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비평] 명작 훑기 : 발더스 게이트

in #kr-game6 years ago (edited)

발더스 게이트는 메타크리틱 91점을 받은 1998년 바이오웨어에서 발매한 CRPG입니다.
나온지 20년이 다된 작품을 비평한다니 의아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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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 이 글을 보는분중 이 게임발매 이후에 태어나신분이 있을지도....

아주 어릴적부터 게임은 다른 모든 미디어 컨텐츠와 다를것이 하나 없는 메세지 전달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를테면 책이나 음악, 미술, 영화등의 영상컨텐츠와 완전히 동일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발더스 게이트 전까지는 그런 생각에 변함이 없었습니다. 비평도 마찬가지 영역에 있었습니다. 저자, 개발사에서 전달하려는 메세지와 시대정신등을 읽고 게임에 그런 특징이 녹아 있는가, 잘 발현되는가 그 메세지의 가치는 어떠한가 물론 그래서 재미는 있는가. 등등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을때 발더스 게이트가 등장하며 이른바 '월드' 그 자체를 우리 눈앞에 생성합니다.

오픈월드 형태의 게임은 발더스 게임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이는 오픈월드라기 보다는 서양식 RPG의 특징인 비선형식 이야기 구조(를 포함한 빈약한 연출의 RPG)일뿐 세계의 완성도, 즉 인물과 지역/문화의 설득력이 있다고 여기기엔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1997년 전설의 파이널 판타지 7이 일본식 RPG와 서양식 RPG의 구분을 지워버리며 게임서사의 새로운 기준을 만든후에는 서양식RPG라는 표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어 서양RPG가 힘을 잃을때쯤 게임서사뿐 아니라 문화전체의 서사주체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꾼 게임이 바로 발더스 게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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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게임등 종합예술에선 항상 '완성자'와 '도전자'가 있습니다. 파판7은 '완성자'였습니다.

오픈월드 게임을 즐길때 항상 첨예하게 대립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서사의 주체가 누구일까요?
책은 화자를 일반적으로 1인칭과 3인칭으로 구분합니다. 게임은 대부분 1인칭입니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떨까요?
세상 모든 문화컨텐츠의 저작자는 제작자 본인입니다. 그림 그린 사람이 감상하는 사람에게 이야기 하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이야기 합니다. 글을 쓴 사람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이야기 하게 됩니다.

게임도 마찬가지 입니다. 즐기는 것은 미리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구조를 활용해 즐기는 것일뿐 이전까지의 게임의 용사들-플레이어들은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저자의 게임구조를 사용했습니다.
뉴미디어 아트는 여기까지의 물리적 상호작용마저 미래적 매체예술로 '포스트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일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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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작용의 예술이 미디어 아트라지만 상호작용으로 즐기는 게이머들은 이런작품 어디에 상호작용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발더스 게이트는 여기서 한발작 더 나아갑니다. 상호작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범위를 조금 더 넓히는게 아닌 플레이어에게 세계를 맡겨 버립니다. 플레이어의 아바타는 세계 안에 포함되어 고라이온의 아들이 됩니다.

사실 발더스 게이트 자체가 오래된 TRPG의 유명한 세계관인 포가튼 렐름이기에 어떤 서양 플레이어들은 이미 그 세계를 자신의 정신계가 속한 진짜 세계처럼 인식할만큼 친숙하여 더 그렇기도 했습니다.

발더스 게이트는 단순히 깊게 빠져들어서 공략하는 게임이 아닌, 흔히 TRPG 파티가 그렇듯, 모든 주민이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모든 역사는 반드시 그 뒷면이 있고 모든 인물은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는 살아 숨쉬는 세계를 플레이어에게 제공합니다.

플레이어는 그동안 아무리 잘해봐야 파고들기 요소일때 잠시 숨쉴 수 있는 공간감을 허락 받던 존재에서 단숨에 이야기를 본인의 호흡에 맞춰 끌고가는 존재가 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메인스토리와 서브스토리(끝도 없이 많은)의 비중이 구분되며 벌어지게 되는 효과였습니다. 일본식 RPG와 같다 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킨 강제진행형 메인스토리 이벤트였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서브 이벤트를 오히려 부각시키는 효과를 불어 일으켜 이후 모든 오픈월드 게임에서 메인/서브스토리를 반드시 가르는 형태로 구조화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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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월드의 기준이 됩니다.

서사적 주도권을 플레이어가 쥐게 되는 효과는 이른바 컨텐츠 크리에이터의 등장을 촉발하게 되는 시발점이 됩니다. 독일의 전위적 예술가인 요셉 보이스가 선언한 '모두가 예술가이다'라는 선언이 게임에서 완성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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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코요테와 소통을 시도하던 요셉 보이스

이는 어떤 계몽적 목적성을 지닌것도 어려운 주제의식을 전달하려는 목표였던것도 아닌 지극히 상업적이고 지극히 재미위주의 기획이었으나 모든 플레이어는 자신의 서사를 완성하려는 동기를 부여받은 예술가가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이후 오픈월드와 게임 스트리밍등으로 넘어와 완전히 개인창작의 시대가 되는 바로 그 최초의 초석을 쌓은 게임으로 기억되야 할것입니다.

물론 그래서 재미있고 EE와 한글화 까지 되어 스팀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아주 큰 포인트 획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상 첫번째 게임 비평 그 대상작 발더스 게이트였습니다.

저도 어서 엔딩보러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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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게임 좀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보니 그냥 오락을 좋아했던 느낌

오락이 게임이죠!

좋은 글 입니다! 저도 무척 좋아하는 시리즈이기도 해서 더 쏙쏙 들어 오는군요. 비슷하게는 울티마 라는 시리즈가 있을거 같네요. 아바타라는 주인공의 나래이션이 좀 더 강하긴 하지만, 구축해 놓은 세계관은 오픈월드에 버금가는 완성도이기도 하고, 울티마 온라인에 와서는 MMO의 절대적 기준이 되다시피 했으니.. 뒤끝이 매우 씁슬했습니다만...

울티마 온라인이 비선형 서양식 RPG의 처음과 끝..... 끝.... 끝....을 장식하긴 했죠 ㅠㅠ 온라인 계통으로도 준비중에 있으니 개봉박두!! 하셔도 좋고 안하셔도 좋습니다 ㅎㅎ

으아아아아아앙 ㅠ_ㅠ

직접 플레이했던 게임은 아니지만 무척 반가운 이름이네요 ㅋ

그러실것 같아 골라봤는데 다행입니다^____^

분명히 열심히 했던게임인데 오래되니 내용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군요:(

그 세계의 아바타는 깊은 기억속에 남아있을겁니다.

전 예전에 잡지 번들로 가지고 있었던 발더스게이트를 몇해전에 다시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군요. 모바일로 enhanced edition이었나? 도 구입해봤지만 뭔가 불편한 느낌. 네버윈터나이츠는 정말 재미있게 했는데 이게 발더스를 먼저하고 네버윈터나이츠를 했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스카이림을 하고 오블리비언을 하려니까 들었던 뭔가 답답한 느낌? 스토리, 게임성의 문제가 아니라 좀 묘한 그런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 뒤로는 괜찮은 게임이 잇다고 하면 1편부터 해보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래서 아직 위처3을 못해본..)

저도 그러느라 놓친 게임들이 몇 있네요 ;ㅅ; 대부분의 시리즈는 이전 시리즈와 무관하게 신작을 즐기실수 있습니다.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될듯 합니다!

오랜만에 듣는 게임 타이틀이네요.

반가우셨나요 ㅎㅎ

게임이나 영화나 명작들이 있지만 막상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감상을 하려고 하면 손이 잘 안가게 되더군요...ㅎ

멋진 리뷰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____^ 앞으로도 명작훑기는 계속 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게임이였습니다.
그립네요^^

어떠셨을지 모르겠네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와 정말 이 글을 읽으니 이 게임을 만들때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오면서 만들어 왔는지 상상도 안갈정도네요... 대단하다고 생각이듭니다

음.... 사실 저도 비평이니 이런 생각하지 만들땐 이정도는 아니었던 느낌이... ( '')

2018년에는 두루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