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말했다 - "게임 너, 내 동료가 돼라!"

in #kr5 years ago

“올해 안에 게임 쪽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만나뵀던 한 블록체인 업체 대표님의 말씀입니다. 2019년 블록체인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여쭈었더니, 확신에 찬 톤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사실… 그 뒤에 좀 더 강렬한(?) 표현이 있었습니다만, 그 부분은 각자의 상상에 맡겨둘까 합니다.

지난 주 즈음까지만 해도 2019년 블록체인의 향방을 논한 글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STO와 스테이블 코인, 확장성 이슈 등 여러 주제를 접하며 시야를 많이 넓힐 수 있었죠. 특히 ‘올해 안에 실생활 사례가 나와줘야 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여전히 깊은 공감을 표하고 싶습니다.

올해 안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실생활 사례가 나온다면, 저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분야가 유력하다고 봅니다. 지난번 볼라레오 스마트 스피커에 관한 글을 썼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당연히, 게임 쪽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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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라~ 노는 게 제일 좋아~


왜, 게임인가?



게임은 익명(계정, ID)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의 세계입니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세계’죠.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반의 계약 혹은 송금은 당장이라도 현실화가 가능할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생활상을 바꿀 수도 있는 민감한 것들이죠. 아직도 블록체인에 대해 낯섦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시점. 신뢰성, 합리성, 효율성 등의 가치를 내세우지만, 호응을 얻기에는 너무 추상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과 맞닿아 있는 영역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죠. 설령 기술적, 제도적으로 준비를 마쳤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거라 봅니다.

하지만 게임은 상황이 다릅니다. 우선 게임은 재미를 얻기 위한 ‘취미’의 일종입니다. ‘하고 싶은 사람’만 참여하면 되는 세계고, 하지 않음으로 인해 현실에 불이익이 될 것도 없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해보는 데 이보다 알맞은 조건은 찾기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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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가끔 취미가 아니라 ‘생활’인 분들을 보기도 합니다만… 소수죠. … 아마도.
※ 위 이미지는 캡션 내용과 무관합니다. … 아마도.

이용자 수가 많은 장르인 RPG를 떠올려볼까요. RPG 속 월드는 현실과 별개로 존재하는 가상의 사회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여러 가지 패턴의 언행을 보여주죠. 그것들은 공감과 협력을 만들기도 하고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때로는 현실에서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서슴없이 하기도 하고요.

실제 사회와 유사한 ‘관계’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면서, 기획-적용-피드백-수정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현실보다 빠르게 작동합니다. 이런 이유로, 어떤 ‘시스템’을 적용해보고 실제로 나타날 모습을 살펴보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피드백을 얻기에도 좋고요.

게다가, 새로운 시도에는 언제나 시행착오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게임은 가상의 세계이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시행착오에 비하면 반작용이 크지 않습니다. 보다 과감한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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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Pixabay


게임 속 블록체인,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까?



게임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하기에 알맞은 부분은 무엇일까요?

연초에 읽었던 한 해외 매체 뉴스에서는 “블록체인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영역은 정보의 이전(transfer)이다. 입력되는 값(input)의 투명성은 블록체인이 보장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즉, 이전(transfer)이 가능한 대상을 타겟으로 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답은 ‘아이템’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활발한 상호작용을 만드는 매개라면 아이템만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또, 위에서 예로 든 RPG 장르 외에도 다양한 장르에서도 아이템과 거래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도 하고요.

물론, 아이템이라는 건 굉장히 포괄적입니다.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한 재료나 소모품 등 일회성 매개물일 수도 있고, 직접 착용해서 사용하는 무기나 방어구류의 장비 아이템일 수도 있죠. 당연히, 거래 대상으로서 좀 더 큰 시장을 형성하는 건 장비 아이템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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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물욕 센서(?)를 자극하는 기능도 탑재돼 있죠.

하지만 게임은 멈춰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밸런스 조정 혹은 소위 ‘메타’라 불리는 트렌드의 영향으로, 일반적인 장비 아이템의 효용성과 가치는 수시로 변하게 마련이죠. 현실에 비유하자면 의류나 악세사리 같은 겁니다. 일회성은 아니되, 언젠가는 소모될 수밖에 없는 재화라는 점에서요.

당장은 적용해볼 수 있겠지만, 결국 장비 아이템은 한계가 있습니다. 거래 기록을 영구히 보존할 수 있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자연스레 비중을 잃어갈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는 건,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 될 겁니다.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건, 수치 변화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장식, 밸런스와 무관한 외형 중심 아이템 정도겠네요. 물론 그중에서도 일정 이상의 수요가 꾸준히 있을만큼 희소성이 있는 것이어야겠죠.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면 ‘블록체인 기반 거래 시스템’에 적용할 아이템 리스트를 확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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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밸런스에 영향은 없으면서,
누군가는 갖고 싶어할만한' 아이템이 핵심.



게임과 게임 사이



블록체인 기반의 아이템 거래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하나의 게임 안에서 별개로 존재하는 거래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과거 <디아블로 3>에서 ‘골드 경매장’과 ‘현금 경매장’을 함께 선보인 예를 떠올리면 될 겁니다. 네… 물론 기술적으로는 생판 다른 개념이겠지만요.

만약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대형 MMORPG에서 서버에 상관없이, 접속 지역에 상관없이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꽤 멋진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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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현금 경매장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진짜루.

하지만, 근본적으로 하나의 게임 안에서만 작동하는 거래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붙이기는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PC를 중심으로 게임 시장이 구축돼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모바일이 압도적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들보처럼 존재하던 대작 게임은 많이 줄어들었고, 지금은 수많은 모바일 게임이 마치 군도(群島)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두 번째로, 여러 게임의 재화를 이어주는 ‘연결체’로서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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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체 하니 떠올라서 그냥 넣어봤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시장의 형태를 파악하고 게임과 게임 사이를 연결하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이미 존재합니다. 플렉탈(Plactal)이나 GXC(Game X Coin)가 대표적이죠.

이들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어느덧 1년 전 즈음의 일이군요. 그날 이후로 열심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 올해 안에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프로젝트 특성상, 각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을 테니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거든요.

그때가 되면, 블록체인은 사람들에게 한층 더 자연스럽게 다가가 있는 상태가 될 겁니다. 중앙화 블록체인의 한계를 넘어 진정한 탈중앙화를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포인트가 될지도 모르죠. 아무쪼록 꼭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 빨리 좀 만들어달라고 압박하는 건 아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