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kr) 당신은 세균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1/2)

in #kr7 years ago (edited)

※ Posting in English Version is here

https://steemit.com/science/@alex.the.one/3-you-should-appreciate-for-bacteria-1-2




Title : 당신은 세균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1/2)


Part1. 도대체 내가 왜 내 뱃속에 세균을 가지고 있는거야?!

1. 가벼운 이야기 : 1013



이 포스팅을 시작하기에 앞서, 몇년전에 세미나에서 들었던 인상깊던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If You Don't Like Bacteria, You're on the Wrong Planet.

세균이 싫으신가요? 그럼 별을 잘못 골라서 태어나셨네요.

-Steward Brand

그림1.png

Picture from [ Independence day 2 : Resurgence ]

아마 앞으로 읽게될 사실을 여러분이 알고 계시던, 아니면 모르시더라도, 한가지 반드시 알아두셔야 할 엄청난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1013

당신의 몸속에 살고 있는 세균(박테리아)의 숫자입니다. 이 1013이라는 엄청난 세균의 마리수는 우리몸을 이루고 있는 전체 세포의 숫자보다 최소 10배가 많은 엄청난(..) 숫자입니다.1) 이와 관련해서는 심지어 몇년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이 있는데요 우리몸의 10%만이 진짜 내 몸이고 나머지 90%는 박테리아라는 충격적이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에 관련한 책입니다2).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02-10percent.jpg

Picture from Alanna Collen's Website

그럼 도대체 이런 엄청난 숫자의 징그러운 세균들이 왜 내 몸에 있는걸까요? 놀랍게도 세균들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정교한 형태로 저희를 살아가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화를 도와준다던지, 면역체계의 일부분이 되어서 병원성세균(pathogen)을 퇴치한다던지, 심지어는 우리 인체의 어떤부분도 합성해내지 못하지만 생존에 필수적인 Vitamin K를 대신(!) 만들어준다던지 말이죠. 그래서 저의 개인적인 생각에는 여러분들께서 내 몸의 많은 부분들이 세균들과 공생하며 존재하고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바르게 인식하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2편에 나뉘어서 쓰여지게 될 포스팅에서는, 인체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세균(박테리아 또는 미생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드리고 "왜 인체내의 세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해서 썰을 가비엽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2. 왜 제 몸에 그렇게 많은 세균이 있어요? ㅠㅠ 무서워요 ㅠㅠ





제가 1013 이라는 숫자에 대해서 알게 되었던건 아마도 군대를 가기전 파릇파릇했던 학부 2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에 1013 마리의 세균이라는 숫자를 듣는 그 순간에 정말 엄청나게 혼란스러웠는데요.. 아마도 어렸을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온 "손 깨끗히 씻어라, 그러다 세균때문에 감기 걸린다."라는 부모님의 말씀때문이었습니다.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부터 "세균은 나쁜거니까"라는 명제가 머리속에 깊숙히 새겨져 있었던것만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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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균이 나쁘다"라는 명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명제입니다. 위에서 간략하게 설명드렸던 대로 인체내 미생물들은 인간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대표적으로 인체에 유용한 방향의 세균들이 미치는 영향입니다.

  • 면역체계의 한 부분으로서 작용
  • 위장, 장에서 소화체계를 지원하는 기능
  • 병원성 세균을 막는 기능
  • 생존에 필수적인 비타민K의 합성
  • 해독능력

그렇다면 어떤세균이, 내몸속에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작용해서, 좋은 일들을 하는지에 대해서 천천히 알아보겠습니다.



2-1. 인체미생물 :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여러분은 살면서 적어도 한번쯤은 유산균이나 생균(probiotics) 같은 단어들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마도 유산균 같은 단어보다는 "요구르트(요거트)"가 더 익숙하실런지도 모르겠네요.

그림3.png

요구르트는 유산균의 발효작용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요구르트 내부에는 엄청난 양의 유산균들이 들어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오늘 아침에 드신 희멀쭉한 그거에 세균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있다구요 ㅋㅋ 높은확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내에 유산균을 다른세균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그룹은 신기한 연구를 했는데요, 사람 몸을 27군데로 나누어서 각각의 위치를 지정한뒤 각각 위치에서의 세균의 조성을 확인해보았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실수 있는것처럼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위에 있는 세균의 종류가 전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요, 예를 들면, 정수리엔 Allstipes라는 미생물총(phylum)이 가장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미생물총인 Bacteriodetes보다 많이 발견된다던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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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from <Bacterial Community Variation in Human Body Habitats Across Space and Time, Science>



2-2. 왜 제가 제 친구보다 세균X를 더 많이 가지고 있죠? 기분나빠요! 쟤가 더 더러운데

여기까지 포스팅을 읽으셨다면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지금쯤은 "아.. 미친.. 내 몸에 세균 겁나 많네 ㄷㄷ"라는 사실을 싫지만 인정하기 시작하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뒤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가지시게 될텐데요.

"그래 인정하긴 싫지만 내몸에 세균이 많다 쳐요. 근데 솔까 제 친구 씻지도 않고 대박 더러운데 쟤보단 제가 더 좋은(유용한)세균이 더 많겠죠? 제발 ㅠㅠ"

뭐.. 대략 맞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인체미생물의 조성은 미생물 연구하시는 분들에게는 마치 "지문(Fingerprint)" 같이 여겨집니다. 60억인구 모두가 다른 인체미생물의 조성을 가지는데요, 심지어는 연인,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부부사이에서도, 심지어는 같이자란 일란성 쌍둥이(!)들도 서로 다른 인체미생물의 조성을 가진답니다. 4) 이런 인체미생물의 조성은 여러가지 주변인자(factor)들이나 생활습관 등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데요, 아래에 대표적인 주변인자를 정리했습니다.

  • 현재와 과거의 영양상태 (뚱뚱하거나, 말랐거나)
  • 식습관 (채식주의자, 육식주의자, 유당불내증)
  • 건강상태 (감기, 장염 등)
  • 환경적 요인(온도(!), 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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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발 항생제(Antibiotics) 드시지 마세요.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인체미생물의 중요한 역활중에 하나는 면역체계의 일부분으로서의 기능입니다. 여러분이 갓난아기였을때부터 지금까지 여러분의 몸은 본능적으로 최고의 인체미생물 조성비를 맞추기위해 노력해왔고, 현재의 여러분은 그 결과물이랍니다. 이렇게 최적화된 인체미생물의 조성과 기본적으로 인체가 가지는 면역체계는 함께 모이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병원성세균의 침입과 같은 중대한 사건이 일어난다면, 면역체계+인체미생물 연합은 병원성세균과 한타싸움(..)을 하게 됩니다5).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열과 부어오름 등의 현상들은 당연히 그 부산물의 일종인 셈이구요.

그런데, 만약 항생제가 인체내에 들어온다면?

항생제는 일반적으로 모든 세균을 죽이는 인체내 세균살상무기입니다. 20세기 중반에 개발된 많은 항생제들은 인체에 위험한 병원성세균(pathogen)을 퇴치하기 위해서 개발되었는데요, 병원성세균만 선별해서 없애주면 참 좋을텐데.. 문제는 죄없는 유용한 인체미생물도 함께 죽여버리는것이 문제입니다. 게다가 이런 항생제의 남용은 병원성세균에게 항생제에 적응할 기회를 주게 되어 최근에는 새로운 신조어도 생겼죠 . "항생제가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

물론 필요한 경우 (개복수술이나 병원성 세균감염)에는 당연히 적당량의 항생제를 의사의 처방에 따라 드셔야 합니다..만 한국은 뭔 일만 났다하면 항생제처방을 하도 받아서(...) 문제라는 이야기를 가끔 미디어를 통해 들으셨을 겁니다. 이거 정말 심각하고 큰 사회문제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감기같은 일에는 항생제 제발 제발 드시지 마세요! 여러분께서 수십년간 최적화를 해온 인체미생물의 최적조성이 바뀔수(!) 있습니다.


REFERENCES

1) Revised Estimates for the Number of Human and Bacteria Cells in the Body, PLoS Biol. 2016 Aug 19;14(8):e1002533, DOI:10.1371/journal.pbio.1002533

2) 10% Human: How Your Body's Microbes Hold the Key to Health and Happiness, Alanna Collen, ISBN:0062345982

3) Bacterial Community Variation in Human Body Habitats Across Space and Time, Science, Vol. 326, Issue 5960, pp. 1694-1697 DOI:10.1126/science.1177486

4) Microbial ecology: human gut microbes associated with obesity. Nature 444, 1022?1023

5) The effects of antibiotics on the microbiome throughout development and alternative approaches for therapeutic modulation, Genome Med. 2016; 8: 39.






(To be continued in Part2. 당신이 세균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을수 있는 것들....)



  • Table of Contents

    Part1. 도대체 내가 왜 내 뱃속에 세균을 가지고 있는거야?!

    1. 가벼운 세균 이야기 : 1013

    2. 왜 그렇게 내 몸에 세균이 많아 ㅠㅠ 무서워

      2-1. 인체미생물: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2-2. 왜 제가 제 친구보다 세균X를 더 많이 가지고 있죠? 기분나빠요! 쟤가 더 더러운데

      2-3. 제발 항생제(Antibiotics) 드시지 마세요

    Part2. 당신이 세균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을수 있는 것들

    1. 미생물조성만 보고 살쪗나 말랐나 알수 있다고?

      3-1.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염증성장질환(크론병)

      3-2. 비만(!)과 당뇨

    2. 흥미로운 연구사례모음

      4-1. 출장갔더니 설사를 해요..의 진실

      4-2. 미생물조성이 사람 성격까지 바꾼다고?

    3. 조언 : 당신이 박테리아를 조금은 더 사랑하기를 바라며

  • REFERENCES

※. 포스팅에 사용된 이미지에 출처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이미지는 Pixabay등을 통한 무료 이미지를 재편집한 오리지날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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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항생제 쓸수도 안쓸수도 없는
어쩔 ~~~

참 애매한 시기입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항생제는 개발되지 않은지 20여년이 흘렀으니 말이죠.. 댓글 감사드려요!

언젠가 테드? 에서 다루는걸 본적이 있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다시 글로 읽게 되니 새롭게 다가오는것 같습니다. 괜시리 몸이 가려운건 기분탓이겠죠?;;ㅎㅎ

ㅋㅋㅋ 1013 의 귀여운 아이들이 열심히 움직이는 중이라 그럴까요! ㅋㅋ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항생제... 최대한 피할수록 좋긴 한거군요

당장 항생제를 쓰셔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반드시 피하는것이 상책입니다! 저희의 인체 생태계는 또 적응하는 방향으로 최적화(진화)를 할테니까요. 댓글 감사드려요!

맞습니다 ㅋㅋㅋ 항생제를 많이 먹는게 좋은 것이 아니죠!

그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저는 수퍼박테리아가 무섭습니다.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않는 내성왕. ㄷㄷ

와우... 완전 논문급으로 잘 쓰쎴네요! 잘 보고 갑니다.
오늘부터 세균에게 감사해야겠습니다 ㅋㅋㅋㅋ

아뇨.. 제 포스팅은 아직 많이 부족하죠! 그리고 이 포스팅 읽으신 뒤에는 항상 하루에 세번씩 @hellojun님 뱃속에 있는 세균께 감사하다고 말씀하시고 식사하시면 되겠습니다. ㅋㅋ

@alex.the.one
깔끔하게 정리된 친절한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비전공자분들께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잘 전달이 된건지 모르겠네요 ^^;;

잘 읽었습니다! 항생제 참 말이 많죠ㅜㅜ 그래도 환자 입장에선 의사가 주는 대로 먹을 수 밖에 없으니 참...

네.. 그 부분은 전문가를 신뢰해야 하는 부분인거죠. 의사분들의 항생제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의견들도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좋은 댓글 감사드려요!

저도 항상 고민이 있는 부분입니다. 항생제 처방에 대하여 다음에 한번 포스팅을 해봐야겠네요 ㅎㅎ

90% 가 세균이라니 대단한 숫자군요.
갑자기 궁금한건데, 인체 내에 물이 70% 라는건 세균 내의 수분도 포함인건가요?

더불어, 저작권 명시의 정석을 보고갑니다. 팔로우할게요.

포스팅을 잘 읽고나서 주시는 질문 같습니다! 굉장히 좋은질문인데요, 사실 90%가 세균이라는것은 단순히 세포의 개수만을 따졌을때입니다. 인간의 세포수가 1012일때 세균의 개수가 1013개라는 단순한 계산으로 90%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말장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려는 표현법정도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조금 더 친근하실 무게의 개념에서 접근한다면 건강한 70kg 남성 기준으로 세균(인체미생물)의 무게는 약 1~2kg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

그런거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물이 70% 라는건 무게가 그렇다는 건가 보군요.

저작권은 스팀과 같은 블록체인위에 영원히 기록될 저작물에서는 어떤것보다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은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너무 얕게 되어 있어 사실 향후 스팀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을때 언젠가 한번쯤은 분명히 문제가 될수도 있을만하다고 생각되어 포스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부족한 포스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맞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