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 언저리에서

in #kr-overseas5 years ago (edited)

나는 정말 쿨하지 못하다. 관계를 끊어내는 것에 서툴다. 어제 혼자 맥주를 홀짝이며 내가 끊어내고 싶은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나 또한 감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땐 구멍이란 구멍으로 모두 감정이 들어차 고통 속에 헤엄치는 법을 잊지 아니했던가. 그 때 나에게 주위를 둘러볼 틈이 있었던가. 나는 내 가시가 누구를 어떻게 찔렀는지 누가 나를 잡아주고 안아주고 도왔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 그에 대한 사과 또는 감사의 표시를 제대로 했는가. 나도 이렇게 부족하고 모자람이 많은데 누군가를 비난할 수 있는가.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뭍에 돌아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도 그렇게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노력하면 할수록 나의 한계와 바닥을 마주하게 되고 나의 무력함에 슬퍼진다. 나는 누군가를 돕는 흉내만 낼 뿐,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현실이 너무 아파서 출근길에 눈물이 차올랐다. 나의 노력들은 전혀 닿지 않았다. 내가 열심히 던진 조약돌들은 상대방의 마음에 잠시 파문을 일으키는 듯 했으나 흔적도 없이 잦아든 것 같다.


외면하고 무시하고 신경을 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일도 아닌데 나는 왜 이러고 있는걸까. 내가 개인정보를 흘렸다는 의심을 받은 순간부터 이건 내 일이 되어버린걸까. 그 전까진 나와 정말 아무 상관도 없었던 일이 내가 억울함을 느낀 순간부터 상관이 있어진걸까. 내가 양 쪽의 사람들을 좋아하고 친하게 지낸 것이 마치 죄라도 된 것같다.


하루 12시간을 화면 앞에서 보내고도 다음날의 반나절을 또 화면 앞에서 보내고, 그 다음날도 여러시간을 내 삶이 아닌 타인의 삶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나도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힘드니 그만 하라고 앓는 소리들을 하면서도 결국 내가 끊어내지 못하고 끌어간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두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처럼 불안함을 느꼈기때문이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막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결국 차단을 누르고 말았다. 비표시가 아니라 차단말이다. 안타깝고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그제서야 나는 숨을 쉴 수 있었다. 며칠째 회사에서 계속 피곤한 모습을 보이며 집중을 하지 못했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울상이고 퀭하고 엉망이었다. 어제는 일찍 잘거라고 결심했지만 결국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이러다 병이 재발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이르자, 두 눈을 질끈 감고 차단을 결행했다. 얼마 되지 않는 차단리스트에 한 사람이 늘어났다.


마지막 내 메세지들은 너무나도 일방적인 소통이었다. 닿을 곳 없이 허무하게 사라질 누군가의 목소리가 안쓰러워 마음 언저리가 불편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을까? 해결할 수 있었을까? 아니, 너는 그럴만한 힘이 없어. 이제 그만 인정하고 포기하라구.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미 나는 너무 많은 신경을 써버려서 한시간 늦은 출근을 한다.


나 자신의 아픔도 가능한 외면하고 사는데 이 상황을 이렇게까지 아파하는 게 웃기다.

오늘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즐겁게 보낼 것이다.

내일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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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거리를 두고 사시는게 정말 어렵더군요 어떻하겟어요 그래도 흐르는 물 처럼 그렇게살아가는게 모든 이 들인걸요^^

때론 적당한 거리두기를 모든 관계에 필수로 장착할 필요가 있을것 같아요.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노력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듯한 ...그런 관계만큼 힘든게 없지요. ㅠㅠ
사실 진실한 친구관계는 일생에 그리 흔한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관계에서 상처를 받지요. 더 많이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더 실망하고요. 그런 관계가 셋이상 엮이면 더 꼬여버리죠.
성격마다 다르지만 스모모님은 타인을 많이 배려하는 쪽 같네요. 넘 상처받지 마시고 "관계란거 다 그렇지 뭐" 하시고 오늘하루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미세먼지는 심하지만요 ^^

그러네요. 거리두기 정말 별표 다섯개. ★★★★★

가끔가다 화상을 입고 견딜 수 없이 아파질 때까지 가까이 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적당히 거리를 둘 줄 알아야 오래 가는 관계도 있는건데.

좋은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미세먼지경보 떴네요.
공기는 텁텁해도 드시는 저녁 맛있었으면 좋겠고 하루 마무리 기분 좋게 하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원래 그런거라고 인정하면 되지않을까요? 인정하지 않으려니까 힘들지 말입니다.

맞아요.
원래 그런거같아요.
인정하고 넘어갈래요.

저번 글에 남겨주신 댓글 읽었어요.
늘 길고 진심어린 댓글을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엔키리 신사 다녀왔는데 그쪽에는 없으려나요~
스모모님 노력을 진심으로 느끼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에요. 힘내시길..!

진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상대방이 모른다고 해서 왜 몰라주냐고 탓할 수도 없는 거 같아요. 제가 표현을 제대로 못했어요. 그래서 자꾸 이상한 구도가 되고 저만 혼자 속으로 끙끙 앓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제가 제 대화 기록을 다시봐도 제 진심을 잘 모르겠던데. 결국 전 잘한 게 하나도 없어요.

엔키리신사 교토에서 갔더랬죠.
힘들게 했던 인연들과 그래도 거리를 좀 둘 수 있게는 되었는데, 제 마음에서 완전히 끊어내지를 못했어요. 끊어진 끈을 왜 미련하게 붙잡고 있는 걸까요. 사람을 놓지 못하는 것보다도 좋았던 기억들을 잘 못 놓는 거 같아요.

아이고 미련하다아 아이고 고구마 백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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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하더라고요. 상대방들이 내뱉는 말들과 감정들이, 사실은 아무런 서스럼 없이, 신경쓰는 것 없이 행해진다는 것을 알게된 때부터는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이건 제 경우니 섣불리 말하기는 좀 어렵네요. 허나 힘드시겠지만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관계란 참 어렵죠. 저도 차단 버튼 종종 사용하곤 해요. ^^

잘 지내시죠~
마지막 글을 쓰시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어느 자리에 계시던 항상 밝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요^^

스모모.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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