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알리기 프로젝트] - 극단 양손프로젝트 <마이 아이즈 웬트 다크>

in #kr-series6 years ago (edited)

양손 프로젝트

제가 알고 있는 현재 모든 극단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극단입니다.
양손프로젝트는 배우 양종욱, 손상규, 양조아,
그리고 박지혜 연출님으로 구성되어있죠.
이 팀을 제가 정말 사랑하게 된 작품은
<마이 아이즈 웬트 다크>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무대 위에는 의자 네 개 그리고 중앙에 작은 탁자 하나 뿐이다.
세 명의 배우가 나오고 웅웅거리는 소리
그 이후에 배우 한 명이 중앙에서 천장을 올려다본다.

자신의 딸과 아내가 나무에 걸려 죽어있는 모습을 본다.


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이 연극은 비행기가 추락해서
자신의 딸과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니콜라이의 이야기

자신의 딸과 아내가 죽고 나서 ‘니콜라이’는
이 사건의 경위가 어떻게 된 건지를 물어본다.

항공사 담당자와 대화를 하는데
담당자 측에서 계속

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잘 모르겠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말해드릴 수 없다.
너무나도 안타깝다.

라는 말의 반복이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났는데
담당자는 어떻게 된 건지 모르고
설명하나 못해주면서
질문을 했을 때

그런 부분은 답을 해드릴 수 없다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모습에
너무나도 분노하고
계속 찾아가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지속적인 물음에서 돌아온 답은

사실 '관제사의 실수'였다.

관제사가 졸았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비행기 두 대가 부딪혀서 추락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분명 비행기는 자신의 항로가 정해져 있고
그 항로를 이탈하지 않는다면
그 넓은 하늘에서 비행기 두 대가 부딪힌다는 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다.

두 비행기의 모든 승객들은 전부 죽었다.

실수라는 말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니콜라이는
자신을 찾아온 담당자에게 모든 화를 퍼붓는다.

책임은 누가 지냐
어떻게 해결할 거냐

하지만 거기서 돌아오는 말은


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이건 ‘사고’입니다.
아주 안타까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고’입니다.
그냥 벌어진 일 인거죠

심지어 그 이후에 또 다시 돌아오는 답은

대체 뭘 바라시는 겁니까?
돈을 바라십니까?
그건 저희 쪽 변호사와
이야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임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원하는 게 무엇이냐
돈이냐
라는 답을 듣게 되고는
니콜라이는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하고
담당자를 돌려보내게 됩니다.

나아지는 상황은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법도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고
분노로 가득한 니콜라이는
관제사를 살해합니다.

그리고 나서 하는 인터뷰

그 행동을 잘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사랑하는 가족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니콜라이 주변인

니콜라이의 분노부터 관제사의 살해까지
몇 명의 사람이 니콜라이를 만납니다.

니콜라이의 처제는
니콜라이보다 훨씬 더 슬퍼합니다.
훨씬 더 분노합니다.
훨씬 더 안타까워하고
고통스러워합니다.


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그래서 니콜라이는 처제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괜찮아.
나는 괜찮아.

그 일을 당하고 만신창이가 된
니콜라이가 처제를 위로합니다.


니콜라이와 같은 일은 당한 부모는
니콜라이에게 이야기합니다.

이해한다고.
나도 슬프다고
그런데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않겠냐고.
평생 이렇게 살 수 없지 않냐고


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이 말들이 니콜라이에게는 아주 극심한 분노를 만들게 됩니다.

이해할 수 없다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누군가는 책임지게 만들 거고.
계속 이렇게 살 거라고
반드시 벌을 받는 사람이 있어야한다고.
있어야만 한다고.
있게 만들 거라고.


연출 노트

누군가가 너무나도 힘들어할 때
그 고통이 너무나도 큰 고통이어서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들 정도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며
뭘 할 수 있는지


신경심리학자의 글

우울감에 빠져있는 사람에게는

  1. 안전한 공간에 있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2. 친절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이거나 심각한 부상으로부터
    가능한 위험을 당한 현장에서 벗어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3. 극심한 슬픔이나 공황상태를 알리는 신체적 증상,
    예를 들어 몸을 떨거나 쉽게 분노하거나
    말하기를 거절하거나 크게 소리 내서 울거나 격분하는 등의
    증상을 보이면 안정될 때까지
    함께 곁에 있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4.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이 분들이 안전하며 공감 받고 지지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 드려야 합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의 재확인이 중요합니다.

  5.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그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고
    그 상황이 조절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니콜라이가 만약 이 다섯 가지 중의 하나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그의 말,
사랑하는 가족을 갖고 싶다는 그의 말이
‘무력한 행동’에서 나온 텅 빈 공허함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감상글

이 공연을 본지 2년이 지났습니다.
근데 아직도 그 강렬함을 잊을 수 없어서
어떤 공연을 제일 재밌게 봤냐고 했을 때
자주 제 입에서 나오는 공연입니다.


사진제공 : 두산아트센터

무대가 있고 원형으로 둘러싸고있는 구조입니다.
이 공연을 보고 있으면
내가 방관자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 공연을 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내가 죄를 짓고 있는 느낌
앞에 니콜라이를 나도 내버려두었구나.
나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사람이구나.

이런 감정이 든 이유는 아마도
실제로 삶에 있어 방관자의 느낌이 많아서 일겁니다.
내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구나.
못하는구나.

방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힘든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내 말이 위로가 될까
상대를 생각하지 못하고 실언을 하지 않을까

이때 신경심리학자님의 방법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아요.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으로 공감과 지지를 줘야한다고.
그리고 한번이 아닌 지속적으로.

한번이 아닌 지속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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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보고 싶어 지네요. 지금은 공연 안하는군요? ㅠㅠ

아쉽게도 지금은 보기가 어렵습니다ㅠㅠㅠ
근데 재연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양손프로젝트 공연도 너무 멋있으니
혹시나 공연 소식이 들려오면
바로 글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