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날 카피라이터의 일상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저녁인지 아침인지 모를 날씨이다.
바람이 불어대고 습도는 95%.
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리지만 얼굴에 달라붙지는 않는다.

나는 카피라이터다.
정기적으로 한달에 한번 주요 클라이언트의 일을 해주고
200여만원을 받는다.
작업을 하는데 7일정도가 걸린다. 2일은 준비작업 5일은 온전히 작업에 몰입하는 시간이다.

남는 시간에 뭐하느냐고?

카피라이팅에 관심있는 이들을 위해 무료 강연을 한다.
책도 준비중이다.

외국어를 배워볼까 싶어 뒤늦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3학년에 편입했다.

한달이 꽉차 미어터질만큼 일을 받아서 한 적도 있었다.
그때 수입은 5~600만원정도였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작업을 마친 나의 기진함을 대신해주지 못했다. 영혼이 금새 바싹 마르는 느낌이었다.

그 후로는 여유를 느낄 정도로만 일을 한다.

돈이 더 필요하긴 한데,
지금 공부하고 있는 외국어도 상당히 재미있다.

좀 더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하고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어- 하는 말따위
신경쓸 겨를이 없다.

계절은 나날이 생생하게 바뀌고 있고
가로수는 울창하게 가지와 잎사귀를 만들어내
열대우림인가 싶다.

커피는 여전히 맛있고
배부르게 질좋은 식사를 하고 나면
뭐든 배우고 싶고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고 아우성친다.

하고싶은 일 지금 하러 간다.

앗, 폭우다!
집에 돌아가는 길 폭삭 젖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