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방이 기분 상하지 않게 말하는 법에 대하여 ]

in #kr7 years ago

[ 상대방이 기분 상하지 않게 말하는 법에 대하여 ]

나는 카투사로 미군 부대에서 군복무를 했다. 

미군 부대에 배정받기 전 카투사 훈련소에서 영어 화법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수업에서 무례하지 않게 말하는 법, 상급자에게 말하는 법, 부드럽게 말하는 법 등을 배웠었다. 

이때 배운 것들은 후에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때에도 유용했다. 

오늘 '실리콘밸리'라는 미국드라마를 보는데,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는 방법'을 세 가지나 사용하는 한 대사를 들었다. 

이 대사가 그때 배운 것들을 떠오르게 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게 혹시 어쩌면 회의를 위한 최고의 선택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고려해볼래요?"

이 대사가 나오게 된 드라마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한 스타트업의 초보 CEO가 투자자와의 회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몹시 긴장한 그는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뜨고는 한참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자, 이 CEO와 함께 일하는 사원이 그를 찾아 화장실로 간다. 

CEO는 바지를 벗어 세면대에서 빨고 있었다. 

사원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CEO는 손 씻으러 세면대에 가까이 갔다가 바지에 물이 묻었다고 말한다. 

그게 '바지에 오줌을 지린 애' 같이 보여서 바지를 전부 물에 적시면 적어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을 것 같았다고 한다.

이 황당한 일을 목격한 사원은 그래도 아주 공손하고 조심스럽게 이 대사를 건넨다.

"이게 혹시 어쩌면 회의를 위한 최고의 선택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고려해볼래요?"

(Would you consider that maybe this might not be the best choice for the meeting?)

이 대사를 듣고,  미드 작가들은 관찰력이 정말 좋거나 공부를 정말 많이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사에는 '상대방이 기분 상하지 않게 말하는 방법들'이 집약적으로 들어있었다. 

그 방법들을 한가지씩 살펴보자.


1. 의문형 이용하기

위의 대사는 '고려해볼까요?'라는 의문형 문장을 이용하고 있다.

'이것이 옳다'라고 단언하기보다 '이것도 고려해 볼 만하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 형식을 

이용하면 상대방에게 거절할 여지를 주므로 거부감이 적고, 공손한 느낌을 준다.


2. 추측성 단어 이용하기

'혹시'나 '어쩌면' 같이 추측성 단어를 이용하면,

상대방과 다른 의견을 말하면서도 여전히 상대방이 옳을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단언할 때보다 더 존중감이 느껴지며, 부드럽게 들린다.


3.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 

누군가의 의견에 만족스럽지 않을 때, '그건 별로다'라고 말하지 않고

 '그게 최선은 아닐지도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말은 당신의 의견이 나쁜 의견이 아니라 좋지만 좀 더 좋은 의견을 찾고 있다는 뉘앙스를 준다. 

이렇게 말하면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에 공격적이지 않게 들리며, 청자의 기분이 상할 확률이 줄어든다.


4. '나(I)' 화법을 이용하기.

 갈등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줄이는 대표적인 화법 중의 하나이다. 

위의 대사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알아두면 유용할 듯하여 추가한다. 

'나 '화법은 상대방에게 말을 할 때, 주어를 '나'로 두고 말하는 화법이다.

상대방의 행동을 직접 언급하기보다 내가 느낀 감정에 초점을 맞춰 말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탓하는 느낌이 덜하므로 상대방이 방어적인 태세를 취할 확률을 줄여준다.

상담심리학 분야에서 잘 알려진 화법이다.

사용 예) "길 비켜주세요" -> "제가 좀 지나가도 될까요?"

"네가 잘못했어" -> "난 네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빴어."

물론 이런 방법들을 모든 대화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 의도적으로 강하게 단언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고, 

친한 사이에는 이렇게까지 조심하여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누구나 상대방의 말이 맞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어 우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게 논쟁 중에 자존심이나 감정이 상하여 발생한다. 

위 화법들의 공통점은 상대방을 비난하는 느낌을 줄이고, 존중하는 느낌을 주는 데 있다.

우리는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존중해 주는 사람과 대화할 때 편하다고 느낀다. 

이럴 때, 당연히 갈등이 덜 발생하고 서로에게 더 잘 협조한다.

따라서 위의 방법들을 알아두면 대화나 설득&협상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자신이 너무 직설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말해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면, 

위의 화법들을 연습해보는 것이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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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이네요. 사실 온라인 활동을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내용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글, 댓글을 어떻게 쓸 때 반발이 적게 나오더라.. 라는 것이 스스로 깨닫게 되더라고요. 제가 최대한 어그로를 최대한 줄여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쓸 때 딱 저런 방법으로 씁니다.

그런데 온라인 상에서 저런 식으로 글을 쓰면 대부분 댓글이 안 달리더라고요. ^^;;;; 너무 건조해져서 그런지, 가식적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감사합니다 :) 네 맞는 말씀이에요. 늘 저런식으로 말을 한다면 이미지 관리는 되겠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는 힘든 것 같아요. 단언하고 강하게 말해야 적도, 팬도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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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아무 생각없이 무심코 뱉은 말에 상대방은 큰 상처를 입을 수가 있죠 진짜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게 배려하면서 말하는 방법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무심코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 조심해야 해요. 그 상처가 관계도 해치고 생각보다 오래가더라구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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