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고픈 먼지들의 모임, 생산1팀 탄생기

in #kr-teamdust6 years ago (edited)

생산1팀.jpg

스티밋, 안녕? 만나서 반가워. @teamdust란 이름으로 너에게 글을 쓸 우리는 <생산 1팀>이라고 해. 비록 먼지 같은 존재지만 팀이 되어 잘 살아보겠다는 의미기도 하고, ‘먼지’에서 시작해서 ‘레전드’까지 커 보겠다는 포부를 뜻하기도 하지.

너를 알게 되었을 때, 우린 무척 반가웠어. 왜냐하면 우리는 “연구하는 삶을 살려면 왜 돈이 많이 드는가.”에 대해 깊은 회의감에 빠져 있었거든. 콘텐츠를 쓴 사람에게 보상을 주는 너는, 비록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주지는 않겠지만, 그나마 우리 같은 사람들이 기대볼 만한 플랫폼으로 보였어.
물론 너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 있어. 과연 우리가 쓸 글을 재미있게 읽어줄 이웃들이 있을까. 너에게 주소 하나 얻기가 무척 힘들었고, 솔직히 UI가 좀 못생기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콘텐츠를 쓰는 먼지들에게 보상을 주겠다는 마음 하나는 맘에 들었으니까, 잘 해보자고 스티밋.

우리 소개를 할게. <생산 1팀>은 연구하고 싶은 여성들 모임이야. 연구팀이 아니라 생산팀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이유가 있어.
연구하는 데는 돈이 들고, 연구해서 돈을 벌 수도 없는데 연구하고 싶은 바보들이 세상에는 무척 많아(2015년 한 해에만 석사학위 받은 사람이 8만 명이 넘는대). 우리 먼지들도 그런 사람들이었어. 가슴에 품은 질문 하나씩 풀어보겠다고 연구 방법이란 기술을 배우고 싶었고, 무언가 더 배우고 싶은 욕구에 가득차서 대학원이란 곳에 갔어.

알려졌다시피 상아탑으로 가는 그 길은 비싸고, 아주 좁아. 입구는 넓지만 출구가 좁지. 소수만이 연구하며 안정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조건을 얻어. 우리는 상아탑 밖에서 연구할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어. 생활 연구인, 독립 연구자, 뭐라 불러도 좋아.

그럼 도대체 우리는 왜 연구를 하냐고? 들어봐.

“3년 전에 석사를 했지만, 나는 공부로 성공할 것 같진 않아서 박사는 안 하기로 했어. 지금은 책을 만들고 있어. 남이 만든 좋은 콘텐츠를 살려내는 작업이지만, 하다 보면 내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있어. 나는 도시 빈곤이란 주제에 관심이 있거든. 아카데믹 커리어를 밟지 않아도 오랜 시간을 두고 공부하고, 집중하고 싶어. 살아가면서 꾸준히 연구할 내 주제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 먼지 @amberjeon

“나의 관심사는 ‘내 삶에 주인이 되는 것’이야. 개인의 삶에 주체가 되는 방법을 사회구조적 관점으로 바라보니 너무나도 연구할 것들이 많아. 연구를 하면 내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니까, 당면했던 힘든 일들도 재미있게,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좋아.” – 먼지 @oh-really

“나는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대학원에 왔고, 짧은 석사과정에서나마 익히고 배운 것들을 앞으로도 이어 나가고 싶어. 하지만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강의를 하고 연구원이 되고, 그런 식으로 계속 아카데미에 속하지 않고는 그럴 방법이 없는 걸까?” – 먼지 G

우리는 많은 대화 끝에, 모두 ‘질문을 던지고 풀어가려는 사람들’이란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어. 저마다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주제들이 있어.
도시의 변화, 다음세대가 살 농촌, 새로운 사회운동이 모이고 흩어지는 방식,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 정보화의 역사 등.. 살면서 그런 주제에 관련한 글과 목소리를 자꾸만 수집하게 되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기 위해 적합한 방법론을 궁리하곤 해.
그 질문들은 자기 삶에 무척 중요한 거라서, 생업에 치여 정신없이 살다가도 곧 자신의 궁금증을 떠올리면 ‘나란 어떤 사람인지’를 퍼뜩 깨닫게 되지. 이런 우리에게 연구는 직업이라기보다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운 것 같아.

하지만 어떻게 하면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이제까지는 대학원에 가서 배우는 방법 밖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길이 없었던 것 같아.

“나는 배우는 게 너무 좋아서 오랫동안 학교를 못 벗어났어. 그래도 배우고 싶은 것 투성이야. 내게 학교는 … 연구보조원같은 알바 자리를 주는 곳이야. 학교를 오래 다니느라 일 경력도 없는 내게 일을 주지… 그런데 등록금을 내야 하는 게 함정.” – 먼지 @nonmooner

선배들로부터 “졸업해서 번듯한 연구소에 들어가려면 차라리 수능을 다시 보는 게 나아.”라는 씁쓸한 조언을 들은 먼지@nonmooner는, 요즘 밤마다 ‘갈 곳이 없으니 내 자리, 내가 글을 쓸 매체를 직접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한다고 해.

생산1팀의 먼지들 중에는 전업 대학원생도 있지만, 생업을 하면서 자기 연구를 병행하려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먹고사니즘에 치이다 보면 정작 하려고 하는 자기 연구를 미루게 돼. 약속된 일정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으니 자꾸만 할 일의 우선 순위에서 연구가 뒤로 밀리게 되는 거지. 우리는 일상에서 연구를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보았어.

“누군가는 생업을 하면서 꾸준히 자기 주제를 가지고 연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오직 연구에만 집중할 시간과 돈이 있어야 연구를 종결할 수 있을 것 같아.” - 먼지 @oh-really

시간과 돈이 없어서? 응. 기다리고 채근하는 독자가 없어서? 응. 연구를 같이 끌고 갈 동료가 없어서? 그것도 맞아.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그 중에서 ‘학습하기만 할 뿐 생산하는 데는 능숙하지 않은 우리의 습관’에 대한 이야기가 폭발했어. 우리는 배우기는 참 좋아하는 ‘프로 학습러’이지만, 배운 것을 콘텐츠로 생산하는 ‘생산러’는 아니라는 거야.

“생산하고 싶다, 미치도록.” 모두가 격하게 끄덕였고, 여기서 우리의 팀 이름 <생산1팀>이 탄생했지.

그리고, 연구물은 꼭 논문이어야 하는가??

연구물을 잘 생산하지 못하는 수십가지 이유 중에서, ‘논문’이라는 형식이 재미가 없어서 연구자도 잘 쓰게 되지 않는 것 같아. 그러고보니, 연구물이 꼭 논문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에세이 일 수도, 유투브나 팟캐스트일 수도, 그림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거잖아? 각자가 즐겁고 편안하게 생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구물을 생산하면 좋겠어. 연구의 과정에 대중하고 소통하고 싶고, 연구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잘 가서 닿았으면 좋겠어. 스티밋, 우리는 너와 함께 그 어려운 일을 해 내고 싶어.

논문이란 녀석은 다가가기 복잡하고 까다로운 녀석이라서, 필요한 사람에게 잘 읽히지 않는 게 늘 아쉬웠지.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는 먼지 G는 이런 아쉬움을 토로했어.
“주변부의 삶을 연구하는데, 마치 현장에서 이야기를 물어다가 중심에 갖다 주는 느낌이라 불편하다.”고. 연구하러 현장에 나가면 연구 대상인 사람들이 연구자를 반긴다고 해. 자신의 삶이 어떤지 궁금하기 때문이야. 그런데 결과물이 두껍고 어렵고 재미없는 논문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잘 읽히지 않는 거지.

논문은 학자의 언어로 쓰여진 글이니까. 논문이 게재되는 학술지, 학술지의 글을 받아서 유료 콘텐츠로 돌리는 학술지 플랫폼. 학술지에 논문을 실으려면 심사료와 게재료를 내야 해. 그리고 자기 논문이 유료로 유통되더라도, 저자에게는 보상이 돌아가지 않아.

이런 연구 생태계에서 우리는 우리가 우리답게 연구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고 싶어. 연구해서 먹고 살긴 힘들어도, 적어도 연구자에게 조금의 보상이라도 돌아갈 수 있고, 대중과 가까운 연구 콘텐츠 플랫폼 말이야.

그래서 생산1팀의 먼지들은 스티밋에서 각자의 연구물을 생산해 보려고 해. 팀으로 같이 생산하기도 하고.

세상에는 우리같은 독립 연구자들이 많으니까, 우리의 활동이 서로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어.

반가워 스티밋, 네가 완벽한 대안적 플랫폼이라고 할 순 없지만, 우리 한 번 잘 지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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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dust님 안녕하세요. 개사원 입니다. @eversloth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헉! 연구하는 여성들의 모임이라니!!!
너무 멋있어서 보팅, 팔로우, 리스팀 합니다.
저 내년에 논문 써야 하는데 (고등학교 인문계 나와서 예대 갔는데 공대 석사 과정 중.... 흐억~!) 선배님들 도움 좀... 굽실굽실!!!
어떻게 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생산 1팀에 저도 좀 껴주십시오오~!

공대 석사과정이시군요! 무슨 공부하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문송이라 부럽기도 합니다+_+

저도 문송입니다. (심지어 예술대 ㅋㅋㅋ) 인문고를 나와 예술대를 다니다 과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들 어이없어해요 ㅎㅎ 앞으로 자주 뵈어요^^ (그나저나 논문은 어떻게 쓰죠 ㅠㅠ 예술대 출신이라 이론적 베이스가 ㅠㅠ)

점점 더 궁금해지는 분, 재밌는 길을 걸어오셨네요! 근데 제 주변에도 문송하지만 과학기술 공부하는 분들이 좀 있어요. 자주 뵈어요!

반갑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홍보해

나도 생산1팀 @oh-really 아그래요야. 먼지처럼 일어나야지!

뭐죠. 이 멋진 아우라는...? 막 제가 다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응원합니다!

두큰두큰 덕분에 힘이 남!!

멋지네요. 저도 생산1팀의 일원이 되고싶은? ㅋㅋㅋㅋ 화이팅입니다!! 팔로우하고 갈게요!

생산1팀 뭔가 대단한 걸 말들어 낼것 같습니다.
재미없는 논문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만한 것으로요...
일단 모이면 힘이되죠
좋은시도 응원드립니다. ^^

글을 읽으며 앞으로의 생산1팀의 생산활동에 대한 기대가 생겼습니다.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해줄 기대말이죠. ^^

굉장히 기대되네요
좋은 컨텐츠가 나올거 같아요
반가워요 ^^

Your poster congratulates everyone. I love it. But you please do upvote me.

응원합니다! :) 학계에서 벗어나서 무언가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건 참 어려운일인데.. 그래도 응원해요^^

뭔가 궁금하다. 기대하겠다.

반갑다. 잘 지내보자.

반갑습니다 뭔가 승승장구 해나가실 느낌이 드는데.. ㅋㅋㅋ 앞으로 자주 들러보겠슴닿ㅎ

기대해볼께요. ^^ 환영합니다.

축하합니다. 소통의 가치 이벤트 #10에 당첨되셨습니다. @ghdcks10 님께서 이 글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정말 좋은 글에 풀보팅하고 갑니다. 저도 팔로우 하고 열심히 소통할께요. ^^
소통의 가치 이벤트는 내일도 계속됩니다!

안녕! 나는 생산1팀 @nonmooner 먼지닷. 드디어 우리 이야기가 올라오니 너무 반갑다.

생산에 박차를 가해보자 @nonmooner!

스팀잇에 오신것 을 환영합니다.^^
저는 krwhale이라는 아기고래와 코인시세 챗봇을 운영하고 있어요 :)
- 아기고래에게 Voting 받는 법
- 코인시세 챗봇
1주일 뒤 부터 유용하게 쓰실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암호화폐 관련 데일리 리포트도 작성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많은 구독 부탁드릴게요~
- Pliton의 암호화폐 데일리 리포트

응원합니다. <생산 2팀> 이란 명칭을 차용해도 되겠습니까? ㅎㅎ 특수교사로 근무중이고.. 저도 대학원에 가지 않은 이유가.. 논문.. 싫네요.. 연구라... 아무도 읽지 않을 논문보단.. 누구나가 활용가능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보고 싶네요.

여자만 되나요? 석사제적생입니다만..

반갑습니다
연구가 꼭 논문이어야 할 필요는 점점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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