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는 복싱입니다

in #kr-hobby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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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안하고 있지만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취미가 있습니다.
바로 복싱 인데요.
이 취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드리자면 약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대 중반, 당시 저는 아버지의 반강제? 적인 권유로 복싱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시 복싱회에서 보직을 맡고 계셨기에)
복싱이란 운동이 처음엔 두렵기도 했지만 제가 보기완 다르게 어릴적 태권도도 10년이상 수련했고 운동신경도 나름 있어서 자신있게 복싱장으로 나섰습니다.
처음가면 아마도 일주일간은 줄넘기만 하겠지? 하지만 웬걸? 줄넘기는 약 30분정도 했고 바로 원투 수련으로 들어 갑니다.
처음 시범을 보고 거울을 보며 나름 쫓아해 보는데 자세가 나쁘지 않습니다. 후훗
관장님도 자세가 좋고 소질이 있다면 힘껏 띄어주십니다.

20대의 혈기 때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어깨에 힘이들어가고 자신감과 자만심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수련 일주일째, 첫 스파링에서도 운이 좋았는지 상대방 얼굴도 몇대 가격하고 선배들의 칭찬도 듬뿍 받게됩니다.

수련 한달째, 자신감은 뭐 하늘을 찌를 정도고 드디어 첫 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이 대회는 공식적인 대회는 아니고 체육관끼리 모여서 수련생들을 스파링 시키는 개념이었습니다.
너죽고 나살자는 실전 스파링을 처음 보니 몸이 살짝 떨려옵니다.
코피 범벅이 되서 패배한 사람을 보니 와 정말 x 팔리겠다... 설마 나는 저렇겐 안되겠지?
그 이후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자심감이 에베레스트급이어서 그런지 두려운 반, 자신감 반이었네요.

드디어 제 차례가 왔고 수련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상대는 고등학생으로 정해졌습니다.
기가차고 코가찰 노릇이지요. 감히 고딩이 나를?

그때 저는 제 경기가 전체 통틀어 가장 최악이며 가장 불쌍한 경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 고등학생은 소년체전 입상자고 사우스포라고 불리는 왼손잡이 복서였습니다.

결과는 안봐도 비디오

저는 단 한대도 때리지 못한채 경기는 TKO로 끝났고 바닥에는 제 코피로 범벅.... 나중에 심판께서 이거 다 치우고 가라 하더군요.

우리 체육관 중고등학생도 있었고 여학생, 학부모, 할아버지, 할머니...
본의 아니게 선량한 시민분들께 최악의 유혈사태 경기를 보여드리고 그렇게 제 첫 시함을 막을 내렸습니다.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늘을 찌를듯한 자신감이 땅속으로 처박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벌겨벗겨진 듯한 기분... 다시는 이곳으로 못 돌아올 것 같은 기분...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며 헤어질 때 친절히 알려주시던 형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십니다.

"스몰치킨아 대부분의 복싱을 시작한 사람들이 여기서 그만둔다. 이번일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쓰지말고 푹쉬다 다시 나와야한다 알있지?"

"에이 그럼요^^ "

집에 와서도 아무일도 없었던 듯 인사드리고 좋은 경험 했다고 말씀드리고 방에 들어갔습니다.

그날밤 잠을 못이뤘습니다. 하도 맞아서 두통이 심한것도 있었지만.. 계속 시합 생각이 나더군요.

그 뒤로 말없이 한달을 쉬었습니다. 도저히 나갈 용기가 안나서...

그리고 한달 뒤 다시 복귀한 체육관... 참 어려운 발걸음을 했습니다 ㅋㅋ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가르쳐 주던 형님들 아우들하고 친해져서 운동도 같이하고 농구 축구도 같이하면서 지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제 마음 한구석에는 복싱이란 남한테 과시 혹은 허세... 혹은 나 복싱한 사람이니까 까불지 마라!
참 우습지요?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복싱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항상 웃는 얼굴로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할 것만 같은 형들
복싱 한다는 걸 과시하는게 아닌 복싱 그자체를 즐기고 있는 형들, 복싱 국가대표를 꿈꾸며 피와 땀을 흘리고 있는 아우들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부일 지도 모르는 것을 나는 그저 허세용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참

눈물이 핑 돌고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맞아서 피범벅이 되고 사람들한테 웃음거리가 되는 것보다 더.... 훨씬 더...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1년후 첫승을 하고 다음 1년뒤에 운좋게도 정식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 실력이 프로급이라던가 그런 건 아닙니다.
이제 막 기본을 벗어났다고 생각해요. 그 뒤로 약 3년정도 더 수련하고 일이 바뻐 지금은 종종 연락만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복싱은 취미이자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스승이네요.
내일 관장님께 문자 하나 넣어드려야 겠어요^^;

이상입니다. 늦은시간까지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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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지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냥 보는것으로만 복싱, 이종격투기를 되게 좋아하는데 늘 생각으로만 도전해왔네요
첫 경기가 굉장히 큰 충격이셨을 것 같습니다ㅜ

여담으로 이번 메이웨더vs맥그리거의 경기에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ㅋㅋ

아고 감사합니다^^;
도망치고 싶었어요 ㅎㅎ
메이웨더 경기는 파퀴아오경기 이후로는 보질 못했네요~
복싱에 관심 많으시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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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갠적으로 접한적이 없는 분들에게는 강력 추천하고 싶은 운동입니다.

개인적으로 경쟁심이나 승부욕같은게 잘 없어서
섀도나 샌드백 치는데서 재미를 느꼈던...
(그럼에도 관장님은 인파이터로 밀어...)

이런저런거 앞두고 취업해서 그만뒀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만날일이 없을거같은 직종에 종사하시는분들과도 많이 만나고...

딱히 격투기 등에 관심이 없더라도(저만해도 이종격투기같은건 관심없어서...) 한번쯤 권해보고싶은 운동입니다...

맞습니다~ 생각했던것 보다 위험하지도 않고 비록 제가 코가 약해서 코피가 자주나긴했지만^^;
저도 적극 추천드리는 운동 입니다

복싱 정말 하고싶었는데 근성이 없어서 못했어요 ㅜㅜ 언젠가는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네요! 그리고 허세는 절대 아니고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 되는 운동이라 생각됩니다. ㅎㅎㅎ 팔로우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 드렸습니다 ㅎ
저도 처음 가기전에 솔직히 무서웠어요 ㅜㅜ

이야기를 들으니 좀더 현실에 와닿는것 같네요~ 결국 메달까지 따시고..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당시 대진표도 그렇고 운이 좋았네요 ㅎ

저도 한때 배워보고 싶었던 운동이었는데..
다들 그만둔다고하신 그 고비 언덕을 상상속으로 넘어보고 그만두었어요.
글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네요.. 우리집 근처 복싱장이 어디있지~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해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쨉쨉"

복싱하면 상대방 주먹이 날아오는게 진짜 보이나요?^^ㅎㅎ

음... 보인다라기 보다 올곳이 그곳밖에 없다랄까요 ㅎ

우와 멋지세요

에고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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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랑 복싱이랑.....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말..
병아리 대문 사진 보고 글 읽고 또 한 번 느낍니다ㅎㅎㅎ
저도 스티밋 포기하지 않고 붙들고 있어봐야겠습니다ㅋㅋ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잘 읽었습니다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병아리는 와이프가 아이디와 어울린다고 해서 그려준 그림입니다.
그리고 제가 또 저 병아리와 잘어울리는 이미지 입니다^^;;;

쪽을 견뎌내는 것은 무시무시한 싸움이죠
그걸 이겨내는 친구들은 인생이 달라지더라고요 ;ㅁ;/

맞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쉽게 알려주면 될것을... 세상이 인내를 요구하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