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매 이야기]아빠 육아 일기 5 (feat. 부부 일기)

in #kr-daddy6 years ago (edited)

by @dabok.

대구의 폭염은 다시 시작되었고,

오남매 집엔 장염이 몰아닥쳤다.

일호로 시작해(체한 건줄 알았는데... 장염이었던듯...)

이호가 복통과  구토를 해대서 병원에 다녀왔고...

삼호는 설사만 조금...

사호는 이러나 저러나 장염에 걸린것 같진 않다. 그냥 콧물만 질질..

다행히 오호도 그냥 중이염과 콧물만..(원래부터 하던거라...)

문젠  나도... ㅠㅠ 

환자들이 갑자기 휘몰아치고 오래간만에 죽음도 지나가고나니 내가 아프다. 

다행히 이제부터 3일 쉬는 날이지만 과연 쉴 수 있을까 싶다.

각설하고 아빠 육아일기 5 시작.


1. 6월 12일 저녁 식사 중

 편식도 하고 밥도 잘 안먹어 걔 중 제일 힘도 약하고 마른 3호... 아프기도 오죽 자주 아픈지...
하필 4호가 잘 먹고 힘도 세어 가장 피터지는 둘이다.
다른 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말이 느린가 싶더니,
얼마 전 4호랑 같이 갑자기 말이 터졌다.
저녁 식사 중, 그만 먹고 싶은 눈치의 3호가
"나 배 나오는데~?" 하니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픈 엄마가 
"넌 더 나와도 돼~"     라고 해준다.
슬쩍 눈치를 보던 3호, 
"...배 아플거 같은데~~?"
라면서 45도 각도로 살짝 엄마 눈치를 살피고 앉았더니 
말없이 쳐다보는 엄마 모습에 씨~익 하고 애교를 보낸다...
말은 늦더니 간접언어는 발달이 상당하다.
더 안 먹어도 되는게 뭐 저리 신난다고 나비마냥 날라간다.


사실 삼호의 말이 그다지 늦은건 아니다.  아빠의 인지가 늦었을뿐..

아무래도 삼호는 연년생 동생의 사호의 출현으로 외할머니와 더 친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우리가 삼호의 발달을 관찰하는 기쁨을 적게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미안한 맘이 많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나에겐 쬐끔 더 아픈 손가락에 해당한다. 

그래도 이름대로 참 밝고 빛나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다. 


2. 6월 13일 오후 1

 오늘은 아내님 이브닝 번,
점심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1호가 "오늘 저녁은 볶음밥" 먹기로 했단다.
"오늘 엄마 밤에 와서 밥 아빠가 하는데?" 하니,
1호가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당황한다.
북미 딜도 성공하는 마당에 엄마가...
정신을 차린 1호가 "저녁에 볶음밥 해주세요!"라며 새로운 딜을 시도한다.
"무슨 볶음밥 해줄까?"
"소세지도 넣구요~"
"또?"
"나머진 이제 아시겠죠?"란다.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있다.
탑다운 방식으로 딜을 후려치는게 도람쁘 못지 않다.
동생들의 저녁메뉴를 위해 딜을 건 1호가 의기양양하게 돌아갔지만,
볶음밥으로 오늘 저녁 때울 내가 진정한 승자다.
엄마 없는 저녁 어짜피 니나내나 볶음밥 먹는게 윈윈인데,
이정도는 1호를 세워줘야 1호도 동생들 볼 낯이 있지.


서로 윈윈한 저녁이었구나. 

이젠 일호가 커서 아빠랑 협상도 할 줄 알게 되었구나.

우리집 김가들은 참 재미있게 노는 것 같다. 


3. 6월 13일 오후 2 

 5호를 재우는데 건물 무너지는 소리가 난다.
하수구 공사하나 싶어 방에서 나가보니,
1~4호가 지진났다고 피아노 밑으로 대피해있다.
칭찬해주려고 보니  3, 4호가 겁에 질려있다.
지진아니라고 했더니 1, 2호가 아는데 장난친거란다.
4호가 달려와 안긴다.
1,2호는 신나서 지진대피 요령을 읊고 있다.
몇 번까지 가는거야...
알기는 잘 아네...


유치원에서 잘 배웠다. 

근데 왜 하필 피아노 밑에.....

그래도 지들끼리 안 숨고 동생들 데리고 간게 기특하다. 


부부일기1

"이 사람을 위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결혼했다가 이 사람을 내가 죽일 수도 있겠다 싶어지는게 결혼"이라는 희대의 명언을 댓글에서 발견... 

이렇게 써놓고 날 태그했다. 보란 말인거지?!?

근데 왜 이렇게 공감을 하게 되는건가.... 

결혼이란...

사람 사는 모습이란...

다 그런 건가 보다..


부부일기2

 저녁으로 치킨을 먹은 후 식탁을 치우다 식탁 아래를 본 아내님,
"이것들은...헨젤과 그레텔이여?"
찰진 드립에 오늘도 전우애가 깊어간다. 


우리신랑은 취향이 좀 독특하다.

그러니 나랑 결혼 했겠지 싶긴 하지만...

내가 청소하면 날 섹시하다고 한다.

저 전우애도 내가 청소하고 있어서 깊어져갔던게 아닐까...

안 치우고 저런말 했으면 안 깊어져갔을지도.. ㅎㅎㅎ



< 지난 아빠 육아일기>

1. 남들은 쉬는 날 아빠의 독박 육아 일기

2. 아빠 육아 일기2 (6월 2일) 

3. 아빠 육아 일기 3 (6월 6일)

4. 아빠 육아 일기 4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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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이가 피아노 밑으로 대피한 모습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네요.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와 비슷한 책이 있었던 거 같은데, 아이들도 그런가봐요.^^

ㅎㅎㅎ 그런 책이 있나요??
아... 전 유치원을 중퇴해서... 못배운게 많네요.. ㅋㅋ

아구구 온가족이 장염으로 고생중이시네요..
함께 지내다보니 어쩔 수 없지요 ..
아이가 지진 대피 요령을 잘 알고 동생까지 챙기다니
너무 뿌듯하시겠어요..
섹시한 청소법이 무척 궁금한데요^^
행복한 가족이야기 언제 들어도 좋네요~!!

저도 왠만하면 장 쪽으로는 잘 안아픈데... 피곤하다보니... ㅠㅠ

섹시한 청소법이 있는게 아니라 저희신랑은 그냥 청소 잘하는 사람을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 정말 가뭄에 콩나듯 섹시하죠. ㅋㅋ

5남매를 키우신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는 아들 1명인데도 엄청 힘든데 존경스럽네요.^^

아들한명 화이팅~!! ^^

ㅎㅎㅎㅎ 화이팅 입니다^^ㅋㅋ

아이들 일기도 재밌지만, 부부 일기가 압권이시네요! 한참 웃었어요. 그집은 전우애로 사시는군요. 우린 형제애로 사는데 ㅋㅋㅋㅋ

형제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마다 전쟁이라 전우애가....
신랑이 군인 티를 내나 봅니다.
둘째까지는 저희도 형제애였는데 말입니다.

여전히 대단하신 독박 대디님 화이팅입니다. 배나온다는 말을 삼호가 걱정으로 여긴다 하니 평소에 리자니의 컴플레인이 부정적으로 다가온게 아닐까요? ㅎㅎ 우리 둘째도 그래요 편식하고 안먹고... 그래서 잘 안클까봐 걱정 00A2E65C-CA39-4550-B7BD-5B9CDA7E1791.png

이곳을 지나며 독거노인님과 리자님을 떠올림 ㅋ

전 나중에 만날 배우자님이 요리를 해주면....섹시하다고 말해 줄까봐요!!(자주...얻어먹게...)요리는 넘나..어렵고..힘든 일...ㅜㅜ...ㅋㅋ요즘 여러모로 피드도....잘 안돌아다니게 되네요 ㅠㅠ....분위기가 어쩔 수....없....ㅋㅋㅋ

@allnatural you're on the @abusereports naughty list!

Bad Steemian! B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