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4] 캬라멜 햇빛과 낯선 아침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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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햇빛은 정말 작렬한다.

이른 아침에도 부드러운 햇살이 내 머리칼을 쓰다듬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새벽 차가운 공기를 뱉어내다가 해가 뜨면 바로 얼굴을 바꾼다.
아마도 새벽 공기가 햇살과 만나는 그 첫순간은 햇빛이 잠시 따스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담요를 둘러싸고 출근하는 이들로 이미 거리가 북적이기 시작한다.
이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6개월만 살아보면, 왜 이들의 피부가 카라멜 색인지 두말할 것 없이 이해한다.
심지어 그 녀석은 손바닥과 손등색이 다르다.

차고 건조한 공기와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하면
매퀘한 매연을 마시며 우리도 길을 나선다.

지나가는 길에 바라본 커다랗고 흰 버스는 한 건물앞에 서더니
수많은 사람들을 토해냈다.
저렇게 큰 버스는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다. 덩치가 공항 리무진버스 만한 것 같다.
물론 안락한 의자도 깨끗하게 잘 닦인 내부공간을 기대했다간 큰 착각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그 버스를 타고 어딘가에서 온다.

전날 비라도 좀 내렸던 날이면 아침 공기가 촉촉하다.
그러면 이른 아침 눈을 뜨자 마자 느껴야 하는
이 낯선 느낌들이 조금 반감된다.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건조한 공기.
아스팔트위로 오며가며 쌓인 흙먼지냄새는 아침부터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낯선 새소리와 너무나 파랗고 아름다운 하늘도
아침 부은 눈으로 일어난 내게 "넌 누구야?" 라고 묻는 것 같다.

아마도 한국 공기는 주로 촉촉했던 것 같다.

어제 얼마나 늦게 퇴근했는지, 잔업이 얼마나 되었는지,
사장에게 전화온 내용은 어떘는지
서로에게 철저히 무심한 동료들과
마른 먼지들을 가르며 출근길을 달린다.

이 땅은 사람 마음을 바싹 마르게 하는 것 같다.
마음은 바싹 마르고 몸은 투실투실 쪄가는 것 같다.

아버지는 새벽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시곤 했다.
외로워서 인지 그 날의 고단함을 털어내고 싶어서 인지
아빠는 자는 엄마를 깨워서, 뭔가를 중얼중얼 이야기하다
종종 대화소리가 커지곤 했다.

"아, 시끄러워- 엄마! 나 내일 일찍 나가야된단 말이야."

아침마다 그 소리가 정말 짜증났었다.

이 마른땅에 도착한 이후로
고요하게 시작되는 나의 아침은
평안하고 좋은 듯 했지만,
그들의 부재가 느껴질 때 마다
한겨울에 속옷바람으로 거리에 서있는 듯
한기가 마음속 깊이 파고들어서
견딜수가 없었다.

어느 날 아침인가,
아침부터 너무나 시끄러웠다.

"아우, 엄마 시끄럽다니까-"

시끄러워서 잠이 깬 나를
텅빈 회색 방과 창문너머 푸른밤 하늘이 맞이했다.

'아...... '

전화라도 걸라치면 한국은 한밤중...
반나절은 이 그리움을 달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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