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 중독된다 steemit 스티밋 / 스팀잇?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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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몇 년 전. 친구가 동네에 생긴 "PC 방" 이란 곳에 가자고 했다. 학교에서 축구하는 것 빼곤, 고등학생들끼리 어울릴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우리 세대 부모님들은 돈 벌기에 바빴고, 학생들은 "PC 방"에서 친구가 되어 갔다. 친구 놈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자고 했다. 그리고 게임을 했다. 나는 과감하게 친구를 공격했다. SCV 한 부대를 이끌고.... 당연히 며칠 동안 나는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 "스타"라는 게임은, 장기와 바둑, 전쟁이란 쾌감, 급격한 뇌 활동 등으로 상당히 중독성 있었다. 이른바 전략 시뮬레이션이란 게임은, 뇌를 소모하며 두 눈이 충혈되며 사람을 빠져들게 했다. 그 게임에 관해 알아 가면 갈수록, 더 빠져드는 것이다.

주변에서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분께서, 서울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했다. 슬램덩크나 드래곤볼이나 보던 나에겐 "미술 전시회"는 아주 생소한 분야다. 나에겐 슬램덩크가 예술이었다. "축하드립니다."라는 말은, 경상도 남자들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제가 띄엄띄엄 봤는데, 그런 것 하십니까?"라는 농담이 적당했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분야라. 또다시 한 마디 했다.

"에이, 저는 무식해서 그림 같은 거 모릅니다.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모나리자>도, 그냥 눈썹 없는 아줌마 아닙니까?"

그분께서 빵 터졌다. 그리고 다음에 서울에 가면 교수님께, 모나리자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했다. 우린 서로 ㅋㅋㅋ 웃었다. 그리고 나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그분의 말씀에 공감했다. 그분께서는 아는 게 많으니, 미술에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 분야를 눈곱만큼이라도 알아서 즐거움이 있는 거다.

steemit은 어떨까? 나는 여기를 솔직히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다. 글에 대한 투표, 업보팅과 더불어 견제가 가능한 다운 보팅! 상당히 매력적인 구조다. 정해진 파이를 두고, 사람들이 글로써 경쟁하고, 공생하고, 기생한다. 그리고 불공평한 세상처럼 거기에서 권력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익이 있다. 참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steem 코인과 steemit은 내외부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동반하는 주식 같은 재미도 있다. steemit은 잘 모르겠으나, 나는 이 새로운 커뮤니를 만든 아이디어와, 미래가 궁금하다. 여기에 참여하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심리도 궁금하다.

그리고 steemit 생태에 관한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게는 즐거움이다. 이것은 마치 개미가 거대한 집을 짓는 과정을, 옆에서 관찰하는 것 같은 재미다.

새벽에 둘째가 깨면, 아기를 토닥 거리고 가끔 스마트폰으로, 잡다한 글과 내 글에 대한 반응을 살펴본다. 물론... 집사람이 알면 등짝 스매싱이 날라오겠지... 몰래보니까 더 재미지다. 들키지 말아야한다. (-_-) 야자시간에 몰래 보는 만화책의 느낌이다.

나만의 시간을 통해 글을 쓰며 집중하는 그 자체에 대한 엔도르핀, 나의 생각과 감정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즐겁다. 일하다 커피 한 잔 하면서도, steemit에 들어와 본다. 재밌다. 고래들끼리, 사람들끼리 투닥투닥 싸우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역시 싸움 구경은 재미있는 것인가? 남자들이 UFC에 열광하는 것은 "남자 사람 동물로서의 DNA"라고 치부해 두고.. 몇 개의 글을 더 살펴본다.

비트코인, 이러더움 등에 관한 내용은 잘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생각과 관념으로 정리한 다른 사람의 "알짜배기 지식"을 읽는 것은 상당히 즐겁다. 나는 쓰레기 광고와 연예인과 관한 기레기 기사를 읽지 않아도 된다. 만약, 가상화폐에 관한 글을 10개 정도 읽는다면, 나는 "이더리움"에 관해 중독될지도 모른다. 내가 어디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나의 즐거움은 달라질 것이다.

나는 팟빵을 틀고 이어폰으로 김어준의 뉴스 공장을 들으며 잠이 든다. 나는 확고한 진보론자가 아니다. 음모론자도 아니며, 그렇다고 보수도 아니다. 처음에는 세상 뒤도 안돌아 보며, 솔직하게 말하는, 솔직하게 문제점을 콕 찝어 보는 김어준의 대담함이 좋았다. 잘 모르던 "정치"라는 분야를, 욕 섞어 가며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니, 아주 이해가 쏙쏙 잘 되었다. 영어도 욕으로 다시 배워볼까? 팟캐스트를 알면서, 팟캐스트에 중독되어 갔다. 내가 모르는 분야, 새로운 분야를 접할수록 흥분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관심에서 시작해서, 그 분야를 알아갈수록, 그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steemit이 "스타크래프트"처럼, "모나리자"처럼, "비트코인"처럼, "슬램덩크"처럼, 중독성을 유지시켜 줄까? 얼마만큼 커지고, 어떤 변화를 일으켜서, 나에게 UFC 최두호 선수의 최근 경기처럼 흥분감을 줄까? 털보 김어준의 뉴스공장처럼, 어느 만큼이나 steemit이 습관화될까? 정말 궁금하다. 과연 다른 사람들은 얼마큼이나 steemit에 접속할까? 다른 사람들은 steemit에 어느 정도로 중독되어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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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공생,기생이라는 표현이 촌철살인처럼 느껴지네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솔직한 마음, 다른 방향의, 엉뚱한 시각으로 살펴 보겠습니다.

저 요즘 시시때때로 접속합니다.

옛날 트위터 처음 할 때 같네요 :)

재밌는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트위터는 별로 안해보고 접었네요. ㅎㅎ 팔로우, 보팅하고 갑니다.

스티밋이 참 재밌으면서도 이 사회 자체가 하나의 꼭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경기장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경쟁도 하고, 돕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이렇게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참 우리 현실과 정말 비슷하네요. 그래서 더 중독성이 있는것 같아요 🍑

동감합니다. 저는 이 프레임 자체를 구경하는게 재미있네요 ㅎㅎ 팔로우, 보팅하고 갑니다.

재밋게 잘 보았어요. 저에게 스타 알려준 친구가 생각나네요

저도 스타를 알려준 친구놈을..... 고 2, 고3이었는데... 그때 만약 스타를 안했으면 더 좋은 대학에... 눈물 한 방울 떨어지네요 ㅎㅎ 팔로우하고 갑니다.

팟캐스트 하면 안알남이 요즘 좋더군요

안알남이라 저도 한 번 알아봐야겠네요. "안알남"은 무엇을 뜻하나요?

안물어봐도 알려주는 남얘기 입니다.
딴지일보 필독(FieldDog) 이 진행하는데... 요즘 유일하게 듣는 국내 팟캐스트로 남을정도로 좋더군요

저는 중2때부터 수능치는 날 새벽까지 스타를...아아~~
주제와 다른 리플을 달고 가네요..ㅎㅎ
스팀잇 역시 중독이 되어야 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쉽지가 않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