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 모수 서울

in #kr6 years ago (edited)

샌프란시스코에서 레스토랑 <모수>를 열자마자 미슐랭 1스타를 받았으나 홀연히 사라졌던 셰프가 있습니다. 그는 안성재 셰프인데 작년 이태원에 <모수 서울>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저도 작년에 방문을 했는데 게을러서 벌써 3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겠습니다.

<모수 서울>을 이끄는 안성재 셰프를 간단히 소개하면 어린 시절 미국 이민을 갔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우라사와>라는 LA에서 유명한 가이세키 식당에서 셰프의 길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명한 미슐랭 3스타인 <프렌치 런드리>, <베누>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 <모수>라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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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저녁, 이태원 거리를 가로질러 한적한 골목에 접어들면 창가 너머로 분주하게 요리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실내도 마찬가지로 오픈 키친이라 1층 테이블에서는 한 눈에 조리하는 모습이 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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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11개의 테이스팅 코스로 짜여 있고 와인 페어링도 고를 수 있습니다. 이날은 특별히 테이스팅 코스에 서비스를 하나 더 준비해주셨더군요. 그리고 와인 페어링은 작년 소펙사 주최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을 차지한 김진범 소믈리에가 담당하셨는데 준비한 와인이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라 저는 매우 신선했고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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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드링크는 샴페인 베이스였고 전통주를 블렌드해서 샴페인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딱 맞았습니다. 동행한 지인과 담소를 나누던 중 드디어 아뮤즈 부쉬라 할 수 있는 첫 메뉴가 나왔는데 우엉의 느낌을 잘 살린 부각 같았습니다. 손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톡톡 깨지는데 한 입에 넣으면 퍼지는 우엉 본연의 풍미에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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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링으로 준비된 프랑스산 샴페인이 나왔습니다. 유기농법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드라이한 샴페인 한 모금이 위산을 더욱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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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계란 무슬린에 캐비어가 올려진 플레이트가 나왔는데 부드러운 식감이 사르르 녹아버리네요. 이런 계란찜 매일 먹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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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새우 쉬폰과 연어알 군함말이. 다마고야끼를 연상케 하는 쉬폰과 감자로 속을 채운 군함말이는 일식을 재해석하고자 하는 셰프의 의중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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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얇고 크리스피한 감자 칩 위에 전복을 넣고 김을 얹은 타코와 대구 이리를 튀겨 매콤한 하리사 소스 위에 올린 디쉬가 같이 나왔습니다. 둘 다 타파스처럼 한 입에 쏙 들어가는데 시원한 라거 한 모금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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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나온 와인은 이탈리아 소아베 지역에서 유명한 피에로판의 라 로카입니다. 가르가네가 품종을 사용한 와인이며 살구와 너트류의 아로마가 살짝 올라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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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로 감싼 도미 사시미에 청귤 간장을 끼얹은 이것은 도미를 즐기는 저에게 좋았습니다. 새콤 짭쪼롬하게 도미의 식감을 증폭시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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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알로 속을 꽉 채운 모찌 느낌의 만두인데요. 고소한 맛의 성게알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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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로 나온 칩인데 새우가 들어가 있고 단맛이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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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로 나온 와인입니다. 아쉽게도 시간이 지나 맛이 기억나질 않네요... 바로 포스트하지 않은 저의 실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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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돔을 부러드럽게 익혀서 나왔습니다. 색감과 식감이 일품이네요. 지금까지 나온 음식을 보면 한중일을 꽤뚫는 셰프의 손맛이 흥미롭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일본 가이세키 스타일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11개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이 옥돔이 제일 좋았습니다. 옥돔의 익힘도 좋았고 과하지 않은 간의 뼈소스까지 밸런스가 잘 잡혀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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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로버섯과 도토리 묵을 사용한 리조또입니다. 아낌없는 트러플 투입과 고소한 리조또의 깊은 맛이 입 안을 즐겁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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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와인으로 샤또 데 뚜르 바케이라스입니다. 그르나슈와 쉬라가 혼합된 프랑스산 와인으로 블랙 올리브, 블루베리, 자두, 다크 초콜릿 등 검은 과실의 아로마에 풀 바디감이 마지막 메인 디쉬를 기대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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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갈비와 메추라기 중에 저는 메추라기를 선택했습니다. 가니쉬로 청양고추와 컬리플라워가 깔끔하게 맛을 잡아줍니다. 다시 맛본 와인이 묘하게 어우러져 혀가 매우 즐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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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지금까지의 다채로운 맛을 진정시켜주려는지 바질이 올려진 포도 화채가 나왔습니다. 상큼하고 몽글한 포도 알맹이에 웃음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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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스인 10가지 곡물과 깻잎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톡톡 터지는 식감도 재밌고 녹차와 달리 깻잎은 단맛이 과하지 않게 해줍니다. 개운한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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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커피 한 잔과 까눌레 하나. 이렇게 긴 코스가 끝났습니다. 오픈 키친을 구경하고 있으니 셰프님이 직접 배웅을 해주셨고 간단한 담소를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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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수 서울>의 미슐랭 별은 확실하고 몇 개가 될지가 관건이겠습니다. 서울의 다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견주어도 다소 비싸긴 하지만 맛을 보고 나면 수긍하게 되네요. 특별한 날 가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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