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내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

in #kr-youth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rosie2입니다.

벌써 한 주의 절반이 지나갔네요.
일하고, 공부하고, 글 쓰느라 모두들 고생 많으십니다! :D


그저께 예기치 못한 방문이 있었습니다. 경남에 계신 엄마가 석가탄신일 휴일을 맞아 서울까지 저를 보러 올라오셨거든요. 미리 알았더라면 서울에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라든지, 맛집을 알아볼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아쉬운 마음도 잠시, 엄마를 오랜만에 본다는 것만으로 우울했던 기분이 확 나아졌어요.

사실 엄마가 올라오시기 바로 전날, 알바를 하는 곳에서 멘탈이 깨져서 일하면서 펑펑 울었거든요. 눈은 빨개지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주문 받고 식사체크하고 그랬어요. (고객들은 뭔 죄..ㅋㅋ) 모든 서비스직이 감정노동이라지만, 유독 그 날은 여러 가지가 겹쳐서, 이 때까지 꾹 눌러왔던 힘든 감정들이 줄줄 새어나왔던 것 같아요.

저는 외고 기숙사 생활 3년, 대학교 4년 그리고 추가학기인 지금을 포함해서 총 6년 이상을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있기 때문에, 가족과 더 애틋한 게 있어요. 떨어져 있는 탓에 연휴에 집에 내려가도 가족과 있는 시간보다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답니다 :(

아무튼 서울과 멀리 떨어진 곳부터 엄마가 힘들게 차를 타고 올라오셨다고 하니, 좀 제대로 된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마땅히 생각는 곳이 없었어요. 그런데 문득 머리를 스친 곳이, 제가 알바를 하고 있는 아웃백이었습니다.

마침 엄마가 올라오는 날짜도 알바를 하지 않는 한가한 평일이었고, 또 일하면서 열심히 모아둔 쿠폰들을 써서 단둘이 포식하면(?) 좋을 것 같았기에, 매니저님께 미리 양해를 구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알바 동료인 @knowkorea님에게 자리 안내를 받았어요. 기묘한 느낌ㅋㅋ

아웃백 문을 열고 딱 들어가자마자 매니저님이 엄마랑 저랑 너무 닮았다고 말씀하시며 웃으시더라구요ㅎ

이 날 먹은 음식에 대해서 소개하자면(=자랑하자면),

골드코스트 코코넛 쉬림프

퀸즈랜드 립아이 스테이크

스파이시 시푸드 알리오 올리오;
진짜 세상 맛있었어요. 이날부로 저의 최애 아웃백 파스타가 되었습니다. (엄근진

쿠폰은 개별로 사용하긴 했지만 ‘블랙라벨커플세트’로 먹은 셈이네요. 너무 배불러서 골드코스트 코코넛 쉬림프는 포장해갔어요ㅜ.ㅜ

엄마와 단둘이 얼굴을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만큼 좋았던 건, 한없이 어리광을 부릴 수 있었다는 거였어요. 24살이 어디가서 어리광 부리겠어요..큼큼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하고, 격려 받으며 재충전을 제대로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것, 언어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 공무원 시험과 공기업과 같은 안정된 직장에 대한 이야기 등등 평소에 하지 못했던 나에 대한 이야기를 엄마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스팀잇 이야기도 했어요! 처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커뮤니티라구요 :)

엄마는 제 얘기를 가만히 들어주시고, 웃어주시고, 또.. 우셨습니다. 갑자기 맛있게 식사를 하다가 우셔서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왜 우냐고 급하게 휴지를 가져와 물으니,

"맛있는 식사를 해서 좋은데, 네가 그만큼 힘들게 뛰어다니며 일했을 걸 생각하니까 눈물이 난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아웃백에서 받는 포상쿠폰은, 단순히 주문을 받는 order taker가 아닌 적극적으로 추천판매를 하는 salesman을 장려하기 위한 장치의 일종이에요. 사실 고객님이 주문하는 대로 받아적고 주문을 넣으면 알바생의 입장에서는 편하기 그지없지만, 매장의 입장에서는 추천판매를 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죠. 고객으로 하여금 더 좋은 퀄리티의 음식과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고 나아가 더 높은 매출 달성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평소에 무엇이든지 하면 열심히 하자는 주의긴 한데, 너무 힘들게 일하는 게 안타까워서 우시는 엄마를 달래다보니 "그러게, 나 왜 이렇게 열심히 일했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근데 답은 곧 나오더라구요. 이렇게 나 생각하는 엄마를 위해서! 내 사람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거라구요.

제가 쿠폰을 열심히 모으는 이유,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이 날 엄마에게 값비싼 식사를 선물한 것처럼, 가족과 친구와 같은 알바 동료에게 나누고 싶어서예요. 추천판매를 잘해서 매니저팀에게 칭찬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 이후에 쿠폰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일 수 있다는 생각이 제겐 원동력이에요.

일이라는 건 개인적인 경험, 커리어를 위해서 하는 것이 가장 크겠죠.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나뿐만아니라, 내 주위의 사람들의 행복까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잘 되면 나아가서 내 사람들도 잘 될 수 있다는 그런..?ㅎㅎ

여러분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이유에서든, 그 원동력을 잃지 않길 바라요 :)


눈물도 유전인가봐요ㅋㅋㅋ 생각해보니 전날에 알바하면서 딸 먼저 울고,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엄마가 울어서 둘이 막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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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용인이고 학교가 경남인 저와 반대네요. 예전엔 집가면 친구들만나 놀기 바빴는데 요즘엔 분기에 한번정도밖에 집에 못가서 갈때마다 부모님과 얘기 많이 나눠요.

지금보다 더 어린 학생일 때는 몰랐는데, 부모님과 함께 얘기하는 시간이 갈수록 적어지고 또 소중해지더라구요. gotama님도 앞으로 부모님과 속깊은 대화 더더 많이 나누시길 바라요 :D

아이구.. 그래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정말 예쁩니다!! 어머니도 딸이 타지에서 고생하는 거 다 알고 계실거에요. 있을 때 잘해드립시다 우리!!
아웃백 쿠폰을 모으는 마음씨도 정말 예쁘세요 ㅎㅎ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리 유스분들 위해서 모으는 것도 있어요! 부모님께는 있을 때 잘해드려야 한다는 거 정말 맞는 말이에요ㅠ.ㅠ

정말 가족이란게 가장 큰힘이 되죠.

결국에는 가족밖에 없는 것 같아요ㅠ.ㅠ

아웃백 미국에있을때 자주갔었는데, 한국의 아웃백이랑은 분위기가 사뭇다르네요! 어머님과 시간보내시는것 보기 좋습니다 ㅎㅎ 저도 본받아서 어머님모시고 내일은 점심이라도 해야겠네요!

미국 아웃백도 궁금하네요!! 스테이크 중량이 훨씬 큰가요 ?.? 어머님과 맛있는 식사하시길 바라요 :)

음.. 좀더짜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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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행복해지기 위한 과정이겠죠?ㅎ

결국 행복을 위한 과정이죠! 감사합니다 한손님 :)

"맛있는 식사를 해서 좋은데, 네가 그만큼 힘들게 뛰어다니며 일했을 걸 생각하니까 눈물이 난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주륵 ㅜㅜ 알바하면서 힘들 때 참 많지요.. 고작 이 돈 벌려고 이짓을 해야하나 할 때도 많구요.. 하지만 그러면서 사회생활을 배우는 것리 아닐까하네요! 힘내세요!

아무리 힘들어도 얻는 게 있고, 지나고나면 좋은 경험으로 쌓이겠죠?ㅜ.ㅜ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힘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