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 무중력 해변에서 [풀버전]

in #kr-writing6 years ago

@garden.park 님이 진행했던 공모전 글자수 제한을 잘못 이해해서 작성했던긴버전 입니다.

그냥 두기에 뭐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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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년 7월 7일 18:14

Wolf star-2 우주 정거장 생활실

“……우주 유영을 하시겠다구요?”

오마르 선장님의 발언은 예상 했다면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사람의 평소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의외인 발언이었다. 오늘이 마지막 출근인 우주 비행사라면 그럴 수 있겠지 하는 발언으로 볼 수 있겠지만 평소 바른 생활의 화신과 같은 인물의 발언이라면 의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이제 12시간 뒤면 집으로 돌아가는데 기념으로 태양과 지구를 함께 바라보고 싶어서 말이야. 너 아까 오전에 말했자나. 식사 후 스테이션 패널을 보러 나간다고, 나가는 겸사 같이 나갈려고 그러는 거지”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현재 다른 크루들은 식사 후 NASA의 몇몇 친구들과 통신까지 열어서 은퇴식을 몰래 준비 할 예정이다. 원래부터 틈을 만들 기회는 필요했다.

“뭐 그렇기는 합니다만… 해질 시간이… 40분정도니까 바로 가시죠?”

“좋아!”

신선한데?

평소보다 많이 들뜬 모습으로 통통 점프하며 감압실로 향하는 오마르 선장님의 모습을 보며 느꼈다.

나는 기본적으로 익숙해진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첫 경험이라는 것의 매력에 발목을 잡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분명 고등학교 방학 때 처음 떠났던 배낭여행의 영향이 클 것이다. 멀리 더 멀리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나는 색 다름은 항상 좋은 자극이었다. 그래서 결국 집에서 제일 먼 이 우주까지 날아왔지만 색다른 뭔가를 만나는 것은 여기가 한계인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오마르 선장님은 무려 이 우주와 지구의 왕복 생활을 15년간 반복한 성실의 표본과 같은 사람이다. 나이차이는 얼마 나지 않아서 금방 친해졌고 매우 열성적으로 일하며 인내가 최고의 장점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내 안에서는 강했는데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이런 익숙하지 않은 모습은 좋아한다.

근데 어울리지는 않는다.


2058년 7월 7일 18:38

Wolf star-2 우주 정거장 외벽

“일단 안전줄을 정거장 외벽 이동 파이프에 붙이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여기서는 정거장의 외벽이 눈에 좀 거슬리는데 좀더 멀리 떠있고 싶군.”

“위험해요. 안전이 우선이죠”

1시간전쯤 같이 우주로 나가고 싶다고 할 때부터 좀 불안했다.

못내 아쉬운 듯 하다. 이게 그에게는 두 눈으로 보는 우주의 마지막으로 보게 될 풍경이니 말이다. 뭐 내 눈에도 새롭지는 않지만 웅장함으로는 항상 최고의 풍경이기는 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찰나

“뭐… 뭐가 되었건 네 말데로 안전이 우선이지.”

그는 내 허리춤에 자신의 안전줄을 연결하고는 우주 공간으로 천천히 몸을 밀었다.

“어…. 서… 선장님?!”

순간 내 우주복 안의 공기가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오마르 선장님의 공기가 사라졌다. 헬멧의 전면부가 분리되어 우주에 떠 있다. 당황하는 나를 보며 묘한 웃음을 짓더니 허리춤에서 뭔가를 꺼냈다.

담배다.

그는 열선으로 동작하는 라이터를 켜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앞에 떠있는 헬멧의 전면부를 다시 장착했다. 기분상 몇 분은 지난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10수초가 지났을 것이다. 전면부 패널이 붙자 마자 귓가로 함장님의 통신이 들어왔다.

“이 맛이지!. 자 태양이 질 때까지 5분 정도면 되겠지? 이렇게 꿈을 또 하나 이루게 되는 군.”

“……”

분노와 황당함에 아무 말도 못하고 쳐다 만 보고 있자 다시 귓가에 통신이 날아들었다.

“처음 우주유영을 하며 지는 태양을 봤던 15년 전부터 이걸 해보고 싶어서 꾹 참았다. 뭐 어쩌겠어? 내가 이 한 개피 밀반입 하는데 얼마나 고생했는데… 너한테 가는 피해는 없을꺼니까 걱정하지 마라.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말도 잘 안 나오는 나는 안중에도 없는지 그는 나를 처다 보지도 않고 몸을 돌려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 마치 해변가에서 한잔 하고 비치 의자에 몸을 뉘여 바다 속으로 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듯한 자세로 지구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을 그 밀반입한 담배 한 개피를 음미하며 바라보기 시작했다.

“…… 그거 담배연기 때문에 앞 안보이지 않습니까?”

약간의 심술이 배어나왔다. 아직도 당황한 심장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말에 심술을 불어 넣은것 같았다. 그러자 그는 아무 말도 안하고 헬멧에 부착된 강제 이산화탄소 배출기를 가동시켰다. 마치 수염처럼 담배연기가 나오는 그 모습에 내 심술도 좀 쓸려갔다.

“담뱃재 위험하지 않나요?”

아직 남은 심술이다. 오마르 선장님은 뒷짐을 진 상태로 손을 약간 움직여 문제없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남은 심술도 쓸려갔다.

선장님 너머로 지구와 맞닿은 태양이 보였다. 그 순간 해가 질 때까지 지금 이곳은 그만의 시간, 그만의 공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별 수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안전하게 선장님의 안전줄을 잡고서는 뒤에서 조용히 같이 지는 태양을 바라본다.

문득 생활 패턴을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바른 생활의 화신이 보여준 일탈의 영향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더 이상 경험할 새로운 것이 없다면 다시 한번 즐기되 다른 형태로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잠시 후 지구에서 봤던 것처럼 태양은 지평선 너머로 소리없이 사라졌다. 오마르 선장님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헬멧 안이 연기로 가득차서 선장님의 얼굴이 안보인다. 내쪽으로 오기 위해 안전줄을 잡아 당기면서 이산화탄소 배출키를 켰다. 그러자 또 긴 수염이 만들어졌다.

“…풉”

담배연기 너머로 무심코 튀어나온 웃음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듯한 선장님의 장난기 가득한 처음 보는 형태의 웃는 얼굴이 보인다. 이 것이 그가 이 우주에서 즐기고 싶었던 로망이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그는 이 우주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이룬 것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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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년 7월 7일 19:24

Wolf star-2 우주 정거장 감압실

알지못하는 새로운 면을 봤다는 조금 간지러운 기분을 느끼며 헬멧을 벗었다. 옆에서 담배 냄새가 느껴진다.

“너는 이런 거 따라하지 마라”

오마르 선장님이 나를 쳐다보며 뭔가 뿌듯한 표정과 너는 이런 거 모르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저 담배 안피는데요?”

“……”

쾅!

“선장님 은퇴 축하합니다!!”

“선장님 은퇴 축하합니다!!”

“선장님 은퇴 축하합니다!!”

감압실로 쏱아져 들어오는 크루들에 치이며 아까 꺼졌던 심술에 살짝 불이 붙었지만 일단 지금은 축하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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