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 없는 글|| 다이어트와 도시락

in #kr-pen7 years ago (edited)

두서 없는 글.jpg



1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현재 다이어트 중이다. 퇴근 후 시간을 내어 30분씩 조깅을 시작했고 물처럼 마시던 맥주도 가급적이면 먹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은 오래전부터 했지만 꾸준히 실행됐던 단 한 번도 없었다.

2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시작한 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오래 걷거나 앉아 있으면 허리와 골반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심하게 아픈 날에는 제대로 누워있지 못할 정도였는데 병원에 가야지 하고 마음먹었다가도 하루 이틀이면 통증이 사그라지어 까먹기 일쑤였다.

3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다녀오고 노상에서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데 다시 통증이 시작됐다.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고는 했다. 함께 서울에 다녀온 지인에게 허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하자 운동을 해야 한단다. 허리 아픈 건 운동을 해야 낫는다나 뭐라나. 아무튼 무슨 운동이냐며 처음엔 무시했지만 건강한 신체, 빛나는 지성을 가진, 곧 미녀가 될(본인 피셜) 운동 처방사 양반의 말을 속는 셈치고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4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30분만 뛰려 했는데 전혀 가볍지 않았다. 뛰자마자 호흡은 쌕쌕 소리를 내며 가빠왔고 10분이 안되어 종아리와 허벅지에 경련이 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달렸다간 다리에 쥐가 올 거 같았다. 뜀박질을 멈추고 천천히 걸으며 숨을 고르자 자괴감이 찾아왔다. 아, 언제 이렇게 고물이 됐지.

5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운동을 곧잘 했다. 농구도 축구도 좋아해 항상 반이나 과대표로 뛰어 우승도 많이 해봤다. 군대스리가군대축구에서도 중대 대표로 사단 축구대회에 나가 뛴 적도 있다. 체력도 좋아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시행한 단축 마라톤에서 1등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10분도 못 뛴다니. 세상에.

6
그래도 매일은 아니어도 시간이 날 때면 꾸준히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차츰 체력이 돌아와 세 달째 되는 지금은 30분 동안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됐다. 역시 뭐든 꾸준함이 답이다.

7
이왕 운동을 시작한 김에 식단 조절을 통해 체중감량도 해보기로 했다. 짠 음식은 피하고 밀가루와 튀김은 가급적 먹지 않기로 했다. 점심도 간단한 샐러드나 도시락을 집에서 싸가서 먹기 시작했다.

8
오늘도 역시나 도시락을 싸갔다. 간단한 밑반찬 두 가지와 잡곡밥. 그런데 한입 먹고 너무 깜짝 놀랐다. 싸온 반찬들이 너무나 짰던 것. 엄마는 음식은 짜게 먹으면 안 된다고 항상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고는 했는데 집 반찬으로 싼 도시락은 소태였다. 짠 음식은 몸에 좋을 거 없다며 소금도 저염소금을 만들어 사용하시고는 했는데 도시락에 든 반찬들은 왜 이리도 짠 걸까.
가만보니 요즘 집안 음식들이 대체로 짰다. 한 번은 목살을 구워 먹는데 허브솔트를 얼마나 많이 뿌리신건지 고기를 한 점 먹으니 입안이 얼얼해졌다. 그제 먹었던 갈치구이도, 방금 베어 문 찐 감자도.

9
인간은 늙으면 점차 미각을 잃어간다고 한다. 어디 미각뿐이겠는가. 후각도 청각도 시각도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은 시간 앞에 파괴되어 간다. 엄마의 짠 반찬을 꾸역꾸역 밀어 넣자 다시금 깨달았다.

엄마도 많이 늙으셨구나.


두서 없는 글 | 다이어트와 도시락
written by @chocolate1st


Sort: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제 0회 짱짱맨배 42일장] 1주차 보상글을 발표합니다.(계속 리스팅 할 예정)

현재 1주차보상글이 6개가 리스팅되었네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https://steemit.com/kr/@virus707/3vcp7h-0-42-1

항상 감사합니다. :)

올 쵸코 엄청 열심히 잘 하고 있네요 ?_?
굿쟙 조만간 1회 무료 PT 해드립니다
준비물: 맛있는 거(나 줄거)

pt를 하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가면 되는 겁니까? ㅇ_ㅇ

저 요즘.,.. 마지막 구절이 너무 와닿아요... 어머니 너무 빨리 늙으심 ㅠㅠ

어머니의 시간은 특히 더 빠른 듯 해요. ㅠ

초코님을 본받아 저도 다이어트에 ㄷ 이라도 해보겠습니다.

물론 살은 전혀 빠지지 않았습니다. ㅋㅋ
다만 체력은 좋아진 거 같아요. ㅋㅋ

군대스리가 ㅋㅋㅋㅋ
저도 나이가 들어서그런지 강아지랑 산책하는것조차
버거워요 ㅠㅠㅠ
산책당하는 느낌...
새해에 다짐했던 다이어트 저도 얼른 해야겠습니다.
초코님 다이어트 화이팅!

산책 당하는 느낌ㅋㅋㅋ 강아지는 언제나 혈기왕성하죠. ㅎㅎㅎ

운동 곧잘 하시는거 믿기 어려운 부분은 아니옵니다만...
(은근 다 잘할거 같은..

이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ㅠ

아~ 나도 급격히 살이 쪄서 다이어트를 해야하는데 운동이 시르다 ㅠ0ㅠ

운동이 시르면 식이요법을 해야하는데 그건 더..ㅠ

운동을 해야된다는 마음만 있어서 간밤엔 운동장을 뛰는 꿈을 꿨어요;; 실천하시는 모습 좋네요.
짜게 드시면 건강에도 안좋으실텐데, 뭔가 방법을 찾으셨길 바랍니다.

얼마 전에 어머니께 진심을 담아 말씀을 드렸더니. 역시 믿지 않으시는 눈치시더라고요. ㅋㅋㅋ

음...다이어트...다이어트...자꾸 잊네요ㅠ

저도 하면서도 자꼬 잊어요. 요즘 장마철이라 운동도 많이 못 나가는데 주말에 피자를 시켜 먹은..ㅠ

ㅋㅋㅋㅋㅋㅋ ㅠ.ㅠ 어머님 반찬 지못미...
그래도 반찬은 엄마반찬이 최고죠 👍

맞아요. 엄마 반찬이 쵝오죠. ㅋㅋㅋ
반찬이 짜도, 그래도 저 반찬 해주시고 하시는 분은 어머니 밖에 안 계시니 맛있게 먹고 있답니다. 짜지 않게 조금씩요. :)

😄 ㅋㅋㅋㅋ 미녀가 될 그분이 무슨 운동하라더나요?

그냥 코어운동하라고 하더군요. 아시잖아요. 뭔가 자세히 설명하시거나 그러시는 분은 아니라서 ㅋㅋㅋ

걷지않아서 많은병들이 생긴다고 들었는데 ㅜㅜ
초코님 운동 다이어트 화이팅하세요!!!

현대인들은 운동이 확실히 부족하죠. ㅠ
감사합니다. 우부님. 열심히 할게요! :)

저도 엄마 반찬이 짜지면서 먹먹해졌던 적이 있어요..ㅎㅎ
초코님 뛰뛰 화이팅!!

으아아. 오늘도 힘내서 함 달려보겠습니다. ㅋㅋㅋ

저도 여름오기전에 운동해야지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눈을 감았다 뜨니 어느새 한여름이네요... 또륵

저도 이번 여름은 포기했어요. ㅋㅋㅋ 그냥 이대로 꾸준히 운동해서 다음 여름때는 좀 땀좀 덜 흘려보려고요. 살이 찌니 땀이 많이 나더라고요. ㅠ

엥?? 보팅이 저만 안되는건가요?? ㅠㅠ
어제부터 스팀이 왜 이러는건가요? ㅠㅠ 보팅 이따가와서 다시 할께욤 ㅠㅠ 몸은 안쓰면 자꾸 퇴화를 ㅠㅠ저도 요즘 집에만 있다보니 몸이 쒸레기가 되는듯한 느낌이...ㅠㅠ 저도 운동을 시작해야하는데
자꾸 생각만하고 멈춰있네요 ㅠㅠ
저희 엄마도 음식이 자꾸 짜져요 ㅠㅠ 맴이 아푸지요 ㅠㅠ

말씀대로 정말 몸을 안쓰니 계속 퇴화하는 기분이었어요. 주말에는 운동도 안 하고 집에만 가만히 있다가 나가면 정말 온 몸이 삐걱대더라고여. ㅎㅎ

점점 짜지는 음식을 보면서 서글퍼지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ㅠ

저도 허리랑 어깨가 안 좋아서 운동 시작했어요. 운동이 정답인것 맞아요. 체력이 늘 만큼 허리는 많이 좋아지셨나요? 저는 운동만 하고 마구마구 먹으니 살은 하나도 안 빠집니다. 큰일났습니다. 운동 믿고 넘 먹네요 ㅋㅋㅋ 우리집 음식도 마구마구 짜다고 하네요 ㅜㅜ

운동 후 많이 그리고 오래 걸어도 통증이 오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좋아 졌다고 봐야겠죠? :)

근데 저도 운동하고 식욕은 괜찮은데 술을...ㅠ

아구구 마지막이 ㅜㅜㅜ
근데 4번 읽으면서 다리 덜덜 경련
이거 난데 했어요 공감1000%
3달 꾸준히 하면 정말 경련에서 벗어날 수 있는겁니까 초코님?

네. 세 달도 필요 없어요. 일주일만지나도 조금씩 조금씩 뛰는 양이 달라져요. 처음엔 진짜 죽을 만큼 힘들었거든요. 뭐든 처음이 힘들다고 하던데 그말이 참말이었나봐요. ㅠ

초코님은 어쩜 이렇게 글을 간결하게 잘쓰시는지 !!
글읽다 보면 흠뻑 빠지는 저를 발견한다니깐요. ㅎㅎㅎ
마지막 문구가 좀 찡하긴 하지만 다이어트 성공하셔요 !!!

항상 감사합니다. 럽흠님. ㅎㅎ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자꼬 주변의 유혹을 뿌리치는 게 쉽지 않아요. 주말에도 피자를 먹어버린. ㅠ 거기에 계속 비가 와서 운동도 못하고 ㅠ
크읍 ㅠ

운동을 이제 막 시작하신 줄 알았더니 벌써 석달 째! 작심삼일은 벗어났네요. :)
이러는 저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ㅠ.ㅠ
전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이 오면 하려고욥. ^^;;
화이팅입니닷!!

열심히는 하려하는데 한국은 지금 장마철이라서 일주일째 운동하러 나가지 못했답니다. ㅎㅎ
그나마 오늘은 낮엔 비가 왔지만 밤에는 안 올거 같아 슬슬 나가 보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