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를 서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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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angeul입니다. 오늘은 다른 사람의 들러리를 서고 온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글로나마 밖으로 꺼내고 나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써 보는 이야기입니다. 한 번에 쭉 써내려갈 예정이니 글이 조금 이상해도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려 봅니다. 한 번에 쭉 써내려갈 예정이니 글이 조금 이상해도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려 봅니다.

최근에 취업 준비를 위해 여러 곳에 원서를 써 보기도 하고, 그와 함께 기간제 교사 채용에 지원해 보고 있습니다.

일반 기업체에 원서를 써 봐도 딱히 얻은 결과는 없네요. 어쩔 수 없죠. 제가 부족한 탓인걸요. 그리고 기간제 교사 채용에는 현재 9군데 지원을 했고 8군데는 서류 탈락, 그리고 어제 한 곳에서 연락이 와서 오늘 면접을 보았습니다.

일반 회사 같은 경우는 제 스펙이 부족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스펙이 아닐 수 있기에 이해가 가지만, 기간제 교사 채용은 좀 억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몇 해 전 국어 정교사 4명을 뽑는 학교가 있어서 지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국어 과목만 400명이 넘게 1차 시험을 치렀고 최종 3차까지 스무 명 안에 들었다가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았더랬죠. 그런데 이번에 같은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지원을 하니 서류도 통과하지 못하더군요. 3차까지 갔었다는 내용과 함께 공립 학교 임용 시험 1차 합격이라는 내용도 적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겠지요.

다시 오늘 면접을 본 이야기를 이어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어 기간제 교사 1명을 뽑는 곳이었고, 제가 사는 지역에서 꽤 떨어진 곳이라 아침부터 준비해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도착해서도, 계속 면접 상황을 떠올리며 열심히 답변을 준비했었습니다.

대기실에 들어가니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많은 분들이 이미 와 계시더군요. 다른 과목 기간제 교사도 뽑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계시더라고요. 처음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있다가 슬리퍼를 신은 분들이 몇 분 들어오시더군요. 그걸 본 순간 '아, 이건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면접을 보는데 슬리퍼를 신고 들어온다? 이건 이 분들이 이 학교에서 이미 일을 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 분들이라는 의미가 되는 겁니다.

순간 장미 꽃다발 속 안개꽃이 된 기분에 아찔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내가 더 잘하면 된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자.'

면접은 순조로웠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제 교육 경험이나 학교의 실무적인 부분과 사례 등을 반영해서 막힘없이 만족스러운 답변을 했다고 생각했기에 살짝 기대가 되기 시작합니다.

면접일인 오늘 면접을 보고 당일 발표가 난다고 했던 것도 마음에 걸리지만,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더 커집니다.

추위를 뚫고 집으로 돌아와 연락을 기다립니다. 예정된 발표 시간이 10분 지납니다. 발표가 조금 늦는구나 생각합니다. 20분 지납니다. 이쯤 되면 발표가 났고 떨어졌으려나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30분이 지납니다. 슬슬 희망보다 좌절감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불합격이구나. 세상이 깜깜해집니다.

원망스러운 마음이 커집니다. 원래 있던 사람을 뽑을 거면 공고는 왜 내고, 이 추운 날에 이 멀리까지 사람을 왜 불렀느냐고. 왜 사람을 기대하게 만드냐고.

그러다 다시 생각합니다. 내가 능력이 있었다면, 내가 뛰어난 인재였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나를 뽑지 않았을까?

다 부족한 내 탓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탓하며 괴로워하다, 밖으로 나가 봅니다.

찬 바람도 좀 쐬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마음도 추슬러 봅니다. 우연히 연락 온 후배 녀석이 제 말을 듣고 위로해 줍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위로에 다시 힘을 얻습니다.

그렇게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생각해 봅니다.

'지지 않겠다고, 쓰러뜨려도 계속 일어나서 덤빌거라고' 말입니다.

집으로 들어와서 스팀잇에 글을 쓰면서 실패의 아픔도, 원망도, 걱정도 한 번 털어내 봅니다. 이 글을 올리는 순간 오늘 있었던 일은 잊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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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ta1님의 작품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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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님.. 토닥토닥..
누구보다 좋으신 선생님이 될 충분한 자격이 있으신데.. 아직 세상이 한글님의 뛰어난 능력을 제대로 보지 못해 생긴 일일꺼예요..
강원랜드에 취업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빽으로 들어간 거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아직도 여전히 그런 부분이 많이 존재하더라구요..
그래도 한글님은 스팀잇이라는 곳을 누구보다 발빠르게 아시고 행하고 계시니 반드시 빛을 볼날 이 있을꺼예요..
오늘 하루만 속상해하시고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주세요.. 화이팅!!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위로 감사드립니다.ㅠㅠ 말씀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해서 빛을 볼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이런 글을 읽으면 저도 막막해집니다.
하물며 본인의 심정이야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그러면서도 남들이 다 하는 말을 하게됩니다.
곧 좋은 소식이 올 것입니다.

좋은 소식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 보겠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풀 곳이 없어 스팀잇을 찾았는데 따뜻한 위로가 힘이 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라고 위로를 드릴 수 밖에 없겠네요.

댓글을 뒤늦게 확인했네요. 격려해 주시고 위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팔로우했습니다.^^

^^ 즐거운 스티밋!!!

짱짱맨님 고맙습니다. ^^ 댓글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채용구조의 문제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지, 개인의 노력부족이나 능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글님! 힘내세요!

그리고 함께 제도를 개선해봐요! +_+/