시장의 강한 평균 회귀에 대해 아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를 가지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읽은 투자서적 중 넘버원에 꼽습니다.

시장을 넘어서는 수익은 흔히 알려진대로 좋은 시기에 좋은 종목을 좋은 가격에 진입해서 꾸준하게 가져가는 것입니다. 특별한 비법은 없죠.

결국 주식 투자에 있어 경제와 경영을 공부하는 것도 좋은 시기, 좋은 종목을 알기 위함과 결부됩니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좋은 가격을 찾는 관점에서 기술 분석 등이 약간의 의미가 있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좋다'라는 것은 정성적 표현입니다. 이것을 경험과 정확한 데이터로 지속적으로 보정해 객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죠.

객관적 정보를 풍부한 경험에 덧대어 여러 관점으로 분석할 때, 정성 또는 정량 한가지의 툴에 기대는 것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드러낸다 생각합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자기만의 방식을 갖고 굳건한 의지로 실천한다면 워런 버핏 부럽지 않을 것이라 여깁니다. 대가들 역시 시장이 좋지 않았을 때는 수익을 지키기 어려웠죠. 그들의 높은 장기 수익은 장이 좋을 때 평균보다 아웃퍼폼한 결과값입니다.

개인 투자자의 유일한 장점은 언제든 쉽게 포지션을 청산할 수 있다는 거겠죠. 장이 좋던 나쁘던 시장에 어느 정도 머물러야 하는 대가들 보다 좋은 점 하나쯤은 있어야지 않겠습니까. ㅎㅎ

KR-BOOK 첫 글인데 긴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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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글에 이리 멋지고 성의있는글을..
리스팀도감사합니다. 댓글에도 보팅드렸어용

앗 감사합니다! 한동안은 꾸준히 책 리뷰와 추천 등을 올릴 계획입니다. ^^

짱짱맨이 들렸다 갑니다!
좋은글 잘 봤습니다. ^^
오늘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아자아자!

매번 감사합니다! ^^

원칙을 바탕으로 하여
수익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잘 보고 갑니다.

P.S
저도 글로만 익히 들어왔던지라서
해당 책을 읽어야지 했는데
이 댓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대략 1/3정도 읽었네요

확실히 님께서

14년 초에 출시되었는데 왜 이제야 봤는지 안타까울 정도로요.

라는 말이 나올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책이죠! 주변에도 투자서를 물어보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