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맛대로 시음기] 글렌모렌지 18Y Extreamly Rare.

in #kr5 years ago (edited)

우아하다못해 풍만한 병과

그안에 비치는 밝은 호박색.

살짝 코를 갖다대고 향을 맡아본다.

바닐라향, 코코아같은 달콤한 향이 살짝 느껴진다.

한모금을 마셔보면 스모키한 맛보다는 넛트류에서 느낄수있는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가벼운 단맛도.

꿀처럼 아주아주 눅진한 단맛보다는 과일의 그런 달콤함.

숙성기간에 비해 조금은 의외인 가벼운 느낌이 조금은 읭?하게 만든다.

조금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느껴지는 무게감이 없다니.

마치 중년의 남자가 트렌디하게 스트릿룩을 입은 느낌이랄까?
닉 우스터 아저씨 같다고나 할까.....

모두가 알고있고 공통적으로 상상할수있는 그정도 숙성기간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음으로 인해
어떻게 보면 아쉽기도 하고 이건뭐지? 싶으면서도 그 가격의 값을 못하는 느낌이 들수도 있다.

비싸기만하고 맛은 부족한? 가성비가 뭐 이따위인가...싶어질때쯤이었다.

두잔째 마셨다.
그것도 안마시려다가 어쩌다보니 두번째 잔을 마시게 되었다.

어?!
첫번째잔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고소한 향이 느껴진다.
물엿냄새,곡물들의 구수한 냄새들이 느껴진다. 이럴때쓰라고 풍미라는 말이 있는것같다.

맥주광고나 위스키 광고를 보게되면 황금빛 술이 술잔에 물결치듯이 떨어져 내려가는
모습이 꼭 나오는데
그런것처럼 입안에서 고소한 곡물 향기들이 매력있게 감겨온다.

그런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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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서 느껴지던 풍만한 우아함도, 그 비슷한 수준의 다른것들의 맛과 비교해도 조금의 의문이 든다....이말입니다.

왜 이것은 뭔가 확 끌리는 개성이 없느냐..라는 의문 말이죠....
이보다 더 저렴하면서도 자기 주장을 뿜뿜 하는 녀석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이 글렌모렌지 18년.
Extreamly Rare 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위스키임에도 불구하고
관통하는 킥이 없다. 이말입니다....흠....

여튼...

그렇다면 실패한 위스키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일종의 지향점이 다르다고 봐야할것같다.

글렌모렌지는 피트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다른 여타위스키에서 조금씩 느껴봤을 법한 피트의 향이 없다.

게다가 버번위스키에서 숙성하는것 뿐만이 아니라
샤또 마고,소테른의 캐스크까지 사용한다고 한다.
모기업인 LVMH의 영향력 덕분이겠지만 섬세하고도 짜임새있는 벨런스를 느낄수 있다.

글렌모렌지는 강력하고도 묵직한 한방보다는 짜임새있는 가벼움.
무시할수없는 가벼움으로 매력을 피워낸다.

꽃과 같은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표현하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흩날리는 가냘픈 존재지만
느껴지는 향기만큼은 옅은듯 섬세함으로 오랜 여운을 느끼게 해준다.

튀어나온 개성은 없지만 그만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익스트림한 레어템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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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맥주, 연태고량만으로도 충분한 제 입맛에는 과분한 술로 보입니다만 눈으로 잘 마시고 갑니다ㅎㅎ

감사합니다~사실 소주가 최고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