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당신의 전공은 무엇입니까? - 3편

in #kr6 years ago (edited)

어린시절 나의 전공은 S/W 였다. 대학교때는 H/W 였으며, 대학원때는 communication 및 radar였고, 창업을 시작 하면서는 경영학이 되었으며, 창업 후에는 기획을, UX를, 그리고 현재는 product design을 맡고 있다.

이글은 ‘그래서, 당신의 전공은 무엇입니까?’의 속편으로 이전의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확인 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당신의 전공은 무엇입니까? - 1편
그래서, 당신의 전공은 무엇입니까? - 2편



전공3. 통신/레이더 (계속)


앞서 글에서 이야기 한 대로 나의 대학원 생활의 원동력은 ‘자괴감’ 이었다. 그리고 이런 자괴감을 발판 삼아 대학원 생활에 많은 시간을 할애 했던 것 같다. 연구도 열심히 했고 성과도 만족 스러웠다.


모든 성공기는 지루하다. 불연 듯 무언가가 찾아오고 필연적으로 서로 연결 된다. 마치 처음부터 그러기를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세상을 조금 더 살아보니 뭐 그런면이 있긴 하더라. 당시에는 태풍처럼 느껴지던 사건도 지나보니 한낱 바람에 불과했다는 걸. 성공기가 지루한건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지난날은 단지 오늘이 있게한 자연스러운 과거에 불과했을 테니까.


대학원 공부를 열심히 한 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그것만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학부 연구생이 되고 난 직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친구가 문득 소개팅을 해준다고 했다. “키가 좀 큰 친구가 있고….. 아니다 키작고 귀여운 스타일 친구가 너랑 잘 맞겠다.” 이건 도대체 질문인가 답변인가. 답을 니가 정할거면 물어보지 말던가. 뭐 여튼 나의 대학시절 처음이자 마지막 소개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약속 당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 앞에서 키작고 귀여운 여인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사람 많기로 유명한 삼성동 코엑스 출구 앞에서 키작고 귀여운 여인을 찾는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키가 작으면 더 보이지 않을터….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의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그 이후의 상황은 뭐 다들 아실거다. 서로 통화를 하고, ‘어 나도 코엑스 앞인데’, ‘무슨 옷 입으셨어요?’, ‘저 안보이세요?’ 등의 이야기들. “월리를 찾아라”에서 월리를 찾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지금 생각하면 한참 멍청했었다. 그냥 커피숍에서 편하게 보면 될 것을. 어차피 이렇게 힘들게 만나도 다시 커피숍으로 갈 것 아니던가. 그렇다.... 멍청하니 청춘이다.

그런데 이게 왠걸. 내가 그녀를 찾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녀는 절대 키가 작지 않았다. 물론 귀엽지도 않았다. 그렇다. 소개팅이란 다 속고 속이는 그렇고 그런 것 이다. 하지만 얼핏 봐도 나와 눈높이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필자는 180cm정도 된다.) 170cm정도 되 보이는 사람을 보고 작다고 하면, 도대체 나에게 처음 소개 시켜준다던 ‘키가 좀 큰 친구’는 키가 얼마란 말인가.

여튼, 우리는 그렇게 만났고 생각과 달리 서로 잘 맞았다. 뭐 세상사 연애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다 좋고 좋은거 아니겠는가. 바라만 봐도 좋은 것. 만나면 더 좋은 것. 그리고 손만 잡을지 손도 잡을지 고민하는 것.

사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친구는 당일 소개팅에 ‘땜빵’으로 나온 친구였다. 소개팅을 하기로한 당사자가 당일 갑자기 아파버린 바람에 룸메이트에게 염치 불구하고 나가달라고 했다고 한다. 상관 없다. 덕분에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났고 그거 하나면 이유는 충분하다. 훗날 술자리에서 원래 보기로 했던 친구를 보기도 하였는데, 나랑 잘 안맞더라. 


매 편마다 ‘아버지’, ‘교수님’등 꼭 한분께는 감사인사를 드리는것 같다. 이번 편에서는 그날 아파주신 원 소개팅 당사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일반적인 성공기는 이렇게 만나지도 않거니와, 설사 만났더라도 그 사람이 현재의 와이프가 된다. 하지만 내 성장기는 그렇지 못하다. 이후 6년 정도 이 친구를 만났고. 그 이후 다른 사람을 만났다. 정확히는 만났었다. 현재 나는 연애라는 FA시장의 자유계약 선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굳이 관심있는 분들의 찔러보기를 사양하지는 않는다. (일부러 못되 보이게 쓰려고 했는데, 쓰고나니 정말 못된놈이 되어버렸다. 이게 무슨말인가. 글이 잘써진 탓이라 생각하자. 나는 절대 나쁜놈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


이후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할 때 까지 6년 정도 이 친구를 만난 것 같다.

그날, 그일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



글을 다 쓰고나서 1편부터 3편까지 한번 이어서 읽어 보았다. 분명 맨정신인데 술자리에서 2시간 넘게 떠든 기분이다. 앞으로도 쓸 이야기가 많은데 큰일이다. 술에 취해 글을 쓰는건지, 글을 쓰면 취하는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취하는 관계로 이러다가는 감성이 이성을 앞서나가는 글이 될 수 있기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래서, 당신의 전공은 무엇입니까? -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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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 그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아... 어제 필받아서 글을 쓰기는 했는데. 생각해보니 앞으로의 이야기를 계속 쓰다가는 검색하면 제 신상이 나올테니 계속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익명이 아니면 좋은 이야기만 올려야 하는것 같기도 하고....오늘 머리가 많이 복잡해 졌습니다.ㅋㅋㅋ

나중에 시간 되시면 Product Design하신 것도 보여주세요~!
너무 궁금하네요 ㅎㅎ

개인적으로 한건 별로 없어서, 회사에서 공개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일단 정리부터..... ^^;

아뭐야!!!그날 그일이 뭔가요!!!??!! 너무 궁금하게하고 끊으시다니 고수시네요 ㅋㅋㅋ 적지 않은 시간동안 만나온 인연인데..무슨일인지 모르지만 슬프고 충격적일것 같은 예감이 벌써부터 스멀스멀~드네요 ㅎㅎ

못되게 써놓고 바로 변명이라니...너 좀 귀엽다?ㅋㅋㅋㅋㅋㅋ(저도 좀 못되게 써봤는데...)

아무튼 저도 소소하게 다녀갑니다 :p

그렇죠? 제가 좀 빨리배우거든요. ㅋㅋ
지난 한달간 스팀잇에서 배운건 '보팅은 현재가 아닌 과거로 부터 누적된 가치이다'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글을 어디서 끊어야 되는지도 그 중 하나인 모양입니다. ㅎㅎ

사실은 글이 점점 감성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아서 잘랐어요. 잘못하면 이불킥 되잖아요. ㅋㅋ

그럼 앞으로도 소소하게(?) 자주 뵈어요. :)

아아앗 그 일이 뭘까요...! ㅠㅠㅠㅠㅠㅠ

자세한 이야기는 4편을 참고하시길. ㅋㅋ

전공 얘기에서 갑자기 연애얘기로... ㅎㅎ

음....4편을 보시면 왜 굳이 이 이야기가 나왔는지 아실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