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비평] 명작 훑기 :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in #kr-game6 years ago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은 2001년 미씩 엔터테인먼트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여 한동안 렐름전이라는 MMORPG의 한축을 선도한 도전자적 입장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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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평점이 높습니다.

블리자드는 언제나 그렇듯 도전자가 아닌 완성자의 자리를 현재에도 지키고 있고 과거 2004년 이전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블리자드는 자신들에게 강력하게 영감을 줄 작품을 원했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그렇게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에 워크래프트 스킨을 입힌채 탄생합니다.

게임 디자인 - 기획분야의 주요 세부 업무중 하나는 밸런스 테이블이라는 수치 디자인입니다. 경쟁하는 관계의 대상들의 수치상승 곡선을 시간/성장에 따라 어떻게 배치하느냐 입니다. 이러한 수치가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따라서 도전의식의 고취-스트레스-벽과 보상-스테이지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직관과 경험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디자인은 시대-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변적이며 변수에 매우 민감하여 플레이어들의 아이템/진영인구/새로운 전략의 발굴등에 따른 역전이 흔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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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만들어 봤자 금방 깨집니다.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은 밸런스 디자인의 방식을 수치가 아닌 구조로 완성합니다. 아무도 욕심을 내지 않는 상태에선 완벽한 천하 삼분지계가 지켜지지만, 최초의 한 진영이 욕심을 내면 그 뒤로는 항구적으로 평화가 없어지는 형태의 구조로 게임을 완성합니다.

게임에 대한 소개가 길었습니다.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은 이전 소개드린 발더스 게이트 만큼 국내에서 흥행하지 못하여 지난번 보다 조금 더 길게 소개드렸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현재와 같이 흥행하기 이전, 국내에서 아직 패키지 게임이 유통되던 때, 즉 2001년 이전까지는 게임잡지등에서 게임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나 공략등이 아닌 보다 깊이 있는 게임 비평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떠올리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많지는 않았으나 게임의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배경 이야기등을 통하여, 그리고 게임 개발자와의 인터뷰와 함께 게임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있었습니다. 게임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원작이나 생소한 개념등에 대한 소개도 존재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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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는 게임들이 이야기할 거리가 많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이 나오면서 그러한 비평의 포인트를 잡는 시각은 정말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유독 국내만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해외도 마찬가지로 게임 웹진이나 언론이라고 하면 크게 전략/데이터 공유의 커뮤니티와 게임소개등에 그치는 형태로 이분화 됩니다.

비평가들이 그 한두 해 사이에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어떤 이유에서 일까요?

포스트 모더니즘에서 주장하는 경직된 사고의 해체를 뛰어넘는 거대한 해체가 온라인 게임을 통해 발현된 것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예술가들의 예술은 공통적으로 '인간'을 표현함을 목표로 합니다. 결국 우리가 보는것 듣는것 생각하는것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겠습니다.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이전에도 pvp라는 개념이 존재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사회적 금기로 정당한 대결, 즉 스포츠화 된 형태의 게임들-스타크래프트/대전액션-을 제외하면 사회를 구성한 게임들에선 게임 시스템에서 범죄로 취급한다거나 하는 형태로 구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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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는 나쁜짓으로 모두가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이전의 온라인 게임들은 여전히 화자로서 플레이어의 적극성을 인정하지 않는 애매한 영웅서사를 답습합니다. 이러한 점은 단순히 새로운 전개 방식을 개발하지 못한 것이 아닌 온라인 게임에서 서사의 주체, 즉 주인공의 개성은 게임 캐릭터에 있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에 있음을 깨닫지 못함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은 명확한 표현을 통해 온라인 게임이 왜 새로운 예술인지 주장합니다. 사회와 사회의 대립을 전면에 내세운 이 게임은 가상으로 구조화된 사회에서 자유롭게 욕망을 발현하여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 커다란 패널티를 감내해가며 느끼던 감정을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해 버립니다.

AI가 아닌 반응하는 실제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한 스파잉, 백스텝을 포함한 전략/전술을 고민하고 수행하는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며 온라인 게임에서 저자/제작자의 의도를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는 화자가 누구인지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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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와 함께 플레이어는 치열한 고민으로 결과를 만들어 갑니다.

고전 예술 플랫폼은 공통적으로 화자의 성격 결정을 저자/제작자가 합니다. 이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다른 창작물을 만들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게임은 상호작용을 통해 플레이어를 화자화 하여 메세지를 전달하는 가장 완벽한 매체이며 그중에서도 이야기의 전개에 대한 기여도가 저자/제작자와 별 차이가 없는 온라인 게임은 더욱 더 플레이어를 화자화 하여 세상에 메세지를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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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부리오가 말한 관계의 미학을 우리는 매일 온라인 게임에서 체험하고 있습니다.

현재에 와서도 많은 온라인 게임은 여전히 주인공이 혼란스러운 영웅서사의 플롯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서사의 주체가 되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리지널을 추억하십니다. 단순한 추억 미화가 아닌 보다 진보한 예술의 일원이었던 기억 탓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예술은 자주 우리의 인지를 이전과 다른 새로운 곳에 옮겨 놓습니다. 한번 새로운 곳을 경험한 감각은 이전의 그것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MMORPG가 기나긴 정체기를 겪는 것은, 단순히 원래 그래야 했던 MMORPG의 정체기가 찾아온 것- 같은 순환논리의 오류 탓이 아닌 플레어이들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써나갈 준비가 되지 않은 탓인 것 같습니다.

이상 박발자의 게임 비평 두번째 작품인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이었습니다.

아직 서비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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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옥 이거 매니아들은 진짜 좋아했었는데

와우가 발매하기전 저희 동네 피씨방은 다옥 진영팟이 모이곤 했었죠 ㅎㅎ 가까이 가기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

잘 팔리는 게임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게임의 간극을
좁히는게 중요하지 않나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상업성이 강한 작품들과 그렇지 못한 작품들이 구분되는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대중예술로서 그 두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은 1년에 한작품 존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ㅎㅎ
그런 초명작도 한번 비평해보.....ㄹ 필요가 있을지 고민해보겠습니다 ㅋㅋㅋ

ㅋㅋㅋㅋ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블자는 언제나 완성자다.. 라는 대목이 인상깊네요

이번 오버워치에선 생각이 좀 바뀌긴 했습니다만.... 하하하

오.. 좋은글 이네요
블로그에 좋은글들 많은 것 같아서 팔로우 하고가요
괜찮으시면 맞팔 부탁드릴게요 !
좋은 저녁 되세요 :)

팔로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글.....제가 과연 깜냥이 될지 모르겠지만 ㅋㅋ 노력해보겠습니다.

다옥 엄청난 명작이죠오오
와우가 아니었다면 이걸했을텐데 다옥하던친구를 와우로 끌어들이는 바림에....

ㅎㅎ 당시 대부분 다옥에서 와우로 많이들 넘어갔었죠

그래픽의 벽과 스토리가 답이없었습니다 ㅠㅜㅋ

아아 다옥 ㅠㅠ

추억이 있으신가요 ㅎㅎ

온라인 게임을 매일 체험하고 있다니... 이거 소름입니다.
내가 게임에 재능이 없..어ㅠㅠ

상호작용의 행위예술가 부츄님!! 자신의 삶을 참여자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예술로 승화하시어....ㅎㅎㅎㅎ

2018년에는 두루 평안하시길!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