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글을 쓰는 것

in #kr-essay6 years ago

난 원래 글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펜드는 행위 자체를 싫어했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러고보면 내가 가진 관심의 영역에 글쓰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워낙에 악필인데다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 따위,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학창시절에도 저 멀리서 님이 오시네 마시네라며 시를 쓰는 녀석들을 한심해 했고 역겨워 했다.

그러다 턱이 거뭇거뭇해지는 나이가 되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요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위에 더벅머리를 하고 고개를 숙인 채로 노상 연습장에 글을 끄적대는 녀석들을 보며 <저런 짓거리, 나도 하고 싶은걸..> 당시에는 요 정도의 마음이지 싶다.

그래서 어쩌다 메모장 같은데다 시를 끄적이게 되었는데, 역시 내가 쓴 시에도 님이 오시네 마시네 같은것들이 즐비했고 어떤 때는 자랑스레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도 하며 어떤 때는 부끄러워 등 뒤로 감추기도 했다.

주로 글을 쓰는 것은 컴퓨터에 깔려있는 메모장이었다.
여전히 난 펜을 들어서 글자를 쓴다는 행위자체를 굉장히 귀찮아 했고 이면에는 내 글이란 건 이쁘게 글씨를 다듬는 것은 둘째치고 주변사람에게 보여줄 만큼 나라는 사람이 당당치 못한 것도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간혹가다 사이버세상의 불특정다수에게 수줍은 나의 글들을 보여주며 글을 평가받았다. 글을 평가받는 것은 나를 평가받는 일이었다. 쓰리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한 동안 반복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평가를 위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넌더리가 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글을 쓰는 것을 그만두지는 못했다.

지금은 글을 쓰는게 좋다. 글을 쓰면, <가슴속에서 불꽃같은 것들이 일어, 다른 내모습으로 변하는 느낌. 마치 내가 그려놓은 세상 속에서 새가 되어 날아다니는 느낌이다.>

물론 위의 구절은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속의 대사를 인용해 놓은 것이다.

인용도 막 할수 있고, 등등, 그래서 난 글을 쓰는 게 막 좋다.

잘 썼든 못 썼든, 유치하든 안유치하든 그때의 내 기분과 생각을 표현한다는게 막 좋다. 나조차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나를 약간은 알아가는 고 느낌이 좋다.

근데 대부분의 글들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보면 유년시절의 첫사랑처럼 유치하기 그지없다. 뭐 그런 유치함도 사랑스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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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다는 건 지난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봅니다.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드러낸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글은 참 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