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기보다는 영화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쓰는 것이라 중간중간 내용 누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감상에 피해가 갈 정도의 과도한 누설은 최대한 피하고, 있더라도 미리 언급을 할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줄줄 쓸 것 같아요.
슬로우 웨스트 (Slow West, 2015)
서부영화 세대가 아니라 서부영화가 한창 불타오르고 있을 때의 그 수많은 서부영화들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그 황량한 배경 속에서의 일촉즉발의 상황이 너무 좋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이제는 서부영화는 거의 막을 내렸다고봐도 무방할 정도로 드문드문 많이는 나오고 있지 않죠. 그만큼 써먹을만한 스토리가 나올대로 다 나와서 예전의 명작들을 다시 리메이크하거나 다른 장르와 퓨젼을 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슬로우 웨스트'도 서부극의 형식을 고대로 은은히 따라가고는 있지만, 서부극 특유의 삭막함 대신 그 분위기를 동화같은 아름다운 풍경과 둥실둥실한 구성으로 이루었습니다. 똑같은 서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살인과 마초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서부의 아름다운 풍경을 비추고 있어요.
심지어 주인공 둘마저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순수한 소년과 세상 험난한 길 다 겪은 아저씨로 설정되어있다보니 마음 따듯하게 힐링할 수 있는 로드무비 느낌이 물씬 나요. 소년 역을 맡은 코디 스밋 맥피가 출연했던 로드무비 '더 로드'의 밝은 버젼 느낌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의 색감과 분위기만큼 그렇게까지 마냥 평화롭고 행복한 스토리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비록 삭막하지는 않더라도 더 끔찍하고 잔인하게 다가옵니다.
웬만한 서부영화보다도 훨씬 사람들이 더 무자비하며 피로 물들어 있습니다. 그 중심에 세상물정 모르는듯 이 험난한 세계를 헤쳐나가려고 하는 소년만이 묵묵히 걸어나갈 뿐입니다.
사진만 보면 정말 화면 예쁜 힐링 영화 같아 보인다.
영화가 '슬로우'라는 영화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정적이고 느리지만 절대 지루하지는 않아요. 언제 누가 총을 쏠지, 갑자기 죽이고 죽을지, 배신을 할지 등 서부극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충분히 채우고도 남았기 때문에 이 영화 특유의 이질적인 분위기가 합쳐져 장르적 쾌감은 오히려 폭발적입니다.
의외로 꽤 많은 캐릭터가 계속 등장함에도 하나하나가 꽤 예전에 봤는데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개성이 강한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인물들 보는 재미도 상당해요.
피도 눈물도 없는 서부영화에서 아름답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볼만한 영화입니다. 인터넷에 누가 셰익스피어, 어린왕자를 서부극에 덧입혔다는 얘기가 있던데 딱 맞는 말이에요. 무엇보다 엔딩씬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서부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생소한 사람들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는 영화입니다. 부산스럽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한발자국씩 걸어나가는 영화가 이렇게 재밌기 흔치않으니까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고요한 분위기지만 묵직하다는 느낌보다는 금방이라도 깨질듯한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느낌입니다.
서부극이라는 장르에서 가장 어울리지않을 것 같은 '순수'를 굉장히 서정적이면서도 비정하게 다뤘어요. 서정적이면서도 비정하다니 뭔가 말도 안 되는 말장난 같은데 정말 그런 느낌입니다.
마이클 패스밴더 배우 좋아하시는 분들도 재밌게 보실 수 있겠네요. 저도 처음엔 이 영화를 마이클 패스밴더 나오길래 봤었거든요. 출연작 중에서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옵니다.
저도 명절을 이용해서 한번 감상해봐야겟어요.ㅎ
넵 볼만한 영화에요
마이클 패스밴더 !!!!!
아.. 보러 가야겠다
(주섬주섬)
ㅋㅋ패스벤더 이 영화에서 진짜 멋있게 나왔더라구요
저 소년은 저런 역으로 몇번 나오는 군요. 서부극은 안본지 오래됬네요. 비정함이랄까요. 배신하고 죽이고 하는 장르 특성이 저는 조금 안맞더라구요. 근래에 들어서 조금 개량된 서부극이 나오고 있지만 웨스트 월드 같은 것도 시즌1만 보고 다음건 못봤네요. ㅎㅎ
웨스트월드는 시즌2가 올해에 나오는 걸로 알고있어요.
서부극이 참 많이도 나왔지만 사실 까놓고보면 몇몇을 제외하곤 다 비슷비슷해서 손이 잘 안 가죠.
2018년에는 두루 평안하시길!
virus707님도 새해 좋은 일만 있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