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동생이 술자리에서 추행을 당했습니다.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박기태변호사입니다.

친한 동생이 얼마전 술자리에서 추행을 당했습니다. 거래처 사장인 가해자는 키스를 시도했고, 동생은 이를 밀어냈으나 힘으로 껴안으며 입을 맞췄고, 주변의 인물들이 말려서 겨우 떼어냈다고 합니다. 당시 목격한 이들은 모두 거래처 직원들이었고, 마침 동생의 회사 직원들은 화장실에 간다고 자리를 비운 상태였습니다.

동생은 화장실에서 돌아온 회사 직원(동생의 상급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울면서 집에 갔고, 다음날, 가해자는 동생에게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죄송하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문자를 하나 남겼습니다.

만남 자체가 두려웠던 동생은 남자에게 '변호사인 박기태를 통해 이야기해라'라고 말했고, 남자는 나에게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도 모두 본 것이 없다고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해자의 직원이었으니 동생을 위해 증언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요.

놀라운 것은, 화장실에 갔던 동생의 상급자가, 동생을 완전히 보호하려는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입이다. 상급자는 오히려 가해자에게 '괜찮을거야~' 라는 식으로 말했고, 동생에게 오히려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동안 상급자를 믿고 따랐던 동생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저는 당연히 고소를 종용하지만, 회사 생활에 문제가 생길 것이 두려워 동생은 고소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두렵고, 동생에게 '묻을 것'을 종용한 상급자는 동생의 성과급을 비롯한 평가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동생이 고소를 하고 싸워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잃을 것이 예상되는 것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다는 점을 동생도 저도 알고 있습니다. 분통이 터집니다.


이런 권력형 성추행이 발생하고 여성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것은, 보통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되지 않는 직업, 또는 매우 높게 평가되는 직업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자의 경우 피해자가 완전한 약자이기에 발생하고, 후자의 경우 피해자가 잃을 것이 있다는 점을 가해자들이 알고 악용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후자의 대표인 의사, 변호사, (좋은 학교의)대학원, 고위 공무원, 그리고 대기업, 그중에서도 그 세계가 좁은 금융계나 증권회사 같은 곳에서 생각보다 많은 권력형 성추행이 발생합니다. 현직 검사를 상대로 발생하는 성추행도 당연히 비슷한 맥락 속에 있습니다. 아마 밝혀지지 않은 건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놀랍게도, 이런 권력형 성추행에서 대부분의 경우 성추행 가해자들은 특별한 타격을 입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같이 알려진 사람들이야 당연히 타격을 입겠지만, 그리고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진보진영의 사람들이야 타격을 입겠지만, 대다수의 가해자들은 '남자 세계'에서 딱히 피해를 받지 않고 넘어갑니다.

반면 피해자들은, 아무리 피해 사실을 인정받아도 '함께 일하기 힘든 예민한 사람'으로 찍히기 일쑤입니다. 이런 사실 때문에, 미투 운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을 당한 여성들은 너무나 많고, 많은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드러난 폭로에 투영하고 있을 터입니다.

물론 모든 사회가 동일한 문법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대중의 주목을 먹이로 삼는 집단에서는 성추행 가해자가 되면 자신의 생업을 위협받게 되므로 그 행동의 정도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벗은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하였다가 거절하자 그냥 넘어간 사람은(그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성적 노리개로 사용한’사람이라 비난받지만, 실제로 성추행을 한 일상의 사람들은 엔간해서 고소를 당하지도 않고, 고소를 당해도 유죄를 받기도 힘들고, 유죄를 받아도 별로 타격이 없는 상태로 살아갑니다.

저는 ‘미투’가 아니라면 도저히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고, 끊임없는 문제 제기로, 결국은 우리가 모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사회의 가해자들이 웃으며 살아가는 동안, 대중에게 노출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 몇은 항변의 기회도 가지지 못한 상태로 폭로만으로 유죄가 되어 생활의 기반을 잃고 있는 이 상황은 과연 옳은 것일까요. 후자를 계속 두드려패면, 후자의 경우 폭로 내용만으로 믿어 주면, 전자도 개선되는 것일까요. 혹시 후자의 경우 허위 폭로가 나오게 된다면, 전자의 경우까지도 문제제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어쨌든 분명한 것은, 법적인 절차로 구제받기 힘든, 혹은 법적 구제를 받는다 해도 실질적인 구제가 되지 않는 사례는 정말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확실한 해결이 될지 막막하지만, 결국은 이런 일을 겪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법적 절차에 나서는 것, 그리고 피해자들을 나쁘게 보지 말고 가해자들을 나쁘게 보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사회를 조금이나마 진보시키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생의 문제로 돌아갑니다. 가해자는 ‘사과하라고만 하지 말고 어떻게 사과하길 원하는지 밝혀라’라고 기세등등 화를 냈습니다. 사과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사과받고 싶은지 밝혀라'라는 말을 하다니 놀라울 지경입니다. 아마도 돈 이야기를 꺼내도록 만들어, 동생을 꽃뱀으로 몰아갈 생각이겠지요.

가해자는 어떻게든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본인 스스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동생이 할 것이고, 동생이 몸을 피하더라도 제가 그렇게 할 겁니다. 그 길은 넓지 않은 좁은 길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당신은 분명히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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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실전이다라는걸 보여주시길...

인생은 실전!!

부디 잘해결 되시길 기원합니다. 속상하시겠어요 ㅜㅜ

속상하기보다는 합당한 처벌을 어떻게 하면 줄수 있을까만 고민중입니다.ㅎㅎ

감사 합니다
많이 공감가는 글이네요
화이팅 입니다~~

감사합니다!

피해자는 숨죽이고 살고 가해자는 당당하게 산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그리고 그 친한 동생분 상급자의 태도도 충격적이군요. 어떻게 저럴수가 있을까요. 가해자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되기를 바랍니다.

상황에 따라, 문화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처벌의 수준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감정을 배제한다고 해도 정말 씁쓸하고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 대상으로 큰소리를 치는 세상이라니..
그래서 남자가 득실거리는 곳에서 일하는 여자는 어쩔수 없이 무지 예민하고 까칠하며 드세다는 이미지를 입고 살아야 합니다. 가끔 부서에 성비를 조사할때 조차 여성인걸 깜박하고 넘어갈 만큼..
지금같으면 차라리 그편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투캠패인으로 의식의 전환과 개선을 기대해봅니다.
더불어, 창피함을 모르는 가해자들을 손가락질 해봅니다. 쯧쯧..

미투캠페인에서 무고를 하는 이들은, 어쩌면 동시대 성추행 피해자들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연예인 판보다, 오히려 공직이나 대기업에서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네..잘 변호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상황이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약자인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시달리며 응징에 나서지 못하는 걸 볼 때마다 곁에서 지켜보기 괴롭죠. 성추행부터 해서, 받아야 할 돈을 떼이기도 하고,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하는데, 한결같이 가해자들이 더 뻔뻔한 경우를 몇 번 봤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저도 뻔뻔한 사기범을, 피해를 당한 가족의 대표로 나서서 고소해 결국 기소에 성공하고 유죄판결을 얻어내 민사에서도 승소했지만,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그래도 그러지 않았다면 피해 당사자들은 홧병에 걸렸을 겁니다. 변호사의 도움이 정말로 필요한데, 변호사로 일하고 계시니 꼭 법적인 응징에 성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변호사로서 사실 화가 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놈에게 합당한 처벌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만 드네요. 본인이 사과하면 넘어간다고 할때 그냥 사과하고 넘어가지 쩝...

박변님 인실x의 참맛을 보여줄때가 왔습니다! 한번 갑시다 고고~

인실X 가즈아!!!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오늘 오후에 가해자측 변호인이 전화를 하여 사과 의사를 표시했는데 이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ㅎㅎ

가해자는 분명 댓가를 치를겁니다. 일이 잘 풀리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달걀님.ㅎ

미투운동이 시작되었으니 망정이지, 정말 이런 일이 주위에서 너무 많이 일어납니다. 가해자들이 꼭 죄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합니다.

글쎄 동생의 사례는 미투운동이 도움이 되거나 해결이 되는 사례인지 의문이 듭니다. 미투운동의 폭로는 주로 위에서 말한 성추행 취약 계열이 아닌 다른 곳, 즉 연예계 등에 집중되어 있어서요.

요즘 미투 운동이 한창 많은 이슈화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 신문을 보니 미투 운동으로 인해 성피해를 받은 여성들이 다 해결되는건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면 역으로 고소를 당하는 사례들이 많아 섭불리 말을 못하는 사례들이 많은거 같아요. 아직도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위해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할거 같네요.

억울하게 무고를 당하는 유명인들이 많은 반면, 전혀 문제도 되지 않은 고위공직자, 대기업 임원 등등도 많은 상황입니다.

동생분은 마침 변호사님이 계셔서 도움이 되시겠네요. 엄중한 처벌이 뒤따랐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네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뻔뻔한 사람들이 넘쳐나네요...여지껏 이보다 더 많은 사건이 어떻게 묻혔을지 주동자와 그 동조자들의 태도에서 확연히 드러나네요...
사과할 사람의 적반하장적인 태도를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집니다

네 지니어스님 말에 100% 동의합니다. 이 놈을 어째야 할까요...

아 정말 화가 나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황당해서 나오는 웃음입니다)

어떤 회사는 더 답이 없던 것이 이런 성희롱에 남녀가 없더군요.
상사가 회식 자리에서 남녀 구분 없이 부하직원들에게 신체접촉을 시도한다는 말에 정말 더러웠습니다.

여직원들이 거부하면 '남녀 똑같이 딸이고 아들이다'
남직원들이 싫은 표정 지으면 '여직원도 가만히 있다'
이런다더군요.

저는 친구에게 매번 비명 지르면서 싸대기 날리고 다음날에 상사에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과하면서 '아버지도 조심하던 부분이라 너무 무섭고 당황했다'고 하면서 울어버리라고, 그걸 반복하라고 했는데 시킨대로 했는지 모르겠네요.
(이것도 부하직원이 상사를 때린것이니 폭력으로 같은 취급을 당할 수도 있겠네요)

참 신기한 게 저처럼 좀 드세고 따박따박 대드는 직원에게는 하다가도 안 해요.

저도 돌이켜보면 남성들의 터치는 엄청나게 당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깨어 있다는 양반들이 여성에게 하면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하는지 남성들을 터치하는 경향이 있더군요.ㅠㅠ

아들 딸같은 소리..ㅠㅠ 진짜... 어휴 짜증납니다.

저는 ‘미투’가 아니라면 도저히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고, 끊임없는 문제 제기로, 결국은 우리가 모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 내용에 십분 공감합니다. 앞으로 하실 일에 대해 진심어린 응원을 보냅니다.

네 감사합니다. 오누삭님 자기 소개가 참 맘에 드네요.ㅎㅎ

에휴. 화가 나는 상황이군요. 부디 박변호사님께서 잘 정리하셔서 동생분의 상처가 치유되었으면 하는 바입니다.
저도 예전 직장에서 성희롱 문제를 공론화했을때 과장이란 사람이 와서 "너는 직장생활을 할 자격이 없다!" "앞으로 네가 어딜가든 지켜보겠다" 등등으로 협박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세월이 한참 지난 사건이긴 하지만... 아직도 저는 마음이 아픕니다. 사람들의 이기심의 극치를 봐버렸다고나 할까요.
아마 동생분의 현재 심경도 그럴것이라 생각이 드네요. 마음으로 많이 안아드리고 싶네요.

솔직히 저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엄청나게 겪어봤지만 이렇게 뻔뻔한 놈은 또 처음입니다.ㅎㅎ 아니 변호사가 전화해서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고 하면 아이쿠 감사합니다 얼마 드릴까요 이렇게 나오는게 정상 아닌가요? '어쩌라는 거에요?' 이런 태도를 겪어보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정말 성폭행 문제를 문제삼는 피해자를 까다롭다느니 조직 생활을 못한다느니 하는 사람들 제정신이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오후에 가해자측 변호사가 전화를 하여 사과 의사를 표시하던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연예계 미투운동은 시작이고, 불꽃을 살려나가야지요. 숨은 것을 드러내는 것이 먼저고, 처벌의 상대적 기준 같은 것은 이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일회성 가십거리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하네요.

저는 늘 무고를 경계하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그런 건도 많이 봤구요. 단지 처벌의 상대적 기준 이야기가 아니라, 무고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운동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댓글을 단 적이 있지만 가해자들이 힘을 가지고 있어서 .. 또한 업계가 좁아서 (특정 업종 / 업계 등) 오히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면 가해자에 의해서나 주변 업계인들에 의해서나 피해자가 회사를 떠나거나 업계에서 영영 추방되는 일이 있어왔으니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으면서도 속으로 삭일 수 밖에 없거나 쫓겨나거나 .. 하는 일이 비일비재 한 것 같습니다 .

이건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문제입니다. 헐! 사람 잘못 만났어요! 어디 그런 나쁜 짓을 처 한답니까!

놀라운 것은, 화장실에 갔던 동생의 상급자가, 동생을 완전히 보호하려는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입이다.

정말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ㅠㅠ...제가 더 화가납니다 흐앙ㅠㅠ
안희정지사님의 이야기를 보면서 더 느끼긴했는데...사과만으로는 뭔가 해결될거 같지 않은데 막상 사과를 가해자가 해버리면 받아들이고 끝내면 그냥 그대로 끝나는 것인지 ... 저만 혼란스러운가요 지금 약간 쓰면서 벙찌는 느낌이에요. 사과가 다가 아닌거죠오? 변호사님?!

권력형 성추행ㅜㅜ 꼭 승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