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걷고 있다. 하얀셔츠와 하얀수트를 입은채로..
비가 온다.
아니 비가 아닌가?
눈뜨기 어려울정도는 아니지만 시야가 뿌옇다.
이내 옷이 조금씩 젖어들어가며 무거워진다.
남자는 걸음을 조금씩 조금씩 속도를 높여가다 이내 뛰기 시작한다.
그렇게 빗속을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가빠온다. 그리고 들려오는 한발의 총성.
가슴을 움켜쥐고 허릴숙인다.
그리고 잠시뒤에 다시 그는 달린다....
푸에르자 부르타의 한장면이다.
푸에르자 부르타.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몇년전에도 왔었고 올해에도 꽤나 오랫기간동안 무대를 갖고 있는데 한참을
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가보았다.
혹시라도 스포가 될까 공연 내용은 다 말하지 않겠다.
공연내용을 다 말한다해도 직접가서 느껴보지 않는다면 절대 공감할수 없을것같긴하다.
우선 70여분간의 공연시간동안 내내 우와...하며 감탄을 할수밖에 없다.
또한 알고있는 일반적인(앞에만 바라보며 감상하는)공연과는 다르게 앞에서,뒤에서
위에서,옆에서 무대가 계속 바뀐다.
몽환적이며 신비롭다.
너무나도 열정적이어서 아드레날린이 화산폭발하듯이 터진다. 심장이 뜨거워진다.
흥분이 가슴을, 어깨를 뜨끈하게 만들때쯤
천정에 바다가 펼쳐진다. 파도에 몸을 맡긴채로 이쪽으로 그리고 저쪽으로
파도에 나부껴지는 한 여자가 보인다.
잠시후에 그 바다가 내려온다.
천정에서 내려온 바다속의 그녀들은
인어처럼 물속에서 움직이다가 밑에 있는 관객들을 쳐다본다.
관객들은 함께 해수면밑으로 빠져든다. 그녀들과 함께...
바다가 점점 내려오면서 인어같은 그녀들은 관객들과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서
눈을 마주하고 신기하듯 쳐다본다.
관객 또한 신비로운 모습의 그녀들을 바라본다.
다시 바다가 올라가고 그녀들은 물속을 슬라이딩하며 유영하다 바닥을 두들긴다.
관객들의 시선에서는 천정을 깨려는 듯이 보인다.
우리와의 경계를 부수려는 듯이..
그녀들위로 다시 비가 쏟아진다.
그리고는 점점 어두워진다.
다시 밝아진곳에는 아까 그 총맞은 남자가 침대에서 일어나 자켓을 걸치고 걷는다.
그가 누웠던 침대를 끌면서..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침대가 움직이질 않는다. 무언가에 걸린것일까?
힘겹게 침대를 다시 끌어보려 하지만 요지부동.
점점 빨리 걸어야만 하는 남자는 결국 침대를 두고 뛴다.
한참을 달리던 그에게 벽이 다가온다.
멈출수는 없다.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벽을 향해 그대로 내달린다. 벽을 뚫었다. 힘겹지만 계속 뛴다.
또 다시 벽은 그에게로 향한다. 이번에도 그는 멈출수없다.
푸에르자 부르타의 여러 장면들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수많은 장면중 가장 '잔혹한 힘'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순간이었다.
그들이 말하려던 '푸에르자 부르타'. 즉 '잔혹한 힘'은 누구나 알고 있고 느끼던
우리가 매 순간 부딪히는 세상이었다.
이 공연 정말 보고싶었는데 ㅜ ㅜ 못봤어요 다들 또 보고싶다거 하더라구요.. 작품 해석이라도 보고싶네영
아직 늦지 않으셨어요..일요일까지라서...저도 또 보러갈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