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정리-오래된 생각] 내 존재의 의미와 목적
안녕하세요:)
여전히 날씨가 춥네요.
스팀잇 여러분들 항상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나날들로 가득찬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예전부터 제가 고민해오던 것에 대해 여러분들과 공유해보고 싶어서 이런 주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저를 괴롭히던 생각인 것 같습니다.
내가 대체 무얼 위해 살아가는거지?
오글거리고 너무 무게감있는 척 하는 것 같아서 주변 사람들과는 많은 공유를 안했는데,
이런 생각들이 많이 정리되고 나서 다시 되돌아보면 나름 소중했던 고민이기에 이렇게 진중한 분들이 많이 계신 공간에 그 흔적을 남기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벌이고 있는 이 모든 일들, 예컨대 기술을 개발시키고,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습득하고, 보다 많은 돈과 권력을 얻고자 노력하는 일들, 그리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것 등은 대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말이죠.
처음 이런 고민이 생긴 건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몇 달 정도 뒤였던 것 같습니다.
다른 많은 대한민국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정말 많은 공부를 했고, 대학을 가겠다는 목표 하나 밖에 없던 시기였죠.
당시 수학, 과학에만 매진하고 있다가 철학적인 글머리 하나를 우연히 읽은 뒤에,
어떻게 보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게 된것 같습니다.
'내가 왜 이런걸 하고 있지?'
당시 저는 (물론 지금도..) 철학과 인문학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고, 그런 걸 공부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여 그다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수 없었고, 무엇보다 인식과 경험이 거의 어린아이 수준으로 미숙했던지라 그 당시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다지 현명하게 내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인생 살아서 별거 없네!
결국, 이것이 그 때의 제가 내린 결론이었죠.
즉, 저는 회의론자였던 것입니다.
여기서 회의론자라고 함은, 인간 존재의 숭고한 의미따위는 없고, 일평생 태어나서 살다가 죽음을 향해 가는 존대라는 등의 생각을 항상 마음 한켠에 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제가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것은, 그 때 저는 인간의 삶 그 끝에는 결국 죽음뿐이다 라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죽을건데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뭐해' 라는 일차원 적인 회의감이 아니었죠.
다만 제 회의감은 저 뿐만 아니라 제가 포함된 인간의 존재가 그닥 숭고하고 엄청난 의미를 지니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인간의 존재가 숭고한 의미를 갖는다면! 저는 인간이 언젠가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해도 그것은 (슬프지만) 딱히 괴로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우리의 목숨을 걸 만한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라는 것에 대해 두려워했던 겁니다.
물론 언급했던대로 마음 한켠의 이런 생각을 주변 친구들과 얘기하지 않았고,
이런 생각이 있다고해서 밥을 먹거나 친구들과 축구를 할 때 우울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혼자 공부를 하거나 누워있을 때 가끔 우울해졌고 회의감이 들곤 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건강치 못한 것 같아서 좀 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제 삶을 개척해 나가고자 나름의 사상적 토양을 마련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짧게는 아래와 같았죠.
'내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하는 이유는? 원하는 직업을 갖고 인정받기 위함이다.'
'직업을 갖고 인정 받고 싶은 이유는?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나아가 인격적 지위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회적, 경제적, 인격적 지위를 올리려는 이유는? ... 내가 그것이 좋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그것이 좋기 때문이다.
왜? 왜 좋으려고 하는 것인가?
이것에 대한 답은 결국 생각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열심히 사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루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는 도달했기에 본질적인 인간 존재의 의미는 찾지 못하였어도 힘내서 버티며 공부할 수 있었고, 학창시절 생활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제가 치열하게 사는 이유는 미래의 내가 좋아하는 가치를 얻을 가능성을 키워주기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혹자는 다른 이유를 댈 수도 있습니다.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은 인류 전체에 공헌하는 밑거름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은 개인적인 '좋음' 그 이상의 것이라고 말이죠.
타당한 주장입니다.
확실히 자신만을 위한 '좋음'보다는 전체를 위한 '좋음'이 더 고차원 적 가치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인류 전체의 '좋음'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죽으면 더 이상 우리가 살고 있던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우리가 살고 있던 그 세계 역시 죽은 우리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생전에 한 일이 후대인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뿐.
이렇게 후대인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와 목적이 숭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이런 숭고한 이유와 목적을 찾지 못하면 이 거대한 우주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지구라는 행성 위에 사는 인간의 삶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죠.
인간에게 훌륭한 뇌가 있다는 것이 멸종한 공룡으로부터 어떤 차별화를 주는지 궁금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우리가 엄청난 존재이며, 영원히 지구라는 행성의 주인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지구의 주인이 된 기간은 지구의 나이에 비해 정말 얼마 안될 뿐이고, 단순한 사건 때문에 인간은 공룡처럼 갑자기 멸종할 수도 있는 것이었죠.
그렇게 우리가 갑자기 멸종하면 지구는 인간이 있기 훨씬 전의 모습으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 위에 다시 공룡이 나타나거나,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생명체가 인간행세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저를 허무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인간은 이 흘러가고 있는 자연 속에서 아무 숭고한 목적 없이 존재하는 하나의 생물일 뿐인 것 같았습니다.
죽음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사후세계가 존재하고, 죽었을 때 얻는 '좋음'이 더 크다면(그 때의 내 존재에 숭고한 의미가 생긴다면), 지금 삶을 유지하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회의적인 생각에 대한 봄은 대학에 가서 찾아왔습니다.
대학에 가면서 많은 정신변화가 있었고, 이런 변화는 마음속에 쌓였던 회의감의 눈들을 녹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주변 환경과 생활양식 등 모든 면에서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일겁니다.
매일같이 학교와 도서관, 기숙사를 뱅뱅 돌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확실히 제 육체와 정신은 지쳐있었습니다.
이로부터 해방되고 비슷한 지적수준을 가진 친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철학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제 사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무의식속에 이 회의적인 사상을 떼어내버리고 싶었기도 했겠죠.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존재의 이유와 숭고한 목적에 대해 희망적인 결론을 낼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그 당시에(대학교 4학년) 썼던 글 중 일부입니다.
<분명 극단적 회의주의와 허무주의는 그동안 나에게 너무나 타당해보였지만, 그것을 내 마음속 깊이 진정하게 인정하는 것은 내게 너무 버거운 일이었다.
만약 정식으로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였다면 죽음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서 뭐하나? 오히려 죽음으로서 인생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다른 이들보다 일찍 진리에 도달할지도 모를 일이다.
죽으면 나의 영혼은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이 우주에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살아가는 행성이 얼마나 더 많은가.
어쩌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상상한 것이 맞을 수도 있다.
마치 우리가 개미를 우리에 가두고 관찰하는 것 처럼 외계인들이 '우주'라는 커다란 통에 지구와 함께 우리 인간들을 가둬놓고 관찰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나의 희망적인 생각은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인간의 가혹한 운명에 대해 상상을 하다가 피어났다.
만약 우리가 정말 미지의 존재에 의해 비참하게 운명 지어졌고 그러한 비참한 운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지구에서 우리의 존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해도, 어쨋든 현재 인간은 다행히 아직 지구에 존재하고 있다. 그냥 존재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지구에서 확고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우리가 아직 존재하고 있음이, 외계인이 '지구 실험'에 대해 아직 실증나지 않아서 지구를 폐기처분하지 않았기 때문일지, 아니면 아직까지 불가항력적 자연재해가 우리를 덮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어쨋든 아직 우리는 살고 있고, 당분간은 이대로 존재할 것 같다.
이 사실은 인간이 우리 자신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확실이 지금의 인간은 우리의 조상이 돌맹이를 들고 사냥하던 때보다 우리 자신과 우주의 원리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아내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시간이 조금 더 주어진다면,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아낼 것이다.
인간의 존재 원리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할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우주의 존재 원리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가져다 줄 것이다.
만약 인간이 이렇게 거대한 주제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에서 우리 자신의 운명이 바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가령, 실제로 우리를 실험하고 있는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우리가 눈치를 챈다면?
진리가 실제로 이렇게 암울하다고 해도 우리는 이에 대해 낙담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어쨋든 우리 인간은 진리에 다다른 것이다. 우리가 무엇이고,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저는 제가 꽤 오랜시간 회의적인 생각에 치우쳐 뭐든지 부정적으로 바라보려 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의 진화된 뇌로부터 파생되는 무수한 능력들은 확실히 대단합니다.
지구에서 존재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지만, 지구 역사상 가장 많은 변화를 기록한 종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우리의 두뇌를 이용하여 자기 자신을 포함한 우주의 존재 원리에 대해 탐구를 시도하는 지구 역사상 첫 생물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의 존재에 대해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탐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물학은 우리 인간을 세포 단위로 쪼개서 신체 현상과 진화과정을 설명하고 있으며,
물리학과 우주학은 이 세계의 원리를 조금씩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학적 탐구분야에 원숙한 사회과학적 지식이 더해지면서 진리에 대한 통합적인 탐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더구 더 빠르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대학교 4학년에 들어서면서, 드디어 저는 인류라는 거대한 배가 목표로 하여 항해하는 보물섬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건 제가 만든 보물섬이고, 남들에게 인정 받지 못해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청소년 시기부터 성인이 되고 나서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까지 고민해서 찾아낸, 제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보물섬이기 때문입니다.
칸트의 명언 중 이런 것이 있죠.
'회의주의는 인간 이성의 쉼터가 될 수 있다. 이성은 그곳에서 이념적 방황에 대해 성찰할 수 있지만, 그곳은 오래 있을 곳이 못 된다. 회의주의에 굴복한다면 이성의 동요를 절대 극복할 수 없다.'
저 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했던 고민을 칸트가 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칸트 역시 인생 어느 순간에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나름대로의 철학을 통해 그 회의감을 떨쳐내는 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저도 어설프지만 제 방식으로 희망적인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또 이런저런 사색에 잠기기도 합니다.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두렵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제가 생각했던 부분의 작은 부분을 진중한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 풀어놓니 기분이 너무 좋네요.
여러분들도 여러분들만의 숭고한 존재의 이유를 찾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그럼 이만~
과학자들이 허무주의에 빠지는 일이 많다고 하죠. 그들은 보통사람이 모르는 나노단위까지, 혹은 우주밖의 방대함까지 체계적으로 분석해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인간의 존재이유도 분석하고싶어하고. 고대 철학자들이 대부분 과학자를 겸업?ㅎㅎ했던 이유도 그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린왕자에서 말씀하신 children이라면 기적에 기대살진 않을지언정 기적을 믿으며 살지 않을까요?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없는 것들을 머리아파하기보단 그저 경외하며 사는 것 또한 인생사는 맛이지용ㅎㅎ
이상 분석력이 떨어지는 문과생의 이야기였습니다 ㅋㅋ 석일님 뇌는 정말 요쏘섹시하시네염
ㅎㅎ항상 댓글 달아주시는 하이디님ㅜ
문과 분들의 분석은 항상 더 와닿고, 따뜻한거 같네요! 늘 밝은 에너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쌰으싸 같이 힘내요
즐거운 주말
행복한 스티밋 !
ㅎㅎ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존재의 이유! 우연한 계기로 돈을 많이 벌은 사람들은 허무주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평생 즐겁게 살기 위한 일들을 하고 싶네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홍보해
항상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