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성 편력

in #kr-pen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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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우리는 동거 중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그의 마음이 멀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애써 모른 척 하던 중 일이 터졌다. 그가 우리의 집에 새로운 여자친구를 데려온 것이다. 나는 그것은 룰을 위반하는 거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 여자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다. 쿨한 척 간단한 옷가지를 챙기면서 생각했다. '제발 말려줘. 제발 못 나가게 붙잡아줘.'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보기만 했고, 나는 그 집을 나왔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었다. 나는 익숙한 우리 집 다락방에 칼을 들고 숨어있었다. 그를 죽이기로 했다. 우리 집은 3층인데 그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숨죽이며 그를 기다렸다. 그런데 2층에서 싸우는 소리와 비명이 들렸다. 그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사람이 그를 먼저 죽인 것이다. 얼른 도망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몸이 굳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내 연인을 죽인 저 사람이라도 죽여야 하나'. 짧지만 긴 시간이 지나고 그가 올라왔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이국에서 이런 꿈을 꾸다니. 문득 이 상황이 하루키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묘한 새벽이었다. 식은땀을 닦고, 대충 씻고 밖으로 나왔다. 화창한 아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적 없이 길을 걸으며 내가 지나온 남자들에 대해 생각했다.


어릴 적 나의 모든 불행과 슬픔은 외부에 있었고, 유일한 행복은 사랑에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누군가를 좋아했다. 그 사랑의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사랑할 사람이 필요했다. 사소한 친절이 계기가 된 적도 있었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깊은 슬픔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했던 적도 있다.

나는 '거세'된 남자를 좋아했다. 키가 작거나 비쩍 마른, 체구가 왜소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꼈다. 어쩌다 보니, 그들은 대개 예술가였다. 나는 그중에서도 자신의 예술을 하고자 하는, 다시 말해 돈을 벌지 못하는(돈을 벌 의지가 없는) 남자에게 병적으로 끌렸다. 오래전부터 나는 예술을 팔아 장사를 하는 장사치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예술을 팔아 돈을 벌어오면, 그 돈으로 우리의 방에서 진짜 예술을 하는 남자. 이것이 내가 꿈꾸던 이상형이자 이상향이었다.

나는 충동적이고, 감정적이었기에 위험한 사랑을 참 많이도 했다. 사랑만 있으면 인생은 저절로 행복해질 거라는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기도 했다. 내가 그때 어떤 사랑에 성공했다면 낡아 버린 손으로 어렸던 나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사랑은 실패했고, 그래서 나는 아직도 대책없는 낙관을 한다. 사랑만 있으면 인생은 언제든, 어디서든 행복할 것이라고.


발리는 아름다운 곳이다. 왜 신혼여행지로 유명한지 와보고야 알게 되었다. 이곳은 누구와 있든 함께만 한다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내가 사랑했던 많은 남자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문득 그들의 인생을 더듬어본다. 그들의 삶이 어디로 흘러갈까. 다행히 나는 그들을 죽이지 않고도 떠나올 수 있었다. 한없이 진지했던 그 사람들. 밥은 벌어 먹고사는지 궁금하다. 어떻게든 빌린 돈 때문에는 죽질 않길. 예술을 하든 말든, 그들 삶이 좀 더 편해지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지나온 사랑을 뒤로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다.


[ 제 1회 PEN 클럽 공모전 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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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에 브라보! 사랑이 짱입니다! :-)

브라보! 저도 마지막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ㅎㅎ

어.... 초반 도입부가 충격적이어서 버버버.. 했는데 꿈이었군요... 휴...

본의 아니게 낚시 글이 되었군요.. 꿈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ㅎㅎ

찌르르...한 느낌이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찌르르한 느낌은 어떤 걸까요? 궁금하네요. 잘 읽어주셨다고 하니 무척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숩니다. 순위권 예상^^ 돈 못버는 예술가에게 끌리신다니 일단 조건에 충족하는 예술가 표본은 지구에 차고 넘치겠네요 ㅎㅎ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렇겠네요ㅎㅎ 그 대신 다른 것들을 엄청 깐깐하게 본답니다ㅋㅋ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시쓰는 백수와 결혼한 제 아내는 친구들이 남편의 직업을 물을 때마다 시인이라고 말해주었어요. 그러면 친구들이 진심어린 걱정과 위로의 시선을 보여주었다는데, 그 모습이 퍽 재미있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이 글을 그냥 지날 수 없는 이유랍니다. ^^ 좋은 시간 보내고 오셔요^^

퍽 재밌으셨다고 하니 아내분도 대단하시네요. 저는 그럴 때마다 말을 얼버무리곤 했어요. 이런 취향도 일종의 기질인 것 같습니다. 아내분도 왠지 저와 비슷할 것 같은 생각이 얼풋 듭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성편력 있으시군요. 마음에 듭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

하늘님? 언니야 맞나요?
오빠야 아닌가 ㅎㅎ

오빠야가 맞습니다. 물론 아주 가끔 애교스럽게 언니야가 되기도 합니다만... 상대방도 제가 오빠야인거 알고 있는 상황에서만 그렇습니다.

하늘 오빠야의 언니야 애교 보고 싶네요.ㅋㅋ

@asinayo 님이 SRT(Steemit Reply Talk)를 개발할 수 있도록 의뢰했던 제 댓글입니다.

원하신다면 종종... 애교 부리도록 하겠습니다. ^^

어머 하늘님... 지금까지 여자분인줄 알고 있었어요! (몹시 혼란) ㅠㅠ 제가 또 한 번 결례를... ㅠㅠ

편하게 생각하세요. 성별이 뭐가 중요한가요? 모두 공개가 되는 장소에서 이모(언니,여동생)라고 이런 이야기 하고, 삼촌(오빠, 남동생)이라고 못할 말 있나요? 똑같지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키 작고, 머리 벗겨지고, 배 나온 아저씨입니다. ^^

ㅠㅠ 물론 그렇습니다만... 실제로도 이런 좋은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플시님을 대했기 때문에 약간의 충격이... 이왕 이렇게 된거 앞으로도 편하고 좋은 언니라 생각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언니들의 대화를 보는 것 같은... 더욱 정진해보겠습니다 ㅎㅎ

ㅎㅎ
언냐들 ㅋ

아.. 사랑은 참 어려운듯 하네요..
인연은 어디 있는 건지.. 참~~
하루키스럽다라는 말~~ 어울리는 듯 합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사랑이지요. @mssy1004님도 얼른 인연을 찾을 수 있길 바랄게요:)

캬 숨죽이고 읽어내렸는데요 ㅋ
생각이 유연 자유스럽고 예술가보다 더 예술가적 성향을 지니신분 같어요
담편이 기대되어요 ^^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쁩니다. 다음편은 없지만... 어떻게 한 번 써보도록 노력해볼게요:) 감사합니다.

도입부만 읽고 무서워서 뒤로가기를 누르려 했으나 ㅎㅎㅎ 아름다운 반전이!

반전은 있지만, 실은 악몽같은 꿈이었지요. 식은땀도 삐질 나고, 마음도 심란할 정도로 ㅎㅎ 어찌됐든 결말이 좋아서 기분 좋은 꿈이 되었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행히 사랑은 실패했고, 그래서 나는 아직도 대책없는 낙관을 한다. 사랑만 있으면 인생은 언제든, 어디서든 행복할 것이라고.

저는 응원합니다. 현실주의자이기도 하지만 저는 때로는 이상주의자이기에 응원할 수 밖에 없네요. ^^

저도 요즘은 현실주의자가 되어가는 듯해요. 과거의 대책없는 제 모습을 떠올려보면 절레절레. 그럼에도 이상을 쫓는 것이 맞겠죠? ㅎㅎ

그럼요. 현실에 적응하며 잘 살아가면서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이상을 쫓고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적어도 연애만큼은 항상 그렇습니다. ^^

꿈의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소설로 확장시켜도 될만큼... 멋진 글 잘보고 갑니다.
자주 놀러올께요 ㅎ

저도 간만에 다이나믹한 꿈을 꿨다고 생각했어요. 소설로 확장시킨다면 마지막에서 맥이 턱하고 풀리는 건 아니겠죠?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는 말이죠? ㅋㅋ
진정한 사랑을 이루시기를 바래봅니다.

일기 투어 중에 들렸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다행이면서 다행 아닌 알듯말듯 애매함 같습니다. 물론 몇몇 사랑은 다시 돌이켜보면 가슴이 철렁할정도로 무모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이켜봤더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 같기도 합니다. 막상 현실이 되면 고루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와주셔서 감사하고, 자주 찾아뵐게요:)

앞에 글에 적은 댓글이 같이 적혀 있는 것을 몰랐네요. 지우고 갑니다.

언젠가는 재미난 사랑 하실겁니다.

으앙 너무 재밌게 읽었네요ㅠ.ㅠ 이런 글 자주 써주시면 좋겠어요!^^

자주 쓸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뜬금없이 아침에 쭉 써내려간 글이라서요. 노력해보곘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사실 예술을 파는 것이 결국 자신의 삶의 일부를 내어놓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누가 그 과정을, 그 결과물을 하찮고 속세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댓글을 달고 왔더니, 선물처럼 댓글이 달려있네요. 저를 위로해주시는 건가요? 그것은 제 오랜 약점이자 상처이기도 합니다. 저의 삶을 내어놓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어놓음 없이 관습적으로, 습관적으로 만들 때도 있어요. 좀 더 집중하지 못함이, 좀 더 내어놓지 못함이 부끄럽습니다. 한 번도 저는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어보지 못했어요.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 같구요. 갑자기 뜬금없이 제가 진지해졌지요? 감사합니다.

예술을 하시는 - 무언가를 파시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이기도 합니다. 저는 의식적으로 삶을 내어놓는 것이든, 의식적이지 않든 자신이 가진 가장 중요한 일부를 떼어서 팔고, 생을 유지한다고 보는 시선을 견지하곤 합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소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는 다른 생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좋고 완벽한 시(詩)를 쓰고 싶은 욕구는 항상 가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항상 생은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닌지라, 밥을 먹기 위해 글을 쓰기도 하고 다른 결과물을 내어놓기도 합니다. 저도 종종 매너리즘에 빠져서 문장을 적어내려갈 때가 있더랍니다. 저는 노력 뿐만 아니라 노력의 여건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라, 언젠가 좋은 여건을 마주한다면 만족스러운 작품에 다가서실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 사실, 밥은 언제나 위대합니다.

댓글을 보고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늘 해왔던 고민인데 어딘가에 쉽게 말할 수도 없는 말들이었요. 댓글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얻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스스로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품을 보면, 그 작품에 담긴 사소한 과정 하나하나를 알기에 더더욱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언제나 빠져들게 쓰시는 매력이 있으세요^^
그 편력인지 취향인지..이성적으로는 바꾸려고 했으나 결국 안되더라구요.^^;;

실은 지금까지도 바꿔보려고 애쓰지만 이런 팔자로 태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주위 사람들을 봐도 취향 혹은 편력이 쉽게 바뀌진 않더군요. 틀린 선택이 되지 않게 열심히 살아내야지요 ㅎㅎ 칭찬 감사합니다.

읽었는데 댓글을 안달았나 보내요. 족적을 남깁니다. PEN공모글을 하나씩 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내용은 인지했고 아래 댓글들을 덤으로 보았습니다. 댓글보는 재미도 솔솔하네요. ㅋㅋ

오래된 글인데 자꾸 댓글이 흥미로워지는 이상한 현상입니다. 이미 지난 글이기 때문에 속마음을 마구 털어놓곤 있지만, 이제보니 보상 지급도 끝나지 않은 싱싱한 글인 것 같기도 하구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놀라워요! 이런 글을 쓸 수 잇다니!
팔로하고 종종 찾아뵐게요!🤠👏🏻

이 글을 이제야 읽었네요. 너무 잘 읽혀서 단숨에 읽었어요. :)

일기 잘 읽었습니다.
공모전 글들을 쭉 읽어보는 중인데 ...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제 느낌에 나루님 글이 제일 좋네요
제 마음의 1등입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의 1등이라니! 이런 과찬을!! 앞으로 종종 찾아뵐게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ㅎㅎ 저의 아이디와 닉네임 간의 인지력 부족 때문에, 일기 공모에서 이 글을 읽고도 나루님의 글인것을 모르고 넘어갔네요.
어쩌면 상당히 사적인 소재로 글을 쓰셨다고 생각해서 잘 모르는 분께 실례가 될까봐 조용히 눈팅만 하고 지나갔는데 수상까지 하셨는데 제가 모르고 있었다니 죄송하고 뒤늦은 축하 드립니다;;

벌서 7일이 지난 글이라 보팅은 조용히 다른글에 하고 가겠습니다 ^^
새로운 사랑을 찾으시는데 꼭 성공하시길 바랄께요! (발리에서는 이미 돌아오신거겠죠? ^^)

역시나 아이디가 좀 더 간결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ㅎㅎ 뒤늦은 축하 감사히 받겠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오늘 막 돌아왔어요:)

아하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일기였군요.
좋은 풍경과 감성 담고 오셨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