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적어보는 비트코인 이야기-1-

in #kr6 years ago (edited)

때는 2009년, 패딩을 두텁게 입고 다니던 3월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당시에 회사에 갓 입사한 따끈따끈한 신입이었는데, 회사는 제가 생활하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사근처에 자리를 잡고 주중에는 회사 - 집, 주말에는 집 - 주말터전나와바리에서 놀면서 지내고 있었죠.


 주말에는 주로 대학생 시절에 함께놀던 형님/형수의 집에 놀러를 갔습니다. 

 

그분들께 지금 생각하니 얼마나 민폐를 끼쳤는고 하면, 토요일 저녁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분들 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그리곤 그 집에서 자고 일요일 오후까지 놀다가 다시 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만 해도 심각한 민폐인데, 문제는 그분들은 당시에 신혼이었다는거죠.. 

-_- 그분들이 아이를 결혼3년차에 가지셨는데, 그때는 저의 방문이 뜸해질때 즈음이었던거 같습니다.조카야삼촌이미안해

 

지금생각하니때리고싶다그때의나

뭐, 그 형님과 형수가 연애할 시절에 저 수시로 불러내서 와우할때 사제로 힐봇역할 해드렸으니 퉁치는 걸로(...)


아무튼, 그 당시에 당연하다는듯 토요일 저녁에 그분들 집에서 셋(형님/전사탱, 형수/마법사, 저/힐봇사제노예)이 와우를 하다가 저녁을 먹기 전에 잠깐 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형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대충 기억나는건 아래와 같습니다.

형님 : "얼마전에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봤는데, 인터넷에서 공용장부를 만든다는 글이 있더라구."

저는 말했죠. 제 전공이 회계거든요.

ME : "아, 인터넷 장부요. 하긴, 어차피 회계장부를 만들려면 인터넷에서 입력하는게 낫겠죠. 근데 그거 ERP를 인터넷으로 옮긴거 아닌가요? 그런 상용프로그램 더존이나 SAP, 오라클DB로 만든 프로그램들 되게 많을텐데."

형님 : "아니아니, 회계프로그램이 아니라..너와 내가 주고받은 내역을 다른 제3자가 인증하면, 공용장부를 가진 모두가 그 내역을 공유한다는 거지."

ME : "그거 이미 쓰이고 있는 프로그램들 아니예요? 지금도 은행들이 다 그렇게 거래하고 있잖아요?"

형님 : "맞아, 은행하고 비슷한 개념이야. 그런데 재미있는게, 제3자 인증을 은행같은 특정인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깐 컴퓨터가 해준다는 거지."

ME : "프로그램이요?어떻게?그거 그냥 확인해 주면 되는거예요?"

형님 : "프로그램에서 거래내역을 수학문제로 만들어서, 수학문제를 풀어서 인증을 해준다고 하네."

ME : "엥??그게 무슨 인증이예요? 그러다가 나중에 인증해준 컴퓨터가 꺼지면, 당나귀 시드가진 사람 없어진 것처럼 나중엔 인증 안되겠네요? 그거 뭐 불안해서 아무곳에서도 못쓸거 같은데."

형님 : "그러니깐 공용장부가 중요한거지. 인증이 완료된건 파일로 만들어서, 그 프로그램을 깐 사람들 모두가 동일한 파일장부를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구. 그러니깐 시드가 사라지지가 않는것 처럼 되는거지."

ME : "음...뭔가 이해가 안되면서 이해가 될거 같긴한데. 아무튼 개념자체는 신선하긴 하네요."


...뭐 저런 재미난 개념을 이야기 하면서 맛있게 저녁을 먹으러 갔었습니다. 그게 비트코인 인줄은 한참 나중에 알았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맞는 내용도 있고, 틀린 내용도 있고, 변경된 내용들도 있지만...개발자 형님 덕에 비트코인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개념을 좀더 쉽게 알게되었지요.


#뭐 #다들 #이런 #잡지식많은 #친구 #한명쯤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