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1.1. -(8) 오랜만에 아무 글 대잔치

in #kr-newbie6 years ago

아들 입학 3주차.
지난 주까지는 아침에 학교에 안 가고 싶다며 투정을 부렸는데
이번주 들어서는 등교거부 의사는 보이지 않는다.

2주 전에 한의원에 데려 갔다.
불안, 우울, 틱장애, ADHD 등을 보는 한의원이다.
아들의 집중력, 인지력 또 뭐가 있더라.... 하여간
학습에 필요한 능력은 모두 좋았고, 불안이 높다고 했다.
불안이 높은 것은,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기질적인 요인이 크다고 했다.
아들은 소음인..... 소음인은 기질적으로 불안이나 우울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긴 상담 끝에, 일단 치료를 받아 보기로 결정했고
기간은 일 년 정도로 잡았다.
치료비용이 거액이고 먼저 결제한 다음 치료가 이루어진다....
너무 큰 금액이라서 고민 끝에 6개월치만 결제한다. 그래도 크다.
남편과 상의없이 이런 금액을 결제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일단 저지른다.
뭐! 뭐!! 다 당신 아들 잘 키우려고 그러는 건데 뭐!!!

한의원 치료 중 고압산소치료가 있다.
발달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어떤 엄마한테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내가 아는 상식 선에서 고압산소치료가 정말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어쨌든, 별도로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라서 반신반의하며 지난 목요일에 갔다.
아들에게는 우주선을 탈 거라고 했다.
우주선을 탈 건데, 엄마는 너무 커서 탈 수가 없다고, 너는 작아서 우주선도 탈 수 있으니 좋겠다..라고
미리 양념을 뿌려 주었다.

산소통에서 약 20분 정도 있다가 나왔다.
그날 저녁에 아들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말과 행동을 했다.
아빠가 귀가하자, 안녕하세요! 라고 먼저 인사를 했고
저녁을 먹으면서 아빠가, 너희 반 모두 몇 명이야?라고 물으니
손가락으로 14를 보여주고 열네명이야, 라고 또렷하게 말을 했다.
맙소사....
아들은 엄마인 당근이와는 대화를 많이 길게 하지만 아빠와는 말을 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날 일은 정말 획기적인 변화였다.

토요일, 아들의 치료센터 원장님께 이 일을 얘기하며
산소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치료효과가 있다고 한다.
산소 캡슐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할 경우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아들은 편안하게 잘 있었고,
이후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어서 산소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한약도 거부감 없이 잘 먹어준다.
어제는 급식에 나온 바나나를 아무도 모르게 먹었다고 한다.
엄마를 주고 싶었는데, (배가 고파서) 먹었다고.....

아들아... 엄마는 니가 먹는 게 더 좋아...
바나나 먹어서 껍질만 보여주는 게 엄마는 더 기쁘다..

아들에게는 바라는 게 없다.
밥 잘 먹고, 친구도 사귀고, 학교를 그냥 잘 다니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
누군가....
자식은 빚을 받으러 온 자식이 있고, 빚을 갚으러 온 자식이 있다고 하던데
당근이와 당근이 남편은 전생에 아들에게 빚을 많이 졌었나보다....
착실하게 갚아나가야지,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녀석이 공부는 곧잘 한다. ㅎㅎㅎ
불안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면, 자기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것 같다.

오늘은 아들 외투 주머니에 생협에서 파는 마이쮸를 몇 개 넣어 주었다.
급식을 먹지 않으니 하루 종일 배가 고플텐데
어제 바나나를 먹었다는 얘기를 듣고 희망이 생겨서
점심시간에 까 먹으라고 넣어 주었다.
당분이라도 좀 섭취하면 덜 힘들지 않을까.... 그거라도 먹는다면 좋겠다.

아무거나 먹고, 많이 먹고, 찾아 먹고, 만들어 먹는 엄마를 닮지.....ㅠㅠ
차차 나아지겠지....

2주 전에 청소기를 샀다.
요즘, 여자 컬링 팀킴이 광고하는 바로 그 청소기를 샀다.
당근이 집은 48평.
(넓은 집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다. 전세로 사는데 전세가가 정말 너무 저렴하다. 나름 브랜드 인지도 높은 아파트인데, 지방이라서 놀랍도록 저렴하다)
쓰던 청소기는 정말 쒯!!! 이라서
청소기를 밀고 나면, 힘들어서 떡실신하게 된다. 말 그대로 떡실신이다.
내가 청소하다가 늙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니 자연히 청소를 자주 못 하게 되고
드넓은 집에 먼지는 저희들끼리 뭉쳐서 굴러다니고
그걸 보고 있으니 스트레스 업업이고
스트레스가 절로 업업 되니까 아이들한테 좋은 반응을 해 주기가 어렵다.

아이들은 지금 초등학교 저학년...
지금 뭐든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한는데
특히 아들은, 나의 관심과 보살핌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청소따위에 내 에너지를 쏟는 것은 아니 될 일이다.

그래서, 질렀다.
물론, 거액의 청소기를 지른 데에는 남편의 행태가 큰 몫을 했다.
암튼 청소기를 샀는데..... 이런 신세계가 있었다니!!!
청소가 즐겁다.
청소따위에 그 동안 에너지를 낭비한 내 자신이 한심할 정도...
청소문제가 해결되니 한결 여유롭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결론 : 무선청소기 짱짱!!!
아이들에게 쏟을 시간과 에너지를 뺏는 방해물은 돈이 들여서라도 없애야 한다.
집안일을 힘들게 하지 말자. 엄마도 소중한 사람이다.


감정의 찌꺼기같은 이야기지만
마음에 담아놓자니 힘들어서........
여기다 쏟아놓습니다. ㅎㅎㅎ

며칠 날씨가 꾸물꾸물하더니
오늘은 볕이 나네요.

스팀잇에도 햇빛이 비취길 바래 봅니다.


사랑이 넘치는 스팀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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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 엄마 사랑받고 아들이 크면 잘해줄꺼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자식은 빚을 받으러 온 자식이 있고, 빚을 갚으러 온 자식이 있다고 하던데
당근이와 당근이 남편은 전생에 아들에게 빚을 많이 졌었나보다....

이런 말은 처음 듣는데 부모되는건 역시 넓은 포용력이 있어야 하나봐요
그리고 청소기는 혹시 ㄷㅇㅅ인가용
저는 아직 유선청소기인뎅 요즘 청소기의 진화가 대단합니다

ㅇㅈ에서 나오는 거예요..ㅎㅎ
넘 좋아서 춤추고 다닙니다.. ㅋㅋ
찡님도 하나 장만하세요..^^

혹시 가격은 몇장이던가요(소근소근)

(귓속말로.... )현금가로 9×10이요...매장에서 질렀어요.. 제가 빡 돌면 그냥 지르거덩요..ㅎㅎㅎㅎㅎㅎㅎㅎ

헉 ㅋㅋ가격이....ㅋㅋㅋㅋㅋ그래도 뽕뽑게 잘쓰심 되지용(소근소근) 잘사셨어요

산소치료가 효과가 있다니 다행이예요...
우려와 설렘이 공존하던 3월이 이렇게 무사히,
잘 지나가고 있네요!
앞으로 급식도 먹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즐겁게 학교 생활하게 될 거예요
화이팅입니다!!

고마워요..
오늘도 어떤 일이 있었지만....
헤쳐 나가야죠.. 으쌰으쌰!!

당근 언니의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아이들에게 쏟을 시간과 에너지를 뺏는 방해물은 돈이 들여서라도 없애야 한다.
집안일을 힘들게 하지 말자. 엄마도 소중한 사람이다.

깊이 새기고 갑니다!^^

그렇죠? 멘탈이 두부랑 같아서 스트레스 관리를 잘 못해요..ㅎㅎ 그래서 돈으로 해결합니다.. 스팀으로 돈 많이 벌어야겠어욥~!!!ㅎㅎㅎ

지름신 이야기 였군요.. 둘 다 좋은데 쓰셨으니 맘 쓰지도 않으셔도 될듯..

네 가끔 그분이 오시면 몹시 대범해진답니다.. 다음 번에 오시면 스팀에 투자할 수도 있어요.. 역시 좋은 지출이죠.. ㅎㅎ

감정의 찌꺼기라고 하기에 글이 너무 이뻐요~
아드님이 '엄마를 주고 싶었는데 배고파서 먹었다'는말에 배시시 웃다가 괜히 찡하네요

저고 찡했답니다... 에구.... ㅠㅠ
아직 너무나 어리고 약한 아들이지만 씩씩한 남자로 잘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엄마에 자식 사랑이 진하게 전해오네요
엄마에 정성때문에 아드님은 잘자라고
훌룡한 사람이 될것 같네요
나에 경험으로 보면 자식은 관심과 칭찬 이
최고 였어요^^

옐로캣님 감사합니다...
사람은 믿는 대로 된다고 하지요...
아들이 건강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잘 자랄 거라고 믿어요.

훅시 하늘이 보이시나요?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아요.
스팀잇도 그 정도로 좋은 곳이랍니다.
소소한 일상을 뭐든지 담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캐롯님이 쓰시면 전문가 수준으로 격상됩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아이쿠...jjy님... 넘나 과분한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넘 좋아서
이 시각에 춤을 춥니다... 덩실덩실 움찔움찔 들썩들썩~

스팀잇은 참 좋은 곳이에요.
그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머무는 동안 마음이 안정되고 위로를 받거든요..^^

따뜻한 말씀 넘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