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온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잠에 들지 모르겠다.

in #kr-pen5 years ago (edited)


내 블로그를 내려보고 내가 쓴 글을 훑어보며 주사를 억누른다.

몇 일 전 심하게 술을 먹고 해외에 있는 여사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받아주질 못 한다. 안 받아주는 것이 아닌, 못 받아주는 것이었다. 그 무엇이 힘들었는지, 그녀에게 무시무시하게 들릴 톡을 남겼다. 다음 날 일어나 내가 남긴 그 톡을 들여다보기가 겁났다. 내가 무슨 말을 내뱉었을까. 들어가보지 않은 친구와의 그 방에 '심각'이라는 단어에 1을 지우기가 더 어려웠다.

친구는 나의 진상을 한국에 있는 다른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 남겼을까. 그 방에도 가지를 못 했다. 요사이 나의 잠수는 늘상 있는 일이었고, 나는 다른 무리의 친구들에게도 걱정을 끼친적이 있던 터였다.

전에도 몇 번 해외에 있는 친구에게 잔뜩 술을 마시고 전화를 했던 터라, 그냥 나의 넋두리를 받아주기만을 바랐는지도 몰랐다. 받아주리라고만 생각했다. 나의 이기심을 전부터 알면서도 모른채하다, 카톡의 1을 없애며 친구의 장문의 문자를 보며 알아버렸다. '뭐가 힘든데, 뭘 알아야 받아줄 거 아니야.'

'너는 다 알지, 내 친구.' 그거면 될 줄 알았다. 여사친에게 톡을 빌어 해외로 전화를 걸기 전에 결혼 후 보지도 못 한 부랄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나보다. 다음 날 일어나보니 눈가에 눈꼽이 흐드러져있었다. '너는 다 알지' 그 친구에게도 못 할 말 이었다. 일년이 되었을까, 이제 두번 째 해일까도 모르는 나를 그대로 기다려주는 친구가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해외에 있는 내 여사친은 나에게 그랬었다. '나는 너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아야 할 의무가 있어' 나는 그때 그게 무얼 말 하는지 몰랐는데, 또 다른 내 친구에게 말하니 '정말 좋은 친구다'라고 말해줬었다. 그 답을 준 친구도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매 번하니 말이다. 듣기 싫은 말, 대답하기 어려운 말을 꺼내 놓으려 하는 빌어먹을 고마운 친구들.

'너는 다 알지, 내친구' 다른 친구들이 들으면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결혼 후 한 번도 만나지 못 한 그 친구의 기다림도 좋다. 나의 연락을 지금도 기다릴 거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설명 안 해도)너는 다 알지' 나는 그렇게 믿고 있고, 그 친구도 그렇게 믿고 있을 거다. 영혼의 단짝.

셋 다 좋은 친구다. 또 다른 곁에 있는 친구들도 다 좋은 친구들이다.

Feed를 내려보며 내 글을 읽어보다, 나는 이곳에서 진심이었나 생각해본다. 술김에도 맨 정신에도 거짓이 없었다고 생각해본다.

랜선으로도 곁을 준
떠난 사람들, 남겨진 사람들 모두 고맙습니다.

넋두리가 내 주사인가 보다.


담장을 무너뜨리려 글을 썼는데, 아직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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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들에게 고민을 토로할 수는 있지만, 결국 문제의 답을 찾는 건 본인의 몫인 듯요.
항상 들어주는 좋은 친구들을 가진 것도 복인 것 같아요. 힘내세요!

우와 좋은 말씀이에요! 역시 답은 누가 던져주는 것이 아닌 내 자신안에 있는거겠죠.
감사합니다!

저도 요새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을 먹었는데 ;; 더 힘들더라구요
오늘 날씨가 참 좋은데 잠깐 산책이라도 하시면서 기분전환 어떠세요^^

힘들 때 마시는 술은 더 힘들게하는 것 같아요 ㅎㅎㅎ
산책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참 좋겠죠?

빛님. 안본사이 ㅠㅠ글이 더 어두워졌네요.
아이디처럼 이 터널끝에 빛이 있을껍니다.

너무 티를 냈죠?ㅎㅎㅎ
찡님도 건강 잘 챙기시구요!

술 안 마시고도 이야기를 풀어놓는 습관을 들이세요.
나이가 들수록 말수가 적어지는 법인데, 지금이라도 습관을 들여놔야 덜 외로우십니다.

뜨끔했습니다...명심해야 할 말씀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명리로 올해 운세라도 봐드려야하나...

운세를 뛰어넘을 방도를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