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春子-9

in #kr-newbie6 years ago (edited)

혼례 날을 받았다고 한다.
춘자가 마음에 든다며 시어머니될 사람이 얘기하더라고 시아버지될 사람이 말 한 것을
아부지가 미운어마이한테 짐보따리 던지듯 전하는데 춘자도 들었다.

춘자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를 도대체 언제 어디서 보고 마음에 든다고 하는 것인가.
춘자는 곰곰 생각해 본다.
아부지 말에 따르면, 나이든 여자가 춘자를 보고 갔다는 말인데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번쩍 하고 생각났다.

한 달 쯤 전 장날이었다.
웬일로 아부지가 읍내 고모댁에 가자고 했다.
또 웬일로 꽃그림이 그려진 새 고무신을 툭 던지며 그걸 신으라고 했다.
아부지가 왜 이러시노... 노망이 나셨나.... 싶었다.
새벽밥을 먹고 집을 나섰었다.
신작로까지 나가면 장에 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소달구지를 얻어 탈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내려온 후로 처음 동네를 벗어나는 길이었다.
춘자는 새신 덕분인지, 답답한 동네를 벗어나기 때문인지
비록 싫고 미운 아부지를 따라 가는 길이지만 한결 기분이 좋았다.

아부지는 춘자를 고모댁에 들여보내고는 장을 보러 갔다.

에이구... 이것아.... 우째 지냈노...
이것아... 우째 클수록 죽은 너 엄마 얼굴하고 똑같아진다...
에구..... 엄마가 살아 있었이믄 니가 이래 서럽게 컸겠나...
내가 다 안다... 내가 다 안다.....

춘자가 마당에 들어서자 고모가 울며불며 춘자를 맞아들였다.
죽은 엄마하고 각별한 사이였다고 언니한테 들었다.
아부지가 새여자를 데리고 들어와서 엄마를 괄시할 때
고모가 많이 달래주었다고 했다.
새벽이든 밤중이든 찾아 와서, 춘자아부지인 남동생을 혼구멍을 내고
춘자아부지가 데려온 여자한테 춘자엄마 대신 쌍욕이라도 한 바가지 퍼부어 주고
춘자엄마를 안고 달래주고는 다시 돌아갔다고 했다.

올케야.. 에고..... 내가 무신 말을 하겠노... 미안타.. 내가 미안타...
망할 자석.... 이리 참한 색시를 두고.... 에고.... 불쌍한 올케야.... 어찌하겠노...
참고 기다리믄 안 돌아오겠나.... 지도 인간인데 정신 안 차리겠나...
사내들이 다 글타... 그래도 조강지처가 최고라는 거 알 날이 온다.. 조금만 더 버텨봐라..
너무 귀하게 커가꼬 글타... 우리 아부지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꼬...
너무 오냐오냐 키왔다... 우짜겠노.... 올케야...
마음씨 넓은 자네가 쪼매만 더 참아야 안 되겠나...
내가 저년을 요절을 낼 거다... 당장 머리채를 잡고 쫓아낼 거다..

고모는 춘자 손을 잡고 마루에 앉히고는
감주랑 배추적을 먹으라고 내 왔다.
원래 춘자 친형제들에게는 살가운 고모였지만
그날따라 고모는 전에 없이 춘자를 살갑게 대했다.
등을 쓸어 주고, 이마를 쓸어 주고, 어깨를 토닥이고....
마치 세살 아이를 대하는 듯 했다.

고모... 오늘따라 왜 이러는데요....?

춘자가 배추적을 먹다가
고모의 애틋한 표정이 의아해서 고모를 쳐보았다.
고모는 아이다, 아이다, 얼러 먹어라.. 하며
급한 일이 생겨서 나갔다 올테니 잠깐만 집을 보고 있으라 했다.
나물 두 단을 주며, 집 보는 동안 다듬어 놓으라고 했다.

마당 한쪽에서 나물을 다듬고 있을 때였다.
누가 대문 앞에서 고모를 불렀다.
춘자가 나가 보니 어떤 중년 부인이 서 있었다.

-이 댁 처자인가?
-아닙니다. 여기는 제 고모댁이고 저는 친정 조카입니더. 고모를 찾아 오셨습니까? 고모는 급한 일이 있다꼬 잠깐 나가셨습니다. 들어오셔서 기다리실랍니까?
-아..... 그런가....?? 아......

그 중년 부인은 들어와서 기다리시라는 말에 가타부타 대답도 없이
한동안 춘자를 훑어보다가 그냥 돌아갔다.

그 날, 그 때였던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유난히 춘자를 뜯어본다 싶었다.
별 볼일도 없이 아부지가 고모댁에 데리고 간 것이 이상하다 싶었다.

춘자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서, 머리 속이 하얗게 되어서, 눈앞이 아찔해져서
부엌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춘자가 혼인을 해야하는군요..
맙소사.....
맙소사.....
춘자가 이렇게 혼인을 당하는군요..
아이쿠.....
저는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저도 이런데, 춘자는 어떨까요..
춘자가 점잖은 집에서 양친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괜찮은 신랑을 만나길 바래 봅니다.

춘자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사랑이 넘치는 스티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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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자는 어찌 해야하나요
그냥 시집을 가나요
춘자에 앞날이 궁금합니다~~

다른 길이 있을까요....ㅜ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말려 볼까요....

고양이님들과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이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팅하였습니다.
연재 소설인가봐요.. 화이팅 하십시요.

보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주말 잘 보내시구요~~^^

춘자 이야기에 빠져들것 같습니다. 왠지 봉순이 언니 같기도 한...ㅋ

감사합니다..에빵님~
봉순이 언니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마 시대적 배경이 비슷할 거예요..
관심 가져 주시니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소설인거 같으네요. 스팀잇의 또하나의 가능성이겟죠. 응원합니다.

소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ㅎㅎ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강지처 버리면 벌 받는데!!!!!!
헝 ㅠㅠ 춘자어떡하죠 ㅠㅠ얼른 담편으로!!

ㅎㅎㅎ
춘자는 아마도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청춘드라마는 주인공이 결혼하면 막 재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또다른 인생이 펼쳐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